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 된 비앙카 센소리, 바자 단독 인터뷰
칸예 웨스트의 아내, 건축가, 디자이너 비앙카 센소리가 서울에서 현대 미술가로 첫 발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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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ANCA CENSORI’S ORIGIN
건축가이자 디자이너, 그리고 칸예 웨스트의 아내로 알려진 비앙카 센소리가 대한민국 서울에서 현대미술가로 첫발을 내딛었다. <바자>가 그녀와 단독으로 만났다. 비앙카는 나를 위한 ‘인터뷰 퍼포먼스’를 시작하고, 나는 그녀의 유일한 관객이 된다.
비앙카 센소리가 내 앞에 앉아 있다. 그녀는 방금 생애 첫 아트 퍼포먼스를 마친 참이다. 사실 처음은 아니다. ‘파파라치 여신’ 비앙카의 노골적인 노출 패션은 미디어라는 갤러리를 통해 지난 수년간 인터넷 세상에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2025년 그래미 시상식은 그 정점이었다. 레드 카펫 위에서 퍼 코트를 벗어내린 그녀는 거의 나체에 가까운 차림이었다. 사람들은 수근댔다. 입 모양 분석 전문가까지 나서서 그녀가 남편 예(칸예 웨스트의 새 이름)에게 원치 않는 노출을 강요받은 것은 아닌지 의심했다. 또 다른 사람들은 그녀를 도발적인 전략가로 바라봤다. 아내의 자유 의지를 침해하고 있는지 묻는 어느 연예 매체 리포터와 언쟁을 벌이는 예의 파파라치 영상을 포함해, 전부 부부가 대중을 상대로 벌이는 아트 퍼포먼스의 일환이라고 말이다. 그녀의 진의를 확인할 길은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녀를 모른다. 우리가 아는 건 겨우, 그녀의 몸이다.
원래 비공개로 진행하는 지면 인터뷰에서 인터뷰이는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내게 마련이다. 두꺼운 화장을 지우고 민낯을 드러낸 그들은 가장 편안한 자세로 고쳐 앉아서 담배를 피우거나, 와인을 마시거나, 그러다 느닷없이 눈물을 흘린다거나, 지루한 듯 휴대전화를 흘끔흘끔 보면서. 뭐가 됐든 그들은 아까와는 사뭇 다른 인격이다. 여기엔 카메라가 없고 나는 그들의 민낯을 마주하는 유일한 목격자다.
그러나 비앙카 센소리와의 인터뷰는 그동안 내가 경험해본 적 없는 진실한 대화였다. 그들은 나를 위한 ‘인터뷰 퍼포먼스’를 벌이고 나는 그녀의 유일한 관객이 되었다. 아니 나 또한 공연의 일부다. ‘미디어’라는 역할의 퍼포머랄까? 핏빛 전신 라텍스를 입은 비앙카는 한쪽 다리를 꼬고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마치 고양이처럼 두 손을 얌전히 무릎 위에 올려두었다. 그녀의 갈색 눈동자는 나를 향하지만 딱 거기까지. 내 질문에 대답을 하는 사람은 그녀가 아니다. 가면을 쓴 또 다른 비앙카 센소리, 비앙카 센소리의 도플갱어다. 그녀의 도플갱어가 마치 선언문을 읽듯 비장한 목소리로 미리 적힌 한국어 답변을 읽어 내려간다. “비앙카는 늘 예술가였습니다. 다만, 그렇게 호명되지 않았을 뿐이죠.” “그녀는 자전적 표현이나 직접적인 자기 서술에 큰 관심이 없어요. 종종 그녀는 비워진 자리를 대신 채우는 표지(placeholder), 즉 빈 기표가 됩니다. 사람들은 그 위에 자신의 욕망과 판단과 환상을 투사하죠.”(인터뷰에서 비앙카는 자신을 3인칭으로 지칭하며, ‘비앙카는’, ‘그녀는’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무슨 질문을 던져도 그녀는 결코 입을 뗄 생각이 없다. 침묵 속에서 시간이 흐른다. 나는 내 앞에 앉아 있는 목소리 없는 오브제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천천히 눈으로 훑는다. 비앙카는 적극적으로 객체가 되었고, 나는 주저하며 그녀를 관음한다. 말하자면 그녀가 이겼다. 아주 순종적이고 지배적인 방법으로.
하퍼스 바자 당신은 오늘 이곳 서울에서 아티스트로서 본격적인 데뷔 무대를 가졌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무엇이 당신을 예술 세계로 이끌었나요? 이토록 의도적인 방식으로 말이죠.
