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어'·'최종면접'·'100일의 거짓말'…우리는 누구의 말을 믿는가
진실을 찾는 심리전부터 정체를 숨기는 생존까지, 거짓말이 드러낸 신뢰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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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거짓말은 기필코 드러나길 원하고, 어떤 거짓말은 끝내 지켜지길 바란다. 스크린과 안방극장 앞에서 갈리는 대중의 시선이다. MBC 금토드라마 <라이어>가 두 남녀의 엇갈린 진술로 진실을 캐묻고, 영화 <최종면접>이 폭로를 통해 인물의 가면을 벗겨낸다면, tvN 토일드라마 <100일의 거짓말>은 위장한 정체가 탄로 날까 애를 태운다. 세 작품 속 거짓말은 단순한 트릭에 머무르지 않는다. 거짓을 파고드는 과정은 곧, 우리가 타인을 무엇으로 신뢰하고 의심해왔는지를 묻는 거울이 된다.
믿음직한 얼굴은 진실의 증거일까, <라이어>
MBC 금토드라마 <라이어> 스틸
MBC 금토드라마 <라이어> 스틸
<라이어>는 하나의 밤을 둘러싼 정반대의 진술에서 출발한다. 초등학교 사서교사 강지선(서현진)과 심장외과 전문의 민준호(유연석)는 설레는 첫 데이트를 마친 이튿날, 각각 성폭력 피해와 합의된 만남을 주장하며 팽팽히 대립한다. 드라마는 상충하는 단서들을 흩뿌리며 시청자의 믿음을 흔든다. 누구의 설명이 더 논리적인지, 표정과 태도에 어색한 틈은 없는지 짚어가다 보면 시청자 역시 배심원의 시선으로 사건을 응시하게 된다.
여기서 돌아보게 되는 것은 판단의 근거다. 의사라는 번듯한 직업과 반듯한 태도는 준호의 해명에 과연 얼마만큼의 정당성을 부여하는가. 차분한 태도가 곧 진실의 보증수표는 아니며, 격앙된 반응이 곧 허위의 증거가 될 수도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말의 내용과 말하는 이의 겉모습을 온전히 떼어놓지 못한다. <라이어>의 진실 공방은 두 인물의 거짓말을 파헤치는 것을 넘어, 인상과 평판을 사실로 오인해온 우리의 익숙한 판단 방식을 꼬집는다.
폭로 한 장이면 한 사람을 알 수 있을까, <최종면접>
영화 <최종면접> 스틸
<라이어>가 진술을 신뢰하는 기준을 흔든다면, <최종면접>은 사람을 평가하는 자리 자체를 의심의 무대로 바꾼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마지막 관문에 오른 여섯 지원자(조이현, 김재원, 신승호, 강유석, 곽동연, 배강희)에게 주어진 과제는 단 한 명의 합격자를 자체 투표로 결정하는 일이다. 동료였던 이들이 생존을 겨루는 경쟁자로 바뀐 찰나, 각자의 어두운 과거를 들추는 의문의 폭로 봉투가 나타난다.
면접은 원래 극히 짧은 시간과 몇 줄의 정보로 한 사람을 재단하는 자리다. 지원자는 가장 그럴듯한 자신을 연출하고, 평가자는 그 안에서 진짜 모습을 꿰뚫어 보려 한다. <최종면접>은 그 틈새에 '폭로'를 끼워 넣는다. 잘 다듬어진 이력서가 봉투 속 거친 텍스트와 부딪히는 순간, 끈끈했던 유대는 불신으로 무너져 내린다. 범인을 찾아가는 미스터리 뒤편에는, 작은 파편 하나에 기대어 한 인간을 너무 쉽게 단정해버리는 우리 사회의 잔인한 관성이 웅크리고 있다.
들켜서는 안 되는 진실, <100일의 거짓말>
tvN 토일드라마 <100일의 거짓말> 스틸
<100일의 거짓말>에 이르면 거짓말을 마주하는 시선의 온도는 사뭇 달라진다. 1930년대 일제강점기 경성, 소매치기 이가경(김유정)은 독립군과의 거래를 통해 조선총독부에 위장 잠입하고, 엘리트 통역관 사토 히데오(박진영) 역시 각자의 비밀을 숨긴 채 그와 마주 선다. 가경에게 위장 신분을 지켜내는 일은 거창한 독립의 대의에 앞서, 자신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한 절박한 생존의 방패다.
tvN 토일드라마 <100일의 거짓말> 스틸
흥미로운 것은 시청자의 태도 변화다. 앞선 이야기들에서 거짓의 가면을 벗겨내려 안간힘을 썼다면, 여기서는 반대로 그 거짓이 완벽히 성공하기를 바라며 숨을 죽인다. 가면이 벗겨지는 순간 파멸과 죽음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거짓말의 무게가 같을 수는 없다. 식민 권력을 지키려는 총독부 관료들의 교활한 기만과, 가혹한 폭압 속에서 자신을 지워야 했던 이들의 위장은 출발선부터 다르다. 드라마는 묻는다. 진실을 말하는 순간 삶이 부서지는 야만의 시대 앞에서, 과연 '정직'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허락된 선택지였는가.
거짓말의 퍼즐을 맞추고 위장의 성패를 쫓다 보면, 결국 질문의 화살은 타인을 손쉽게 재단해온 우리 자신을 겨눈다. 우리는 과연 그 사람의 진실을 믿었던 것일까, 아니면 매끈한 평판과 그럴듯한 인상, 혹은 '내가 믿고 싶었던 이야기'를 믿은 것일까.
Credit
- 사진 / MBC·tvN·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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