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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에서 베니스로 향하는 가장 럭셔리한 기차 여행, 라 돌체 비타 오리엔트 익스프레스

활기 넘치고 호사스러운 이탈리아 면면을 들여다보는 여행 방식, 라 돌체 비타 오리엔트 익스프레스.

프로필 by 안서경 2026.07.12

A TALE OF TWO CITIES


로마에서 베니스로 향하는 새로운 오리엔트 익스프레스에 올랐다. 시대를 거슬러 올라간 듯 고전적인 우아함이 조금도 바래지 않은 세계로 발을 들이는 시간. 창밖으로는 완만한 언덕으로 고대 유적이 이어지고, 르네상스의 향기가 스민 풍경이 펼쳐진다.


로마 중심부에서 보이는 바티칸 풍경.

로마 중심부에서 보이는 바티칸 풍경.

최상의 모험은 설렘에서 시작된다. 새로운 ‘라 돌체 비타 오리엔트 익스프레스(La Dolce Vita Orient Express)’에 오르기까지, 나의 기대감은 열차 출발 48시간 전부터 차곡차곡 쌓여갔다. 공항에 도착하자 리무진이 로마에 자리한 라 미네르바로 향했다. 오리엔트 익스프레스가 처음 선보인 호텔이다. 판테온 옆 로마 역사 지구 중심부에 자리한 이 호텔은, 이탈리아 수도를 찾는 ‘그랜드 투어’ 여행객이 급증하던 1811년에 처음 문을 열었다. 프랑스 소설가 스탕달, 파블로 피카소와 장 콕토 같은 예술가도 즐겨 찾던 곳이다. 이후 이탈리아의 럭셔리 호스피탈리티 그룹 아르세날레(Arsenale)가 프랑스 호텔 그룹 아코르, 럭셔리 기업 LVMH와 협력해 대대적인 복원 작업을 진행했으며, 라 돌체 비타 오리엔트 익스프레스의 개통에 맞춰 새롭게 문을 열었다.

화려한 인테리어는 오리엔트 익스프레스 초기 객차에 사용된 여행용 트렁크와 가죽 스트랩, 바퀴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침구 역시 당시와 같은 리볼타 카르미냐니(Rivolta Carmignani) 제품을 사용한다. 하지만 가장 환상적인 것은 로마의 유구한 풍경을 한눈에 담아내는 360도 전망이다. 아래로 미네르바 광장의 베르니니 코끼리와 오벨리스크가 보이고, 그 너머로 판테온의 거대한 돔이 장엄하게 펼쳐진다.

최근 로마에 문을 연 주요 호텔들을 나열해보면 소호 하우스, 식스 센스, 불가리, W 호텔, 로즈우드 등이 있지만, 단연 돋보이는 곳은 라 미네르바다. 이곳의 럭셔리는 단순한 화려함이 아니라 장소성과 맥락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이탈리아의 유산과 장인정신을 세심하게 드러낸다. 밀라노의 전통 바버숍 에레디 주카(Eredi Zucca)의 비누와 어메니티는 한 차원 높은 품격을 더하고, 새틴 소재의 아이 마스크는 치네치타(Cinecittà) 영화 스튜디오의 황금기를 떠올리게 한다. 특히 소피아 로렌을 연상시키는 매듭 장식의 실크 터번 스타일 샤워 캡은 각별한 인상을 남긴다. 활기 넘치는 바에 앉아 말쑥한 정장의 남성들과 화려하게 차려입은 여성들을 보고 있자니 열차에 함께할 동승객들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음 날, 로마에서 베니스까지 가는 라 돌체 비타의 첫 왕복 운행을 앞두고, 출발지인 로마 오스티엔세 역에서 벨벳으로 꾸며진 아르데코풍 전용 라운지에 있는 한 부부 가 시선을 붙들었다. 남편은 이탈리아 배우 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를 빼닮았고, 그의 아내는 세월을 비켜간 듯 우아한 모습이었다. 오전 10시였지만 그들은 이미 드라이 마티니를 주문하고 있었다. 우리는 어느새 평행우주에 들어선 듯했다. 평범한 일상의 규칙이 통하지 않는 시간. 재즈 트리오의 연주가 흐르는 가운데 승강장에는 제복을 갖춰 입은 직원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우리는 티켓을 제시하며 열차에 올랐다. 이윽고 엔진이 윙윙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열차는 시속 80킬로미터의 여유로운 속도로 부드러운 선로 위를 미끄러지듯 달려 나갔다. 창밖으로는 산타마리넬라와 산타세베라의 작은 해안 마을이 스쳐 지나갔다. 멀리 언덕 위로 요새 마을 탑들이 솟아 있고, 골이 진 밭이 펼쳐진 풍경은 르네상스 거장들의 그림 속 세계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했다. 그 풍경은 마치 영화 필름의 한 장면과 같이 창밖으로 흘러갔고, 나는 몽상에 빠져 있다가 객실 방송으로 들려온 점심 식사 안내에 비로소 현실로 돌아왔다.


부티크 호텔 라 미네르바의 바. 부티크 호텔 라 미네르바의 바. 유서 깊은 역사를 간직한 라 미네르바 호텔의 과거 사진. 유서 깊은 역사를 간직한 라 미네르바 호텔의 과거 사진. 유서 깊은 역사를 간직한 라 미네르바 호텔의 과거 사진.