비앙카의 도플갱어 비앙카는 늘 예술가였습니다. 다만, 그렇게 호명되지 않았을 뿐이죠. 그녀는 지난 4년간 이 세계를 구축해왔고, 이는 총 7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긴 시리즈의 일부입니다. 이번 전시는 단지 그것이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첫 번째 순간일 뿐입니다.
하퍼스 바자 확고한 논리를 갖춘 주류 갤러리 안에서 활동을 시작하지 않은 이유가 있겠죠?
비앙카의 도플갱어 비앙카가 시스템 밖에서 작업을 시작한 것은 그것을 거부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갤러리들이 처음에 이 작업을 거절했습니다. 그녀는 거기에 맞추어 작업을 재구성하는 대신, 아무런 설명 없이도 작품이 존재할 수 있는 곳에서 그것이 무럭무럭 자라도록 두었습니다. 이 전시는 수년간 조용히 축적되어 온 작업을 명확하게 드러내는 자리입니다. 작업이 먼저였습니다. 의미화는 그 다음입니다.
세계 최초로 서울에서 선보인 비앙카 센소리의 첫 전시 프로젝트 <BIO POP>은 집이라는 익숙한 공간을 배경으로 여성의 몸짓을 의례적인 동작으로 재배치한 퍼포먼스다. 수술 도구처럼 차가운 스테인리스 스틸로 꾸며진 어느 고급 맨션의 주방에서 비앙카가 차분하게 요리를 한다. 오븐에서 꺼낸 핏빛 케이크를 들고 그녀는 거실로 향하고, 그곳엔 가구가 되어버린 여성들이 있다. 그녀들은 모두 비앙카의 얼굴을 하고 있다.
하퍼스 바자 어느 순간부터 미디어는 당신을 하나의 ‘디자인 프로젝트’로 묘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퍼포먼스는 지금까지 미디어를 통해 형성된 당신의 이미지와 어떻게 연결되나요?
비앙카의 도플갱어 비앙카는 본질적으로 시각예술가입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미디어는 그녀의 이미지를 하나의 소재처럼 다뤄왔죠. <BIO POP>은 그 이미지를 거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흡수하고 재활용합니다. 이 작품은 그 이미지를 외부에서 투사하는 게 아니라, 비앙카가 직접 구축한 세계 안에서 새로운 의미의 매개체로 재배치합니다. 그녀는 이제 대상이 아니라 이미지를 다루는 주체입니다.
하퍼스 바자 낱낱이 드러난 듯 보이지만 사실 당신은 여전히 베일에 싸인 존재입니다. 예를 들자면, 사람들은 당신의 목소리를 들어본 적 없어요. 당신이 어떤 말투와 억양을 갖고 있는지, 웃을 땐 얼마나 피치가 올라가는지 모두 구전으로 전해질 따름이죠. 우리가 몰랐던 당신의 정체성은 이 작품에 얼마나 담겨 있나요?
비앙카의 도플갱어 비앙카의 정체성은 작품 안에 존재하지만, 많은 이들이 예상하는 방식과는 다릅니다. 그녀는 자전적 표현이나 직접적인 자기 서술에 큰 관심이 없어요. 종종 그녀는 비워진 자리를 대신 채우는 표지(placeholder), 즉 빈 기표가 됩니다. 사람들은 그 위에 자신의 욕망과 판단과 환상을 투사하죠. 그래서 <BIO POP>은 ‘비앙카’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보여지는 것의 메커니즘에 대해 말합니다. 이미지가 어떻게 순환하고, 변형되고, 문화 속에 흡수되는지 드러내는 방식으로 말입니다.
하퍼스 바자 이미지의 순환이라, 그렇다면 <BIO POP>을 처음 선보이는 장소가 서울이라는 점이 절묘한 선택으로 보입니다.
비앙카의 도플갱어 서울은 이 작업과 본질적으로 맞닿아 있는 도시입니다. 이곳의 속도, 정밀함, 그리고 대중의 상상력은 <BIO POP >이 구축하고 있는 세계와 유사한 리듬을 공유하죠.
하퍼스 바자 실제로 퍼포먼스가 시작되자 관객 모두가 일제히 휴대폰을 꺼내 들었습니다. 수천, 수만 개의 시선으로 편집된 이미지가 거의 실시간으로 온라인에 뿌려졌습니다. <BIO POP>에 담긴 당신의 의도가 인터넷과 디지털 문화 속에서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비앙카의 도플갱어 비앙카는 사람들이 이 작품을 원하는 방식으로 해석해도 된다고 믿습니다. 의미는 그녀가 통제하려는 대상이 아닙니다. 이미지가 해체되어 자유롭게 유통되는 온라인에서는 더욱 그렇죠. 개방성은 수정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작업의 일부로 기능합니다.
