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 스테이트 로드트립! 캘리포니아 여행의 모든 것
골드코스트의 해안선에서 시작해 요세미티에서 보낸 하룻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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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 VIBRATIONS
꿈에 그리던 캘리포니아 여행에 나선 작가 질 도슨은 골든 스테이트가 선사하는 숨 막힐 듯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새로운 활력과 평온함을 발견한다.
나의 캘리포니아 대장정은 히드로 공항 보안 검색대에서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기분 좋게 시작됐다. 내가 가지고 있던 마더피스 타로 원형 카드 덱이 엑스레이 화면에 수상한 물체처럼 비친 것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다가온 보안 요원에게 나는 카드 한 장을 뽑아보라고 권했다. 그가 뽑은 카드는 ‘포 오브 디스크(Four of Discs)’였다. 나는 혹시라도 내가 지어내는 말이라고 생각할까 봐 카드 덱에 들어 있는 설명서를 펼쳐 읽어주었다. “당신의 문턱을 스스로 통제하는 것. 누가 들어오고 누가 밖에 머물지를 결정하는 것.” 우리는 함께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자 그가 말했다. “저는 정말 제 일을 사랑합니다.”
그 카드는 어쩌면 나를 위한 것이기도 했다. ‘당신의 문턱을 스스로 통제하는 것.’ 나는 글쓰기 수업을 듣는 모든 학생들에게 당분간 연락이 닿지 않을 것이라고 알렸고, 줌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4년은 다른 사람들을 돌보느라 힘겨운 시간의 연속이었다. 어머니를 떠나보내야 했고, 소중한 친구 샐리 클라인(Sally Cline)도 잃었다. 나는 오랫동안 캘리포니아에 오고 싶었다. 이번 여행은 나에게 일종의 리셋이다. 오래된 허물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시간.
늦은 시간에 도착한 나는 주변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감상할 틈도 없이 침대에 쓰러지듯 잠들었다. 도랜드 마운틴 아트 센터는 샌디에이고에서 차로 약 1시간 거리에 있는 작가와 예술가들을 위한 리트리트 공간으로, 테메큘라 밸리를 내려다보는 팔로마산맥 자락에 자리하고 있다. 해가 떠오를 무렵 눈을 뜨자 덱 위에서 작은 솜꼬리토끼 한 마리가 숏포드 머스터드 꽃을 오물오물 뜯어먹고 있었다. 오두막 주변에는 향이 짙은 로즈메리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고, 계곡은 노란색과 황토색, 초록빛이 어우러진 캘리포니아 채퍼랠 지역 풍경으로 물들어 있었다. 내가 커피를 마시는 동안 서부울타리도마뱀 한 마리가 팔굽혀펴기라도 하듯 몸을 위아래로 움직였다. 햇살은 신부의 베일 같은 옅은 안개를 뚫고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고, 비둘기는 마치 “누구, 누구, 당신은 누구인가?”라고 묻는 듯 울었다.
한동안 다른 사람들을 돌보는 일을 멈추고 오직 나 자신만을 위해 살아본다면 나는 어떤 사람이 될까? 나는 이곳에 회고록을 쓰기 위해 왔다. 지나온 삶을 돌아보고 정산하는 시간, 스스로와 마주하는 시간이다. 수많은 책을 출간했지만, 이상하게도 이번 책은 적어도 지금으로서는 출판을 위한 것이 아니다. 오직 나 자신만을 위해 쓰는 책이다.
다른 누구도 돌보지 않고 오직 나 자신의 리듬에 따라 살아간다는 것은 더없이 달콤한 일이었다. 밤새도록 글을 쓰거나 새벽 5시에 일어나 집필에 몰두할 수 있었던 것이 얼마나 오랜만인지 모른다. 나는 스물여섯에 첫아이를 낳았고, 서른여덟에 둘째를 낳았으며, 쉰두 살에는 세 번째 아이를 위탁 양육하게 되었다. 그래서 남들보다 훨씬 오랜 시간 동안 아이를 키우며 살아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남편 메러디스가 한 달 뒤 나와 합류했을 때, 나는 이미 회고록 원고를 3만4천 단어나 써 내려간 상태였다. 심리학자 우타 프리스가 자폐적 성향을 설명하며 사용한 표현처럼, 나는 어쩌면 ‘혼자 있는 재능(talent for aloneness)’을 가진 사람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혼 23년 동안 우리가 4주나 떨어져 지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쯤 되니 나도 좀이 쑤시기 시작했고, 남편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새로운 리듬으로 생활하고 싶어졌다.
