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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늘, 유해진, 박해준의 쫀득한 액션 영화 ‘야당’

정치 영화는 아니다.

프로필 by 고영진 2025.04.21

THE TRINITY


삶에서 중요하다고 여기는 가치가 같은 사람들에겐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무언가가 있다. 오늘에 충실한 세 사람, 유해진, 박해준, 강하늘의 영화 <야당>에서 찾은 그 무언가.


하퍼스 바자 촬영장 분위기를 보니 곧 개봉하는 영화 <야당>에 대한 기대가 더 높아졌어요. 틈만 나면 모여 담소를 나누기 바쁘던데요.

유해진 여기 두 사람이야 현장에서 부딪히는 신이 많았지만, 해준 씨랑 나랑은 촬영하면서도 만날 기회가 별로 없었어요. 저에게 오늘 같은 화보 촬영은 아주 낯선 경험인데 혼자가 아니라 반가운 동료들과 같이 있어 농담도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최근에 아주 재미있게 본 <폭싹 속았수다> 관식이, 너무 좋았다는 얘기도 하고.

강하늘 그러고 보니 저희 아까 <폭싹 속았수다> 얘기 진짜 많이 했네요. 관식이를 보고 소름이 쫙 돋았다거나, 휴지가 이만큼 필요할 정도로 많이 울었다거나….(웃음)

박해준 (멋쩍게 웃으며) 아유 참.


하퍼스 바자 <야당>은 정치가 아닌, 마약 범죄를 소재로 한 영화입니다. 새롭진 않지만 뻔하다 느껴지지 않는 이유라면 ‘야당’을 소재로 한 첫 작품이라는 점 때문이겠죠. 마약판의 브로커를 뜻하는 은어라고요.

강하늘 시나리오를 처음 받아봤을 때도 제목은 ‘야당’이었어요. 당연히 정치 이야기를 하는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라는 점에서 첫인상이 아주 강렬했죠. 마약을 하는 사람과 그를 잡는 사람의 이야기를 하는 작품은 많았지만, 그 중간을 잇는 사람에 대해서는 떠오르는 캐릭터가 없잖아요. 관계에 레이어가 많아진 덕에 흔히 볼 수 있는 마약 범죄 영화와는 다른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유해진 저는 이 영화를 통해서 처음으로 야당의 존재를 알게 됐어요. 먹고사는 데 참 여러 가지 방법들을 쓰는구나…. ‘야당’은 정확히 말하자면 소매치기 판에서 나온 은어래요. 내 편은 여당, 남의 편은 야당이라고 하는 거죠. 마약 판에서는 야당이라는 용어만 남았다고 하고요.

하퍼스 바자 검사(유해진 분)와 형사(박해준 분) 사이, 야당(강하늘 분)이 활개를 치는 한 협업과 배신이 끊이지 않는 영화가 되겠죠?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까지 아무도 믿지 못하는 영화 말이에요.

강하늘 관객분들이 그렇게 느끼신다면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에 있는 야당 이강수의 역할이 크겠죠. 연기를 하며 가장 재미있었던 지점이기도 해요. 마냥 믿음을 주는 인물도, 그렇다고 비호감도 아닌 톤을 유지하는 것이요. 결코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극은 이강수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건을 따라가게 돼요. 비호감이 되어버리면 집중이 확 떨어져버릴 테니까요.

러플 셔츠는 Archivio J.M. Ribot by Adekuver. 반지는 모두 Aekki. 팬츠, 킬트,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레더 베스트, 톱은 Bally. 목걸이는 Tom Wood.

톱은 McQueen. 반지는 Fope.


하퍼스 바자 중앙지검 특수부를 노리는 검사 구관희를 보면서는 영화 <올빼미>에서 보여준 인조의 얼굴이 얼핏 떠오르기도 했어요.

유해진 구관희는 큰소리 치는 법 없이 자신의 욕심을 아주 조용히, 묵직히 가져가요. 대체로 이런 사람일수록 야심의 크기가 더 큰 것 같고요. 아무래도 마약 범죄와 관련된 이야기이니 자극적이고, 쉽게 말해 컬러풀한 영화가 될 것 같아서 저는 모노톤을 취해야겠다 생각했죠. 화려한 색들 사이 무채색 같은 느낌이면 좋겠다, 생각하고요.

