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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 다음은 여기? 광진구가 심상치 않다

군자부터 중곡, 아차산, 구의동까지. 작지만 개성 있는 가게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한 광진구의 새로운 핫플레이스 9.

프로필 by 최노아 2026.09.07
10초 안에 보는 요약 기사
  • 성수와 연남, 을지로를 이을 새로운 '뜨는 공간' 광진구에 주목할 것.
  • 카페부터 와인바, 식당까지. 하루를 꽉 채워 보낼 수 있는 광진구의 여러 공간을 소개한다.
  • 웨이팅 필수인 핫플레이스 뿐만 아니라 주민들만 아는 찐 맛집까지! '사람 냄새' 나는 가게들을 살펴 본다.

서울에서 동네가 뜨는 순서에는 대체로 공식이 있었다. 임대료가 싼 지역에 젊은 사람들이 거주하면, 작업실이나 크리에이티브한 공간들이 들어오고, 그 주변으로 카페와 브런치 등 ‘힙한’ 공간이 생기고, 그렇게 특정 동네에 사람이 몰리면 임대료가 오른다. 처음 터를 잡았던 사람들은 그 근처나 옆 동네로 점점 옮겨 간다. 성수연남을지로 모두 이 공식에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우리가 주목해야 할 다음 ‘뜨는 동네’ 후보지를 꼽는다면 어디일까. 성수 주변을 둘러보면 답이 있다.


유력한 후보는 다름 아닌 광진구다. 정확히는 광진구 북부다. 같은 구 안에서도 건대입구의 대학가나 자양동 한강변과는 무드가 좀 다르다. 어린이대공원을 가운데 두고, 서쪽으로 7호선 군자·중곡, 동쪽으로 5호선 아차산역과 구의동이 이어지는 구역을 주목하자. 대학가도 아니고 관광지도 아닌, 저층 주택과 작은 상가가 늘어선 평범한 동네다. 그런데, 이 일대에 개성과 결이 전혀 다른 가게들이 하나씩 생기고 있어서다. 일본 레트로 킷사텐, 손으로 다 만드는 브런치 카페, 스페셜티 커피 로스터리, 사퀴테리 전문점, 심지어 서촌에서 이름을 알린 카페가 두 번째 매장을 내기도 했다.


또한, 동네가 흥미로운 건 성수가 ‘뜨는 동네’가 된 과정과 완전히 반대라는 점이다. 성수는 공장과 창고라는 비어 있는 대형 공간에서 시작했다. 브랜드가 들어와 플래그십과 팝업을 열었다. 처음부터 ‘관광’과 ‘소비’를 위한 목적지로 만들어진 동네인 셈이다. 그러나, 광진구는 여전히 작은 건물 안에 개인이 낸 공간들이 많다. 대형 브랜드가 들어올 자리도 없고, 그래서 개인이 하는 작은 가게들만 생긴다. 생활권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도 다르다. 성수는 사람이 몰리면서 원래 그곳에 살던 사람들의 일상이 밀려났지만, 이 동네는 여전히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주거지가 중심이다. 데케드 파크가 학교와 주택 사이에 있고, 아차산 아래의 손두부집들은 아침 6시에 문을 연다. 핫플레이스 리스트라기보다 남의 동네에 잠깐 놀러가는 느낌이 들 것. 아차산뚝섬한강공원이 양쪽에 있어 산책까지 붙이면 하루가 채워진다.



각양각색의 매력을 가진 다섯 가게



문을 열면 1980년대 도쿄, 카페 라벤다

사진/ 라벤다 업체 인스타그램

사진/ 라벤다 업체 인스타그램

중곡동 골목에 일본 레트로 킷사텐이 문을 열었다. 짙은 보라색 카펫에 앤틱 가구, CD 플레이어로 트는 음악까지. 요즘 서울에서 보기 드문 킷사텐 감성을 제대로 살려둔 곳이다. 공간이 아담해서 아지트 같은 느낌이 나는 것도 이 집의 매력. 킷사텐(喫茶店)은 일본식 다방 정도로 옮길 수 있는데, 커피를 내주면서 식사도 함께 파는 형식이 특징이다. 여기서 꼭 먹어야 하는 건 나폴리탄 스파게티다. 새콤달콤한 케첩 소스에 옛날 일본 경양식의 문법이 그대로 살아 있다. 모닝 플레이트커피메론소다를 곁들이면 분위기가 완성된다고 금요일과 토요일은 밤 10시까지 여니, 늦은 저녁에도 들르기 좋다.


이런 날에 혼자 오래 앉아 있고 싶은 밤. 노트북보다는 읽고 싶은 책 한 권을 들고 갈 것을 권한다.

