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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 추천! 직접 다녀 온 고창 1박 2일 여행 코스, 자연을 벗 삼는 게 힙

한여름, 고창은 풍요 그 자체다. 이곳에서 보낸 1박 2일은 평범했던 주말도 무척 특별하게 만들 것이다.

프로필 by 최강선우 2025.07.07

서해의 소금기 어린 바람, 푸른 산자락의 사찰 숲길, 달콤한 흑수박과 짙붉은 복분자주의 향취가 감각을 깨운다. 고창은 사람으로 따지면, 모든 분야에서 완벽하고 어디 하나 흠 잡을 데 없는 ‘육각형 인간’ 정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산과 바다, 평야로 둘러 싸여 있는 지형적 위치 상 농산물과 해산물 모두 풍족한 편이기 때문. 고창하면 ‘복분자’만 떠올리겠지만, 사실은 그 보다 갈 곳도, 먹을 것도 넘쳐나는 ‘멋과 맛의 고장’이다.


DAY 1

REST 산사 속 비움 고창은 생각을 비우기에 좋은 걷기 코스와 산책로가 곳곳에 많다. 그 중 가장 추천하는 곳은 역시나 천년 고찰로 유명한 선운사다. 여름의 선운사는 울창한 수림과 계곡물 소리가 어우러져 청량한 기운을 전한다. 돌계단을 따라 천왕문을 지나면 전각들이 나타나고, 극락전과 대웅전을 잇는 길섶에 들꽃들이 하늘거리며 반긴다. 느티나무 그늘 아래선 숨을 고르고, 연못 위에 떠 있는 연꽃들을 구경하며 걸을 수 있다. 햇살이 한풀 누그러진 오후 법당 처마 끝에서 울리는 풍경 소리에 귀 기울이며 천천히 숲길을 거닐노라면, 답답함과 번잡함이 씻겨 내려가는 듯하다.


배롱나무꽃이 활짝 핀 길을 따라 간 선운사 초입에는 최근 개관한 선운미디어갤러리가 있으니 놓치지 말자. 세련된 미디어 아트 감성을 더한 공간에서는 고창의 유산, 치유의 테마를 주제로 한 디지털 전시가 펼쳐진다. 벽면과 바닥을 수놓는 영상들이 사찰의 역사와 자연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보여주는데, 짧은 예술 산책이 특별한 기억을 남길 것.

선운사_선운사 제공 선운사_전북도청 제공 선운사_전북도청 제공

선운사 전북 고창군 아산면 선운사로 250 선운사

선운미디어갤러리 전북 고창군 아산면 선운사로 158-5 화-일 10:00-17:00


EAT 먹을 거리가 지천에! 당도 높고 껍질이 얇은 고창 흑수박 때문이라는 말이 아쉽지 않다. 황토밭에서 자라, 특유의 향과 아삭한 식감과 과즙이 한 입 가득 번진다. 매년 6월에서 7월 사이 선운사 도립공원 일대에서 열리는 수박 & 복분자 축제는 매 해 고창의 여름을 기다리는 이유다. 특히 구매 알림이 뜨자마자 품절된다는 정동표 농부의 흑수박은 매년 6월 며칠만 판매하기에, 한 해를 또 기다려야 한다. 외에도 오디, 블루베리, 샤인머스켓, 멜론 등이 맛있기로 유명하다. 특히 옛부터 농사로 지친 몸을 달래는 소울 푸드로 인정받은 풍천장어는 강과 바다가 만나는 청정 갯벌에서 자란 덕에, 그 맛이 더욱 깊다고. 현지인들도 추천하는 풍천장어 맛집으로는 심원면에 있는 맹구수산, 선운산 근처의 해원갯벌장어 등이 있다. 노릇하게 구워낸 장어가 접시에 푸짐하게 담기고 상다리가 부러질 것 같은 상차림이 갖춰진다. 입에 넣는 순간 사르르 녹아내린다. 비린 맛 없이 고소함만 살아 있어, 관광객은 물론 현지 단골들까지 반하게 만든다.