비앙카는 본질적으로 시각예술가입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미디어는 그녀의 이미지를 하나의 소재처럼 다뤄왔죠. <BIO POP>은 그 이미지를 거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흡수하고 재활용합니다. 그녀는 이제 대상이 아니라 이미지를 다루는 주체입니다.
하퍼스 바자 어떤 이들은 이 작품에서 안나 우덴버그, 바네사 비크로프트, 혹은 마사 로슬러 같은 아티스트를 떠올렸을 거라 예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샹탈 애커만의 영화 <잔느 딜망>이 연상되었습니다. <BIO POP>에 영향을 끼친 레퍼런스는 무엇인가요?
비앙카의 도플갱어 비앙카에게 네덜란드의 정물화가 얀 데 헤엠(Jan Davidsz de Heem)의 정물화는 중요한 단서였습니다. 겉으로는 익숙한 꽃의 정물처럼 보이지만, 그가 그린 꽃들은 실제로는 한 시기에 함께 피어날 수 없는 종류의 것들이죠. 불가능한 조합이 자연스레 존재하듯 보이는 감각이 <BIO POP>을 지탱하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레퍼런스는 앨런 존스(Allen Jones)입니다. 그의 작품에서 여성들은 교체 가능한 오브제로 다뤄졌지만, <BIO POP>에서는 실제 여성의 신체, 근력, 지구력이 작품의 중심이 됩니다. 동일한 대상화의 장면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여성이 수동적 대상이 아닌 능동적 주체로 존재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발생합니다. 비앙카는 사람들이 이 작품 안에서 다른 작가나 참조점을 보게 될 것이라 예상합니다. 그것은 익숙하게 느껴지도록 의도된 것입니다.
하퍼스 바자 작업 과정에서 순수한 즐거움을 느낀 순간은 언제인가요?
비앙카의 도플갱어 돌봄과 억압을 동시에 품은 형태를 만들 때, 비앙카는 가장 깊고 순수한 기쁨을 느낍니다. 몸을 지탱하면서도 구속할 수 있는 구조, 따뜻해 보이지만 움직임을 멈추게 만드는 형상을 말이죠. 비앙카는 퍼포머들이 실제로 가구 안에 들어가는 모습을 처음 보았을 때 감정이 북받쳐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 순간, 작업이 하나의 세계로 완성되어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하퍼스 바자 이 작품에 등장하는 5명의 퍼포머는 모두 당신의 얼굴을 그대로 빼닮은 가면을 쓰고 있습니다. 가면은 무엇을 위한 도구인가요?
비앙카의 도플갱어 가면은 저자성과 인식에 대해 질문하는 도구입니다. 비앙카의 얼굴을 다른 신체 위에 얹는 순간, 각자의 몸이 가진 움직임과 훈련 감각이 더해지면서 단일한 ‘비앙카’의 존재는 서서히 흐려집니다. 익숙함과 낯섦이 동시에 발생하는 긴장 지대에서 <BIO POP>은 관객에게 다시 묻습니다. 당신이 마주하고 있는 이는 누구인가요? 지금 보고 있는 것은 투사인가요, 퍼포먼스인가요? 혹은 진실인가요?
하퍼스 바자 한 여성이 퍼포먼스를 보고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그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비앙카의 도플갱어 그녀는, 그녀를 느낍니다.*
* 비앙카는 2022년 몰타대학교에서 건축대학 학생들에게 특별 강연을 한 적 있다. 교단에 선 그녀는 당시 시인 페르난두 페소아가 창조한 가상 시인인 알베르투 카에이루의 문장을 인용하며 첫 마디를 뗐다. “과일을 먹는다는 것은 그 의미를 아는 것이다.” 사물의 의미는 머리로 해석해서가 아니라 감각적으로 ‘겪는 것’에서 온다는 특유의 반형이상학적 태도가 담긴 이 말을 통해 우리는 그녀가 추구하는 작업의 정체를 짐작할 수 있다. 긴장, 불안, 아름다움, 정복감, 취약함 혹은 그 무엇이든. 그녀는 스스로 빈 기표가 되고, 관객은 그 감각의 과실을 그저 따 먹으면 된다.
※ 비앙카 센소리의 두 번째 퍼포먼스 작품 <Confessional (The Witness)>과 세 번째 퍼포먼스 작품 <Bianca is My Doll Baby (The Idol)>는 2026년에 공개된다.
Credit
- 에디터/ 손안나
- 사진/ Walker Andrews
- 디자인/ 이진미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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