서울 광진구 중곡동 33-1 1층



정성으로 만드는 브런치, 올리카

사진/ 올리카 업체 인스타그램

사진/ 올리카 업체 인스타그램

군자역 인근의 브런치 카페 겸 와인 바. 연녹색 톤의 인테리어에 큰 창이 나 있고 그 너머로 작은 정원이 보인다. 커피만 파는 곳이 아니라 식사 한끼도 충분하다. 잠봉루꼴라 샌드위치클래식 잠봉뵈르 샌드위치, 그래놀라 넛바가 들어간 샌드위치까지. 생각보다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특히 직접 정성스레 만드는 풀드포크 샌드위치는 하루 5개만 한정 판매한다. 그 외에도 퐁당 오 쇼콜라나, 피칸 쿠키 등 커피와 곁들여 먹을 디저트도 마련되어 있다. 육각형처럼 뭐든 다 잘하는 곳. 바삭한 그래놀라와 요거트가 특히 평이 좋다. 메뉴들 중 어느 하나 대충 내는 접시가 없고, 재료를 전부 직접 만들어 쓰기에 잘 차려낸 한 끼 식사를 먹은 느낌이 든다. 저녁에는 와인 바로 변모하니, 오래 이야기하기도 좋다.


어떤 날에 제대로 된 한 끼가 필요한 낮. 저녁 시간, 도란도란 이야기 하며 와인 한 잔 마시고 싶을 때.

서울 광진구 천호대로109길 53 1층



동네 안 작은 유럽 델리, 포르코 디 마레

사진/ 포르코 디 마레 업체 인스타그램

사진/ 포르코 디 마레 업체 인스타그램

군자역 인근에 최근 문을 연 살루메리아. 살루메리아는 살라미프로슈토 같은 육가공품과 치즈를 파는 이탈리아식 델리를 말한다. 사장이 배낭여행에서 본 유럽의 정육점들을 떠올리며 공간을 만들었다고. 조용한 주택가에 자리한 작은 매장이라 처음 문을 열고 들어서면 동네 아지트에 들어온 기분이 든다. 샤퀴테리를 직접 만든다는 것이 포인트. 그래서 쇼케이스에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그뤼예르, 체더, 브리 같은 치즈와 살라미가 진열돼 있고, 그 위엔 피클과 올리브가 놓인다. 종류마다 가격이 붙어 있어 원하는 만큼만 살 수 있으니 조금씩 맛보기에도 좋다. 샌드위치는 잠봉뵈르, 잠봉 루꼴라 샌드위치, 모르타델라 샌드위치 뿐. 잘하는 것만 내겠다는 뚝심이 보인다. 에디터의 추천은 모르타델라 샌드위치다. 얇게 슬라이스한 모르타델라가 겹겹이 들어가고 그 위에 크리미한 치즈와 바질 소스가 올라간다. 샌드위치에서 중요한 건 재료를 많이 넣는 것이 아니라 재료가 그 자리를 지키는 것이라는 걸 확인하는 한 입이다.


이런 날에 집에서 와인 마시겠다고 마음 먹은 날. 잘 만든 치즈와 햄을 따로 사 가도 좋다.

서울 광진구 능동로32길 53 1층 상가 101호



자꾸만 찾고 싶은 동네 카페, 은근한 방앗간

사진/ 은근한 방앗간 업체 인스타그램

사진/ 은근한 방앗간 업체 인스타그램

아차산역 근처 아주 작은 골목에 위치한 작은 동네 카페다. 등산 이후에 무조건 한식을 먹고 싶지 않고, 맛난 커피 한 잔과 샌드위치를 가볍게 먹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꼭 추천하고 싶은 곳. 알고 보면 숨은 샌드위치 맛집이다. 당근 라페 잠봉 샌드위치카프레제 샌드위치, 꿀 살구잼 잠봉 샌드위치가 대표 메뉴이고, 디저트로는 단호박이나 무화과 등 제철 재료를 사용한 치즈케이크가 있다. 친절한 접객과 부담스럽지 않은 환대가 좋아, 참새방앗간처럼 자꾸만 들르게 된다. 아기자기한 인테리어에 아지트 같은 고요하고 포근함이 있다.


이런 날에 이른 아침 산행 후 내려와 아침 대신 브런치로 제격.

서울 광진구 구의동 50-16



서촌 핫플레이스의 두 번째 보금자리, 데케드 파크

사진/ 데케드 파크 업체 인스타그램

사진/ 데케드 파크 업체 인스타그램

서촌의 핫플레이스로 알려진 카페 데케드가 두 번째 공간을 광진구 구의동에 열었다. 공간부터 눈에 띈다. 어린이 대공원 근처라, 파크라는 이름이 붙었다. 멀리서도 시선을 붙드는 건물의 1층, 높은 층고에서 오는 개방감을 레드와 화이트로 채웠다. 오픈 키친이라 만드는 과정이 그대로 보인다. 북유럽 감성을 담은 시그니처 메뉴 모닝번플레이트는 하바티 치즈가 들어간 모닝번에 모르타델라, 반숙란, 블루베리 콩포트, 그리고 휘핑한 이즈니버터와 말돈 소금 조합은 풍성하고 기분 좋은 한 끼를 만들어 준다. 어린이대공원 러닝 후에 들려보기를 권한다.