박해준 저는 대본만 봤지 촬영할 땐 선배님을 거의 만난 적이 없어서 영화를 보고서야 구관희를 제대로 봤는데. 지금까지 제가 봤던 수많은 검사 캐릭터 중 감히 임팩트 면에서 최고였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표현하는 범위가 아주 다층적이고, 특히 에너지를 압축했다가 쫙 뿜어내는 힘이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다음 번에 검사 역할을 맡게 되면 좀 베껴 써먹어야겠다 싶을 정도로.(웃음)


하퍼스 바자 형사 오상재도 새로웠어요. 형사보다는 마약 조직에 몸담고 있는 사람 같은 포스가 있잖아요. 의상도 화려하고요. 별명이 ‘옥황상제’인 실존 마약 수사 경찰에게서 모티프를 얻었다면서요?

박해준 맞아요. 마약 범죄를 전담하는 형사는 진짜 마약 판에 있는 사람처럼 하고 다니기도 하더라고요. 옷을 화려하게 입거나 귀고리 같은 액세서리를 하는 식으로요. 여느 형사 캐릭터와 다른 지점을 만들려면 그 부분을 파봐야겠다고 생각했죠.

하퍼스 바자 <서울의 봄>과 <파묘>에도 함께한 이모개 촬영감독, 이성환 조명감독 등 제작진 라인업도 화려합니다. 모든 촬영을 끝내고 개봉만을 앞두고 있는 지금, 이 작품에 걸고 있는 기대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유해진 간혹 연기를 하다 보면 서로 말은 못하지만 ‘저 배우는 이 장면을 왜 그렇게 해석했지?’ 갸우뚱할 때가 있어요. 감독과 배우 사이는 물론이고, 배우끼리도 방향을 다르게 해석하는 경우가 생긴다는 거죠. 이번 작품은 그런 생각을 했던 적이 한 번도 없었 것 같아요. 모두가 같은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뜻이니 영화가 잘 만들어지겠구나, 했죠. 우리 영화는 얽히고설킨 관계가 핵심이에요. 어설프게 쫓다 보면 성글어지겠지만, 잘 그려진다면 아주 쫀득한 영화가 되겠죠. 영화에 쫀쫀함이 있다는 얘기를 듣는 것만큼 좋은 일도 없을 것 같아요.

유해진이 입은 프릴 셔츠는 Our Legacy. 스트라이프 팬츠는 Ami. 스카프, 벨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강하늘이 입은 셔츠, 타이는 Bottega Veneta. 팬츠는 Recto. 박해준이 입은 재킷, 톱, 팬츠는 모두 Dries Van Noten. 반지, 팔찌는 Tom Wood.


하퍼스 바자 작품을 함께한 배우 류경수, 채원빈은 “학교와도 같은 현장”이라는 소감을 남겼더군요. 선배들로부터 배우는 것이 참 많았다고요. 세 사람 중 막내인 하늘 씨가 데뷔 20년 차인 것을 감안하면 이해가 되는 말인데요. 각자가 생각하는 좋은 선배의 모습은 어떤 건가요?

강하늘 언제나 현장을 재미있게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지금보다 더 어릴 때, 현장에서 항상 긴장하고 있다가 그런 역할을 해주시는 선배들이 도착만 해도 숨이 쉬어지는 느낌이었거든요.

유해진 저는 좋은 선배보다 편한 선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아주 힘든 일이죠. 그런 관계는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거니까요. 좋은 선배든, 편한 선배든 그렇게 되어야겠다는 생각에 갇혀 있지 않으려고 하죠. 현장에서는 내가 재미있어야 하는데 너무 주변 사람 눈치만 보는 건 아니잖아요.

박해준 선배님 얘기 들으니까 떠오르는 일화가 있어요. 연기를 막 시작했을 무렵인데요. 대선배님들과 함께 붙는 장면을 앞두고 잔뜩 떨고 있었는데, 선배님이 시작하자마자 NG를 내시는 거예요. 순식간에 마음이 편안해지더라고요. 정말 감사했어요.(웃음)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까 NG를 낼 장면이 아니었거든. 일부러 그렇게 해주신 것이 아닐까….

유해진 진정 그분의 뜻이었다면 아주 대단한 선배인 거죠. 그렇잖아요. 보통의 경우엔 후배에게 부끄럽지 않게 잘해야지 하는 마음을 갖겠지.