맹구수산_에디터 제공 맹구수산_에디터 제공 맹구수산_에디터 제공
해원갯벌장어_업체 제공 해원갯벌장어_업체 제공 해원갯벌장어_업체 제공 해원갯벌장어_업체 제공

맹구수산 전북 고창군 심원면 검당길 52 ⏰11:00~19:00 (하절기)

해원갯벌장어 전북 고창군 심원면 선운대로 2203-22 ⏰ 화-일 11:00-21:00


DRINK 건강과 맛 둘 다 잡아! 맛있는 음식엔 역시 새콤달콤한 복분자주 한 잔도 빼놓을 수 없다. 고창 특산, 특히 선운산에서 딴 복분자로 만든 술은 원기 회복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더위를 가시게 만들어줄 것이다. 해산물과 기막힌 페어링을 자랑하기 때문에 민물장어나 백합, 바지락 등과도 잘 어울린다. 담백함과 복분자의 과일향이 어우러져 풍미의 하모니가 입 안 가득 번진다. 선운산 근처의 국순당 고창명주가 가장 유명하다.


SWIM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엔 동호해수욕장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서해안의 넓은 갯벌과 고운 모래사장이 만나는 노을 맛집으로 소문난 스폿이다. 바닷물이 매우 깨끗한 편이라 아이와 함꼐 찾기에 좋다. 해질녘에 맞춰 도착하니 바닷물이 빠진 드넓은 갯벌 위로 석양이 거울처럼 반사되어 황홀한 풍광이 펼쳐진다. 붉은 노을빛에 물든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경계를 볼 수 있다. 맨발로 모래사장을 거닐며 여유를 만끽하다 보면 하루의 피로도 어느새 잊혀지는 듯하다. 예약을 하면 캠핑도 할 수 있도록 마련해두었으니 참고할 것.

동호해변_한국관광공사 제공 동호해변_한국관광공사 제공

동호해수욕장 강원 양양군 손양면 동호리 141-26


DAY 2

WALK 이른 아침 부지런히 몸을 일으켜 고창읍성을 방문해보자. 시내와 근처 시장과도 가까워 가볍게 하루를 시작하며 산책하기에 좋다. 입장료는 있지만, 고창사랑문화상품권으로 전액 환불해준다. 이곳은 조선 단종 원년(1453년)에 축조된 석성으로, 당시 외침을 방어하기 위한 거점이었다. ‘모양성’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는 이곳은 답성놀이 풍습으로도 유명하다. 읍성 초입에 서 있는 동상이 눈에 띄는데, “윤달에 부녀자들이 손바닥만 한 돌을 머리에 이고 성곽을 세 바퀴 돌면 무병장수하여 극락승천한다”는 전설 때문이다. 아직도 윤달만 되면 답성놀이를 하러 오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다. 성벽 위에서 내려다보는 읍내 풍경은 한적하고 평화롭다. 약 1.7km에 달하는 성곽을 한 바퀴 도는 내내 소나무 숲의 향이 코끝을 간지르고 맹종 대나무 숲이 터널을 이룬다. 직선으로 뻗은 대나무 잎사귀 부딪치는 소리만이 청아하게 울린다. 두 팔 벌려 심호흡을 하면 심신이 정화되는 기분이다.

고창읍성_에디터 제공 고창읍성_에디터 제공 고창읍성_에디터 제공 고창읍성_한국관광공사 제공 고창 읍성_한국관광공사 제공

고창읍성 전북 고창군 고창읍 읍내리 125-9 ⏰ 매일 5:00-22:00


SEE 자연에 더욱 깊이 빠져들고 싶다면 운곡 람사르 습지와 상하농원 상하목장을 방문해보자. 람사르 습지는 1년 내내 물이 고여 있어서 다양한 동식물이 살아가는 생태계의 보고이며 30년이라는 세월 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았다. 멸종위기 야생동물을 포함해 830종의 야생동식물이 서식한다. 데크 길을 따라 걸으면, 산책을 즐기기에 좋다. 보다 좀 더 체험을 하고 싶다면 농원이 제격. 내부에 마련한 숙박시설은 워낙 인기가 많아서 대부분 예약이 다 차 있는 경우가 많다. 농사체험이나 소시지, 유제품 만들기, 공장견학 등을 경험하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가 될 것이다.