우리는 차를 빌려 로스앤젤레스로 향했다. 건축가인 남편은 게티 미술관, 갬블 하우스, 스탈 하우스 같은 건축 명소를 내게 보여주고 싶어 했다. 우리는 베니스 비치에 있는 V 호텔에 머물렀는데, 남편은 20대 시절 이곳을 방문한 적이 있다고 했다. 당시의 베니스 비치는 스케이트보더와 술 취한 사람들, 자유분방한 시위자들이 어울려 다니는 다소 거친 분위기의 동네였다. 지금도 그런 사람들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이제는 인근 애벗 키니 불러바드를 따라 세련된 부티크와 레스토랑들이 들어서 있다. 이 길게 뻗은 아름다운 거리는 여유롭게 산책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인데, 사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그런 경험을 하기가 쉽지 않다.
건축가와 함께 여행하는 일은 때로 위험할 수 있다. 나는 수많은 여행에서 메러디스가 창문을 왜 그런 위치에 설치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누군가의 어리석은 설계를 못마땅해하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하지만 V 호텔은 그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한때 찰리 채플린과 배우 클라라 보가 머물렀던 이곳은 세련된 감각으로 새롭게 재탄생했으며, 무엇보다도 특별한 분위기를 자랑한다.
로스앤젤레스 도심에서 운전하는 일이 악명 높다는 이야기는 과장이 아니었다. 도시의 폭만 해도 40마일(약 64km)에 이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메러디스는 10개 차선이 이어지는 복잡한 도로를 능숙하게 헤쳐나가며 놀랄 만큼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우리 여행의 다음 여정은 다시 테메큘라에서 시작되는 로드 트립이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예전에 미국에서 운전해본 적은 있지만, 그건 아주 오래전 이야기다. 둘이 함께 여행한다는 것의 즐거움 중 하나는 상대가 훨씬 더 잘하는 일이 있다면 굳이 스스로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일 것이다.
캘리포니아는 영국 전체 면적의 두 배에 달하는 거대한 주다. 볼거리 또한 무궁무진하다. 캘리포니아를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인 조앤 디디온(Joan Didion)은 언젠가 이렇게 썼다. “이 광활하고 빛바랜 하늘 아래에서 대륙은 끝이 난다.” 우리는 캘리포니아 관광청(Visit California)이 여행 계획을 도와준 것에 깊이 감사했다. 관광청은 우리의 취향과 관심사에 맞춰 세심하게 여행 일정을 짜주었고, 이동 시간과 경로는 물론 호텔과 숙소까지 추천해 주었다. 메러디스와 나는 휴가를 보내는 방식에 대해 종종 서로 다른 생각을 갖고 있지만, 한 가지에 대해서만큼은 의견이 일치했다. 더 많은 바다를 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우리의 첫 번째 목적지는 캘리포니아 중부 해안 지역인 SLO 캘(SLO Cal, 샌루이스오비스포 카운티의 별칭)에 위치한 문스톤 비치의 화이트 워터 호텔이었다. 우리는 해변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마도요와 검은굴잡이새의 울음소리를 들었고, 그렇게 다섯 시간에 걸친 자동차 여행의 피로를 털어냈다. 호텔에서 제공하는 자전거를 타고 작은 마을 캄브리아로 향해 가며 빈티지 상점과 갤러리를 여유롭게 둘러보기도 했다. 저녁에는 브리지(Brydge)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는데, 겉보기에는 개인 주택처럼 소박한 곳이었지만 이번 여행 최고의 식사를 선사했다. 트러플 오일에 구운 버섯, 염소 치즈와 헤이즐넛, 감·귤 오일을 곁들인 비트, 브라운 버터에 구운 가자미와 치폴리니 양파, 펜넬이 차례로 나왔고, 마지막으로 훈제 소금을 더한 피스타치오 아이스크림으로 마무리했다. 몬터레이에서 가장 훌륭한 호텔로 꼽히는 세븐 게이블스에서 메러디스의 생일을 축하했다. 빅토리아 양식의 저택으로, 만(灣)을 향해 시원하게 펼쳐진 전망을 자랑하는 이곳은 헨리 제임스 소설 속 인물들이 편안히 머물 법한 공간이다.