식당 객차의 날렵한 기하학적 패턴과 그래픽 디자인은 디자이너 지오 폰티에 대한 오마주이며, 디모레 스튜디오가 완성한 옅은 녹색 래커 벽면은 1960~70년대 이탈리아 디자인 미학을 떠올리게 한다. 자리에 앉자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민들레 홀씨처럼 우아한 승무원들이 무대 뒤편에서 등장해 테이블 사이를 유려하게 오가며 카나페와 음료를 내놓는다. 정원 창고만 한 작은 주방에서는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을 이끄는 셰프 하인츠 벡이 선보이는 완벽한 6코스 요리가 차례로 준비된다. 식사는 타르텔레타 콘 코다 디 비텔로 에 젤 알 삼부코(tartelletta con coda di vitello e gel al sambuco), 즉 송아지 꼬리와 엘더플라워 젤을 올린 타르틀레트와 프란차코르타(Franciacorta) 스파클링 와인으로 시작된다. 이탈리아 여러 지역을 지나는 열차의 여정마다 서로 다른 메뉴에도 그 지역만의 미식 전통이 반영된다. 이 풍성한 한입 요리는 이탈리아 중서부 마렘마 지역의 카우보이 문화를 상징한다. 그곳의 초원은 엘더플라워로 둘러싸여 있고, 파수꾼처럼 서 있는 사이프러스 나무 아래에는 야생 군마와 소 떼가 모여든다. 서쪽으로는 티레니아해(Tyrrhenian Sea)가 펼쳐져 있었고, 잠시 거칠어진 오후의 바다 물결은 마치 주름진 철판처럼 수평선 너머로 이어졌다.

이 열차의 매력 중 하나는 누구나 다니는 뻔한 여행 코스를 벗어난다는 점이다. 다음 날 시에나에서의 특별 프로그램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는 시에나 팔리오(Palio di Siena) 경주에서 여러 차례 우승한 기수 디노 페스(Dino Pes)와 함께 마구간을 둘러보는 특별 투어에 참여했고, 다른 승객들은 시에나의 명성을 쌓는 데 큰 역할을 한 14세기 전통의 금박화 기법을 배우며 섬세한 장인 기술을 체험했다. 그날 저녁 베니스에서는 클래식 모터보트 리바를 타고 보름달 아래 운하를 따라 이동해 팔라초 나니 베르나르도에서 열린 만찬에 참석했다. 1550년대부터 같은 가문이 소유해온 이 궁전은, 일반 여행객이라면 쉽게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한 시간을 선사했다. 앞으로 1년 안에는 오리엔트 익스프레스가 운영하는 팔라초 도나 지오바넬리(Palazzo Donà Giovanelli) 호텔도 베니스에 문을 열 예정이다. 이탈리아 디자인의 정수를 담을 이 공간은, 여행자들이 도시의 매력에 조금 더 오래 머물고 싶게 만드는 이유가 될 것이다.

국적도 취향도 다른 까다로운 승객들을 만족시키면서 매 여정마다 새로운 경험을 구성해야 하는 고객 서비스 팀의 고충은 아마 상당할 것이다. 하지만 승객 입장에서는 그 모든 것이 짜릿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브린디시의 한 공장에서 방치되어 있던 이 객차들을 되살리는 데 무려 2억 2천만 파운드가 투자된 만큼, 이 프로젝트를 구상한 아르세날레의 최고경영자 파올로 바를레타에게도 그 부담은 결코 적지 않다. 물론 31개 객실 중 하나에 하룻밤 최소 3천 파운드 이상을 지불하는 승객들의 기대 역시 그만큼 높다. 그러나 북부의 트러플 산지부터 남부 시칠리아에 이르기까지 이탈리아 전역을 누비는 8개 여정이 높은 예약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은, 라 돌체 비타가 시대정신을 정확히 읽어냈음을 보여준다. 느린 여행에 대한 갈망, 빈티지한 매력, 역사적 맥락, 그리고 의미 있는 경험을 추구하는 현대 여행자들의 욕구를 성공적으로 포착한 것이다. 앞으로는 사우디아라비아, 우즈베키스탄, 아랍에미리트, 이집트를 운행하는 새로운 아르세날레 럭셔리 열차도 선보일 예정이다. 끊임없이 흔들리고 불안과 조급함이 일상이 된 시대에, 시간이 잠시 멈춘 듯한 이 특별한 공간이 최고의 선망의 대상으로 떠오른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적어도 우리 중 일부에게는. 나 역시 끊임없이 움직이는 열차 안에서 더 잘 자고 더 잘 일하는 시간을 보냈다. 자정이 지난 뒤 열차가 측선에 멈춰 네 시간 동안 휴식을 취할 때는 오히려 잠이 오지 않았다. 여행 사흘째, 열차가 천천히 오스티엔세 역으로 돌아오자 나는 이 아늑한 세계를 떠나기가 아쉬워졌다. 하지만 오전 10시 38분에 출발하는 트렌이탈리아 열차를 타면 같은 선로를 따라 다시 마렘마로 향할 수 있다. 친구들과 주말을 보내기 위해 카팔비오로 가는 그 여정의 비용은 단 8유로에 불과하다.

현실로 돌아온 신데렐라가 된 기분으로, 나는 빈자리 없는 역에서 여행 가방 위에 걸터앉아 있었다. 이 모든 것이 정말 꿈이었던 걸까? 유리구두를 두고 온 것은 아니지만, 내가 그 시간을 실제로 경험했다는 증거는 남아 있다. 떠날 때 기념으로 건네받은 오리엔트 익스프레스 로고가 새겨진 벨벳 슬리퍼다. 신기하게도 그것은 내 발에 꼭 맞았다. 라 돌체 비타 오리엔트 익스프레스는 1박 여정 기준 약 3천 파운드(약 607만원)부터 이용할 수 있으며, 요금은 여행자의 선호 일정과 출발 날짜에 따라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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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글/ Catherine Fairweather
  • 번역/ 채원식
  • 사진/ Alexandre Tabaste, Mr Tripper, Unsplash, Getty Images
  • 디자인/ 이예슬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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