박해준 그럼요. 지금도 그때도 연기하기 전에 불안한 건 똑같잖아요. 우린 사실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걸 툭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만 있다면, 좋은 선배에 조금은 가까워졌다고 할 수 있겠죠.

유해진이 입은 프릴 셔츠는 Our Legacy. 스트라이프 팬츠는 Ami. 스카프, 벨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강하늘이 입은 셔츠, 타이는 Bottega Veneta. 팬츠는 Recto.

재킷, 셔츠, 팬츠, 타이는 모두 Bottega Veneta.


하퍼스 바자 오늘 만나서도 느낀 것이지만, 세 사람에게는 비슷한 에너지가 있는 것 같아요. 실없는 웃음을 짓게 만드는 힘이랄까요. 소위 말하는 유해진표 아재 개그도 있을 것이고….

유해진 어, 아재 개그 아닌데….(웃음) 내가 그러는 건 현장이 얼어 있는 게 싫어서예요. 딱딱한 데서는 하려던 것도 안 나오잖아요. 생각이 굳어버리니까. 위트 있으면 좋죠.

강하늘 딱딱한 현장에서 연기해봤던 경험은 다들 있으실 텐데, 하다못해 긴장한 연기를 해야 할 때도 그런 분위기에서는 자연스럽게 되질 않더라고요. 제가 뭐, 역사에 길이 남을 연기를 하는 사람도 아니고, 즐겁고 싶어서 연기를 하는 건데 그런 기분을 느끼면 안 되잖아요. 그러니 이왕이면 많이 웃으면서 연기하려고 해요. 타고나기를 웃음이 헤픈 것도 있고요.(웃음)

박해준 하늘이는 리액션이 너무 좋지. 던질 맛이 나잖아요. 근데 사실 다같이 웃으면서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려는 게, 결국 나를 위한 거거든요. 제가 연극 무대에서 연기를 시작해서 그런지 처음엔 내 앞에 관객이 아닌 카메라가 있는 게 되게 불안했어요. 그래서 스태프를 관객이라 생각했어요. 카메라를 보고는 있지만, 그 뒤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훔쳐야겠다 생각하면서요. 상대 배우들과의 합도 좋아야겠지만, 스태프들이 내 편에서 몰입할 수 있도록 끌고 갈 때 연기에 자신도 생기더라고요. 그러려면 결국 현장에 불편한 사람 없이 좋은 분위기가 되어야 하는 거죠. 지금도 스태프 친구들한테 열심히 장난 걸고, 감독님 뒷담화 하면서 더 가까워지려는 이유도 마찬가지예요.


하퍼스 바자 일과 삶에서 웃음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 외에, 배우로서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는 점에서도 통하는 부분이 있을 것 같아요. 유해진 씨가 러닝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강하늘 씨가 명상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루틴을 가졌다는 건 유명하죠. 박해준 씨는 지난 인터뷰에서 스스로를 집착도 욕심도 없는 단순한 사람이라 밝혀왔고요.

강하늘 선배님들은 어떠실지 궁금한데. 아주 어렸을 땐 제가 창조적인 예술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매 작품 미친 듯이 열과 성을 다하기 바빴죠. 근데 한 발짝 떨어져 보니 전혀 행복하지 않더라고요. 연기할 땐 고통만 있었어요. 고통이 힘에 부칠 때쯤 연기를 정확하게 일로 생각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것 같아요. 이제는 딱 하루만 내다보고 그날을 재미있게 사는 게 목표가 됐어요. 그래서 짚어주신 것처럼 매일 명상도 하고요. 저에겐 명상이 자기 전에 그날 재미있었던 일들을 돌이켜보는 시간이거든요.

박해준 그렇게 연기를 확실히 일로서 구분하는 게 몸과 정신의 건강에는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 나 같은 경우는 결혼하고 나서야 그게 잘 되더라고. 일단 집에 들어가면 애들이 있으니까 작품에 대해 깊게 고민할 겨를이 없어요. 결혼한 주변 동료 배우들을 보면 혼자 차에서 대본 공부를 하는 친구들도 많고. 계획적으로 공간을 쓰는 것도 방법인 거지.

