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프랑스 문학을 읽고 싶을 때, 레모 출판사
레모 윤석헌 대표에게 번역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직접 고르는 일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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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A SMALL PRESS 3
선명한 목소리로 독자를 먼 곳으로 데려다주는 책을 펴내는 소규모 출판사. 편집자의 손을 거쳐, 지금 막 세상에 나오려는 책들이 모인 공간을 찾았다.
제목 하나가 독자와 책 사이의 거리를 좁히기도, 넓히기도 한다.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방식으로 해낸 것이 누군가에게 닿는 순간이 있다. 그런 순간이 계속하게 만든다.
레모
윤석헌 대표
출간의 시작 불문학을 오래 공부했고, 몇 권의 책을 번역하다가 좋아하는 작가의 좋아하는 책을 번역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직접 출판사를 차렸다. 고전보다 20세기 작가들에게 관심을 두고 있다. 특히 기억, 자전적 글쓰기와 사라진 것들을 복원하는 방식을 깊이 있게 다루는 작가들이 흥미롭다. 노벨문학상 수상에 앞서 2021년 아니 에르노의 <여자아이 기억>을 국내에 소개했고, 조르주 페렉은 그의 책 <말 속의 삶(Les mots dans la vie)>에서 ‘레모’라는 이름을 따와 출판사 이름으로 할 만큼 각별한 작가다.
델핀 드 비강 최근 가장 주력하는 작가는 델핀 드 비강이다. 현대 프랑스 문학을 보여줄 수 있는 작가이자 밀리언 셀러 작가인데, 예민하지만 따뜻하게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한국 독자와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아동 유튜버의 실태를 고발하는 책도 소개할 예정이다. 또 엄마의 갑작스러운 죽음 앞에서 아빠가 딸에게 애도를 금지하는 소설도 판권을 확보해 두었다. 농담처럼 말하지만 진심이기도 한 목표가 있다. 이 작가를 베르나르 베르베르처럼 만들어 보겠다는 것.
낯설지 않은 프랑스 문학 흔히 프랑스 영화가 낯설고 어렵다는 선입견처럼, 현대 프랑스 문학에도 비슷한 시선이 존재하는 것 같다. 하지만 프랑스 소설들은 1인 가구, 이혼, 돌봄 등 한국 사회보다 일찍 겪은 사회 문제를 다룬 작품이 많기에, 이에 관한 유사점과 해답의 단서도 찾을 수 있다는 관점으로 보면 더 친숙하게 느껴질 것이다. 요즘은 국내 문학이 강세인 시기이고 큰 출판사에서도 고전이 아닌 외국 소설은 기획하기를 주저하는 추세지만,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방식으로 해낸 것이 누군가에게 닿는 순간이 있다. 그런 순간이 계속하게 만든다.
인공지능 시대의 번역 번역은 단순히 언어를 옮기는 일이 아니다. 기계 번역이 빠르게 발전하는 지금의 상태에 대해서는 또 다른 사전이 생겼다고 생각한다. 과거에 번역가들이 종이 사전을 활용하다가 검색을 활용하게 된 것처럼. 델핀 드 비강의 <충실한 마음>의 원제는 <Les Loyalités>, 복수형을 ‘충성’이라 번역할 수도 있지만 친구와 농담처럼 나눈 대화에서 나온 제목이었다. 스무 살의 프랑수아즈 사강이 친구 베로니크 캉피옹에게 보낸 편지를 엮은 책 <인생은 너무도 느리고 희망은 너무도 난폭해>는 아폴리네르의 시에서 뽑아낸 제목으로, 레모를 알리는 책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제목 하나가 독자와 책 사이의 거리를 좁히기도, 넓히기도 한다.
앞으로 나올 책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선보일 조르주 페렉의 <용병대장>은 출판사에서 거절당한 뒤 작가 사후 30년 만에 발굴된 책이다. 페렉이 젊은 시절 모든 것을 쏟아부은 패기가 느껴진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거칠고 복잡하지만, 그 다음에 출간된 페렉 책들의 뿌리가 된 책이다.
Credit
- 사진/ 하태민
- 디자인/ 진문주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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