이제는 오롯이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이었다. 몬테시토에서 피시앤칩스를 먹고, 허스트 빈야드에서 와인 시음을 즐기고, 카멜을 방문했다. 그곳에서는 놀랍게도 메러디스조차 모르고 있던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해변 주택을 발견하기도 했다. 향긋한 허브와 마법 같은 분위기의 고사리들이 우거진 개울가를 따라 산책했고, 푸른어치가 우리 주변을 깡충거리며 돌아다니는 가운데 점심 식사를 했다. 빅서에 있는 트리본스에서는 아름다운 유르트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해변에서 코끼리물범들이 울부짖는 소리를 들으며 잠들었고, 메러디스는 리조트 부지를 유유히 가로지르는 보브캣 한 마리를 발견했다. 마치 이곳의 주인인 양 태연하고도 멋진 모습이었다. 트리본스에서 나는 마사지를 예약했는데, 그것은 지금까지 받아본 마사지 중 가장 강렬한 경험이었다. 테라피스트는 내 몸을 이리저리 낯선 방식으로 움직였고, 어느 순간 나는 다리가 귀까지 올라간 메뚜기라도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회색 머리를 땋아 늘어뜨린 70대 후반의 이 여성은 놀라울 만큼 강한 힘을 지니고 있었는데, 인근 에살렌에서 시작된 바디워크 운동의 창시자 중 한 명이었다. 에살렌은 1960년대 초 설립된 캘리포니아의 자기변화 및 성장 센터로 세계적으로 유명새를 얻고 있다.
마침내 메러디스와 나는 라임 킬른 워크의 장엄한 레드우드 숲 사이를 거닐게 되었다. 황금빛 햇살과 잔잔한 개울이 어우러진 그 풍경은 우리를 놀라움 속에 말없이 머물게 했다. 햇살이 가득한 높은 언덕에 자리를 잡고 점심을 먹으려 하자, 발아래 짓이겨진 오레가노와 레몬그라스, 로즈메리의 향이 은은하게 피어올랐다. 그때 갈색 펠리컨 무리가 우리 머리 위를 가로질러 날아갔는데, 마치 영국 공군 곡예비행단 레드 애로의 에어쇼를 보는 듯한 장관이었다.
그 후 우리는 요세미티로 향해 터널뷰에서 일출을 감상하고, 미러레이크까지 걸어가 준비해 온 피크닉을 먹었다. 쌍안경으로 아찔한 화강암 절벽을 조금씩 기어오르는 암벽등반가의 모습도 지켜보았다. 나는 오래전부터 실버 에어스트림에서 하룻밤 묵어보고 싶었는데, 여행의 마지막 밤은 오토캠프 요세미티에서 보내게 되었다. 향기로운 몬터레이 소나무 숲 사이에서 화덕 피자를 먹으며 시간을 보내는 동안, 덱에서 노래하던 재즈 가수의 목소리에 어딘가 신비로운 올빼미의 울음소리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이번 여행은 오감이 즐거운 경험으로 가득했다. 심지어 지금은 산타크루스에 거주하는 마더피스 타로의 공동 창안자이자 여성학자 비키 노블에게 타로 리딩까지 받을 수 있었다. 대화를 나누던 중 그녀가 세상을 떠난 내 친구 샐리 클라인의 책을 좋아하는 독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것 또한 특별한 인연처럼 느껴졌다. 나는 미래를 상징하는 ‘태양’ 카드를 뽑았다. 따뜻함과 빛으로 가득한 캘리포니아의 태양 에너지. 어떤 과정을 지나 마침내 앞으로 나아가는 힘. 혼자일 수 있는 강인함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할 수 있는 행복. 그것이 지금의 나에게 남겨진 메시지였다.
빅서에서 아주 작은 붉은목벌새 한 마리가 내 눈앞으로 날아와 잠시 공중에서 빙글 돌더니 순식간에 사라진 순간이 있었다. 그때 문득 히드로 공항 보안 검색대의 화면에서 빛나던 내 타로 카드가 떠올랐다. 만약 이번 여행을 타로 카드 한 장으로 표현한다면 그것은 분명 ‘컵 10(Ten of Cups)’일 것이다. 내 잔은 넘쳐흐르고 있었다. 어쩌면 한 사람이 품을 수 있는 것보다도 더 많은 기쁨으로 가득 차서 말이다.
Credit
- 글/ Jill Dawson
- 번역/ 채원식
- 사진/ Luciano, Jonny Valiant, Courtesy of AutoCamp, Treebones Resort, Kodiak Greenwood, Getty Images
- 디자인/ 이예슬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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