유해진 근데 하늘이는 진짜 일찍 깨우쳤다. 저는 꽤 오랜 시간 아주 예민하게 작업을 했어요. 촬영 전날에는 내일 찍을 장면을 두고 몇 가지 경우의 수를 가늠해보느라 잠을 거의 못 잤어요. (설)경구 형이 나보고 쟤는 흘리듯 뱉는 ‘아’ 자 하나까지 다 준비해서 오는 애라고 그러더라고. 그런데 30대 후반, 거의 마흔쯤 돼서 어느 날 번뜩 생각이 든 거지. 배우로서의 삶도 중요하지만, 연기하지 않는 유해진의 삶도 똑같이 소중한 시간 아닌가 하고.

레더 재킷, 톱, 팬츠, 슈즈는 모두 Ferragamo. 반지는 Tom Wood.


하퍼스 바자 마음을 고쳐먹을 수 있었던 마흔 즈음엔 어떤 일이 있었던 건가요?

유해진 저기 논현동에 ‘삼호짱뚱이’ 있잖아요. 그 집이 좌식으로 되어 있을 때였는데. 송강호 선배가 거기 의자를 이렇~게 뒤로 휘어 젖히면서 했던 얘기가 있어요. 너는 여유가 있어야 된다고. 그게 무슨 뜻인가 곰곰이 생각해봤던 게 도움이 많이 됐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난 그전까지 도끼 눈을 뜨고 아주 치열하게 살았던 것 같아요. 예전엔 현장 갈 때 세 가지 버전을 준비했다면, 요즘엔 하나만 준비하고 조금 열어둬요. 잘 안 됐는데, 사람들한테 인정받기 시작할 무렵부터는 조금씩 되더라고요.

코트는 Maison Margiela. 와이드 팬츠는 Hed Mayner. 목걸이는 Fope. 슈즈는 Bottega Veneta.


하퍼스 바자 중요한 건 세 사람 모두 나름의 과정을 거쳐 이 일을 오래할 수 있는 방법들을 체득했다는 거네요.

유해진 얼마 전에 릴스를 보고 아주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있어요. 100세가 되신 할아버지가 지난 생을 돌아보면서 “과거는 역사고, 미래는 미스터리고 오로지 현재만 명백한 사실”이라는 얘기를 하시는 영상이었는데. 골자는 현재를 즐기라는 거죠. 사실 우리 다 어디서 한번은 들어봤을 얘기잖아요. 일백 년을 살아온 사람에게서 듣는 말에는 다른 울림이 있더라고요. 아까 하늘이가 한 얘기가 진짜 중요한 것 같아요. 딱 오늘 하루 잘 살아보겠다 생각하는 거. 어떤 일을 하든 그런 마인드가 중요한 게 아닐까.

박해준 맞아요. 매일 오늘 하루 잘 사는 것에만 집중해도 삶이 훨씬 편안해질 걸요.

강하늘 근데 저희 실제로 건강에 대한 얘기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저는 해진 선배님 덕분에 ‘혈당 스파이크’라는 개념을 알았어요.

유해진 (눈앞에 있는 촬영 케이터링용 과일 컵을 가리키며) 여기도 보면, 베리류랑 키위, 방울토마토, 사과 같은 건 혈당 스파이크를 방지해줄 수 있어 좋아요. 그리고 우리가 꼭 가져가야 할 당이 있는데. 언제더라? 4월 중순쯤에 출시가 된다더라고. ‘야당’이라고.

디스트로이드 재킷은 Egonlab by Adekuver. 안경은 Balenciaga.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하퍼스 바자 이게 아재 개그가 아니라면 대체…?

유해진 대화 주제가 말도 안 되게 요리로 왔죠?(웃음)

강하늘 으하하. 당 중에 당은 야당이죠

박해준 4월 16일 나온다는데. 미리 주문 좀 해 놓을까….

Credit

  • 사진/ 장덕화
  • 헤어/ 임진옥(유해진), 이지원(박해준), 지혜(강하늘)
  • 메이크업/ 재근(유해진), 최선혜(박해준), 혜진(강하늘)
  • 스타일리스트/ 박태일(유해진), 이미영(박해준), 윤상영(강하늘)
  • 프롭 스타일리스트/ 전수인
  • 어시스턴트/ 노현승
  • 디자인/ 이예슬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