람사르 습지_한국관광공사 제공 람사르 습지_한국관광공사 제공
상하농원_상하농원 제공 상하농원_상하농원 제공

운곡 람사르 습지 전북 고창군 아산면 운곡서원길 15

상하농원 전북 고창군 상하면 상하농원길 11-23 ⏰ 매일 09:30 - 21:00


EAT 바다 내음 가득 한 상 상쾌한 산책을 마친 후에는 입을 즐겁게 할 차례다. 어제 장어구이로 보양식을 맛봤다면, 둘째날 점심은 바다의 향취를 한껏 음미할 시간. 3대째 내려오는 ‘근본 있는’ 백합조개 요리 맛집 ‘본가’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백합이라 불리는 하얗고 큰 조개는 고창 인근 갯벌에서 나는 별미로, 살이 통통하고 감칠맛이 뛰어나다. 이곳은 바지락으로 끓인 바지락죽이 메인이지만, 푸짐한 백합정식 한 상 차림을 받을 수 있는 곳이다. 백합회(신선한 조개 회무침)부터 큼 백합구이를 초고추장에 찍어 먹고, 샤브샤브로도 먹은 뒤 칼국수와 백합죽까지 즐길 수 있는 완벽 코스다. 배도 마음도 든든해진다. 찾아가기에 거리가 멀다면, 수궁회관의 바지락 솥밥 정식도 꽤나 괜찮다.

본가 한상차림_업체 제공 본가 샤브샤브_업체 제공 본가_업체 제공 본가_에디터 제공 본가_에디터 제공

본가 전북 고창군 고창읍 석정리 783-4 ⏰ 매일 09:00 - 21:00

수궁회관 전북 고창군 심원면 심원로 218 ⏰ 매일 10:00 - 21:00


DRINK 잠시 숨을 고르자. 읍내로 돌아와 천변을 따라 걷다 보면, 1935년에 지어진 2층 목조 건물이 보인다. 일제강점기 여관으로 시작해 문화재로 남아 있던 ‘조양관’이 최근 카페 겸 복합문화공간인 옛도심카페로 재탄생했다. 오랜 이야기가 켜켜이 쌓인 빈티지한 멋이 느껴지는 카페에 들어서면, 옛 일본식 다다미방이 앤티크 소파와 조명으로 꾸며져 이색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낡은 목조 바닥이 삐걱거리는 소리까지 정겹게 느껴진다. 독특하게도 도시재생 활동가들이 운영하는 곳이라 그런지 더욱 아늑하고 정겹다.

옛도심카페_업체 제공 옛도심카페_업체 제공 옛도심카페_업체 제공

옛도심조양관 전북 고창군 고창읍 천변남로 86 옛도심조양관 ⏰ 매일 10:30-21:00 (라스트 오더 20:30)


BUY 여행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시간적 여유가 허락한다면, 고창 전통시장에 들르기를 추천한다. 흑수박 한 통과 복분자 주 한 병, 따끈따끈한 찐빵을 구매하기 위해서다. 에디터 역시 오랜 맛집으로 유명한 ‘효도찐빵’에 들러 한아름 찐빵을 사는 일이 마지막 코스. 고창에 갈 때마다 빼먹지 않고 방문한다. 연기가 모락모락 나는 갓 나온 찐빵이 5개 5000원이다.

효도찐빵_에디터 제공 효도찐빵_에디터 제공

효도찐빵 전북 고창군 고창읍 시장길 14 ⏰ 월-토 8:00-18:00


시끌벅적한 축제의 에너지, 고요한 숲과 습지에서 보낸 명상과 같은 시간, 노을 지는 바닷가의 낭만,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역사적 공간들까지. 전라북도 고창은 분명 작지만 매우 다채로운 보물을 품은 곳이다. 눈으로 입으로, 마음으로 한껏 즐긴 여행의 기억을 오래 간직하도록, 지역의 향과 맛을 담은 을 한아름 안고서 돌아와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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