이런 날에 조용히 하루를 시작하고 싶은 날이라면 여기부터.

서울 광진구 자양로37길 55




커피 말고 든든하게 배를 채울 맛집 네 곳



산행 후엔 두부지, 아차산 할아버지 손두부

사진/ 아차산 할아버지 손두부 업체 제공

사진/ 아차산 할아버지 손두부 업체 제공

아침 6시부터 문을 연다. 오래된 집인 만큼, 아차산을 찾는 등산객에게는 당연히 들러야 하는 필수 코스와도 같다. 매장에서 직접 만드는 순두부와 모두부 두 가지가 대표 메뉴다. 막걸리 종류가 다양하고 값도 싸서 하산 후에 들르는 사람이 많다. 메뉴는 단순한데 두부 맛은 단순하지 않은 집. 월요일은 휴무다. 아차산에 다녀온 날, 그냥 지나치기는 어렵다. 등산화 신은 채로 들어가도 어색하지 않은 곳이다.


서울 광진구 자양로 324 / 06:00~22:00, 월요일 휴무



진정한 멕시칸을 맛보려면, 멕시칼리

사진/ 멕시칼리 업체 제공

사진/ 멕시칼리 업체 제공

평범한 주거 지역에 있지만, 국내 멕시칸 플레이스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집이다. 소고기 케사디야과카몰리, 특히 피쉬 타코가 대표 메뉴이고, 나초는 주문이 들어가야 튀긴다. 다만 대기가 길어서, 20분에서 한 시간까지 각오하는 편이 낫고 주차는 어렵다. 그럼에도 이곳을 가야만 하는 이유는 서울에서 제대로 된 생선 타코를 파는 곳이 많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서울 광진구 천호대로 634 / 11:30~22:00



푹 고아 낸 곰탕 한 그릇, 곰곰탕

사진/ 곰곰탕 업체 인스타그램

사진/ 곰곰탕 업체 인스타그램

중곡동에 생긴 돼지 곰탕집. 맑은 돼지 육수에 얇게 저민 수육이 들어가는 구성으로, 잡내 없이 깔끔하다는 평이 많다. 토렴이 잘 된 곰탕에 골뱅이 무침 소스 베이스 에 골뱅이 대신 돼지고기를 넣은 듯한 제육무침이 일품. 제육무침을 곁들인 세트가 인기이고, 함께 나오는 다진 양념을 고기에 얹어 먹는 방식이 이 집의 정석이다. 잘게 썬 깍두기와 배추김치, 고추 다짐이 사이드로 나온다. 일요일은 휴무다.

서울 광진구 용마산로 128 1층



줄 서도 못사는 만두, 이화만두

사진/ 이화만두 업체 인스타그램

사진/ 이화만두 업체 인스타그램

오픈런 안 하면 못 먹는 군자역 전설의 만두집이다. 오픈부터 줄 서는 곳으로 유명한데, 만두는 11시, 5시 하루 두 번 나와서 늦게 가면 품절되는 경우가 많다. 바로 먹지 못하면 전자레인지에 30초 이상 돌려먹으면 만두피가 완전 쫄깃해지기 때문에 한 팩만 사기는 아깝다. 만두 하나가 손바닥 만한 크기라, 웨이팅도 한 팩에 7000원이라는 가격도 전혀 아쉽지 않다.

서울 광진구 능동로 278-1




추천하는 주변 산책 코스



동쪽 5호선 아차산역 쪽에는 은근한 방앗간과 멕시칼리가 있고, 어린이대공원 근처에는 데케드 파크, 군자·중곡 쪽에 올리카와 라벤다가 있다. 소개한 곳들은 걸어서도 이어지고 버스로도 금방이니, 하루에 다 도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동선은 크게 두 갈래로 짤 수 있다. 일단 산으로 시작하는 아차산 코스는 아침에 오르는 편이 낫다. 해발 295.7m로 높지 않아 왕복 두 시간이면 충분하고, 정상에서 한강과 서울 동부가 내려다보인다. 아차산 아래에 할아버지 손두부가 있어 내려오자마자 끼니를 해결할 수 있고, 아차산역 주변에 은근한 방앗간, 조금 더 가면 멕시칼리가 있으니 하산 후 동선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군자 쪽으로 이동해 올리카에서 커피와 디저트, 혹은 늦은 브런치를 먹어도 좋다. 이렇게 오전에 카페를 돌아보고, 오후에는 뚝섬한강공원으로 내려가봐도 좋다. 마침 노들섬이 9월 1일부터 서쪽 수변공간을 일부 다시 열었으니, 뚝섬을 지나 한강을 따라 서쪽으로 더 가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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