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 강회장'을 통해 뒤바뀐 운명으로 만난, 이준영과 이주명
강용호 회장과 막내딸 강방글. 아빠와 딸로 만난 두 사람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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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WITCH
다른 사람의 삶으로 두 번째 생을 살아갈 수 있다면. <신입사원 강회장>이 그리는 교차된 선 안에서, 서로를 마주한 이준영과 이주명.
이주명이 착용한 재킷, 스커트, 스타킹, 슈즈는 모두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귀고리는 1064 Studio. 반지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준영이 착용한 시스루 셔츠, 팬츠, 슈즈는 모두 Maison Margiela.
레이어드 슬리브리스는 Ami.
드레스, 이너 팬츠는 Sportmax.
하퍼스 바자 오늘 촬영장에 고혜진 PD가 응원차 방문해서 두 사람과 함께하게 된 이유를 물어볼 수 있었어요. 주인공 강용호 회장은 마냥 선한 인물이 아니기에, 준영 씨 얼굴에 공존하는 선과 악의 분위기가 중요했다고 하더군요.
이준영 감독님을 처음 뵈었을 때 자신감이 넘쳐 보여서 믿고 가보고 싶었어요. 서른 살 전 맡을 수 있는 최고의 도전이라 생각했고요. 하지만 너무 어렵더라고요. 다른 현장에서 만나고 싶을 만큼 팀은 좋았지만, 다시 제안이 들어온다면 선뜻 응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요.
하퍼스 바자 드라마 <신입사원 강회장>은 불의의 사고를 당한 최성그룹 회장 강용호의 영혼이 축구선수 황준현의 몸에 들어가며, 인턴으로 다시 회사 생활을 시작하는 이야기죠. 한 인물 안에서 전혀 다른 두 캐릭터의 결을 오가야 하는, 쉽지 않은 도전을 해보기로 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이준영 배우로서 언젠가 한번쯤 직면해야 할 역할이라 생각했어요. 사고를 당하기 전의 강용호 역을 맡은 손현주 선배와 시간을 많이 보냈죠. 이전에 인사드린 적은 있지만, 독대해 이야기한 건 처음이었어요 그것조차 저에겐 이미 챌린지였죠. 밥도 먹고, 술도 한잔 하면서 선배가 구사하는 범위를 촬영 전에 흡수하고 싶었어요. 선배님 작품은 물론 광고까지 찾아 봤고요. 아직도 말투가 안 고쳐져서, 중간중간 선배님 말투가 나올 때도 있어요.(웃음)
하퍼스 바자 주명 씨는 몸을 잘 쓰고 본능적으로 타이밍과 표정이 코미디 연기에 탁월한 배우라더군요. 웹툰 원작에 없는, 강회장의 막내딸 강방글 역을 맡았어요.
이주명 무게감이 묵직한 인물들과 다른 톤앤매너의 인물이고, 코미디적인 연기가 필요할 때가 많았죠. 감독님과 전작 <마이 유스>를 함께 했는데, 배우 눈높이에 맞춰 현장 분위기를 엄청 화기애애하게 만들어 주세요. 그 점이 배우 입장에서는 참 마음이 편하고, 같이 하는 게 기대됐죠. 물론 대본이 너무 재미있었고요.
하퍼스 바자 두 사람이 한 작품에서 만난 건 처음이죠. 현장에선 잘 맞았나요?
이주명 둘 다 내향인이라, 사전 회식 때 거의 얘기를 안 할 정도로 서로 낯을 가렸어요. 현장에서도 그러면 어떡하지, 걱정할 정도였는데 조금씩 스멀스멀 한지에 물들듯이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가까워졌던 것 같아요.
이준영 이주명 배우의 전작인 <파일럿>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재밌게 봐서, 같이 연기하는 게 기대됐어요. 제가 낯을 가려서 촬영이 끝나고 인터뷰를 할 때면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없는 점이 아쉽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는 용기 내서 무리를 좀 했죠. 일부러 장난도 먼저 걸고 다가가려고 했어요.
하퍼스 바자 공교롭게도 아버지와 딸의 관계로 만났죠. 주명 씨가 맡은 강방글은 그 사실을 모른 채 극이 진행되기에, 관계에 있어 미묘한 지점이 있을 거라 짐작해요. 배우로서 서로에게 새롭게 발견한 점도 있나요?
이주명 준영 배우는 현장에서 주위 사람들도 잘 챙기고 진중한 면이 있어요. 동생이지만 선배이고 극중 아빠 역이기도 하니 저를 이끌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도 그랬죠.(웃음) 아까 유튜브를 촬영할 때도 저는 머릿속에 고민이 많다 보니 심각하게 답하는데, 준영이가 유쾌하게 현장을 이끌어 줬어요. 현장에서 배우가 짊어지는 무게는 같은데, 웃을 수 있다는 점을 보고 그릇이 넓고 크다고 생각했죠.
이준영 촬영 초반부터 끝날 때까지 누나는 굉장히 매력적이고 안정적인 톤을 유지하는 배우예요. 다만 촬영 전 안 해도 될 걱정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초반엔 ‘괜찮아’ 그러다 나중에 답을 안 했어요. 막상 들어가면 너무 잘하거든요. 제가 안 들을 땐 같은 팀 이성욱 선배와 촬영감독님께 걱정을 토로하더라고요. 그러면 멀리서 “듣지 마, 대답도 하지 마” 그랬죠.(웃음) 누나가 ‘난 부족해’라고 말할 때면 속상해요. 쫑파티 때도 “누나가 하는 대로 믿고 해” 그랬어요. 꼭 해주고 싶은 말이었죠.
하퍼스 바자 각자 인물을 연기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핵심은 무엇이었나요?
이준영 극 중에선 강용호와 황준현의 영혼이 바뀌지만 시청자들은 제 모습만으로 봐주시는 거잖아요. 오직 말투와 행동으로 그 상황을 설득해야 하는 게 가장 부담이었죠. 황준현일 땐 건실하고 밝지만 마음 한편엔 아픈 감정을 표현해야 했고, 강용호일 땐 카리스마와 결단력이 필요했죠. 60~70대의 삶을 살아보지 못한 이제 서른인 제가 이 옷을 입었을 때 알맞게 보일까에 관한 고민이 많았어요. 유독 긴 대사를 하고 나서 역할이 바뀔 때 버퍼링이 걸려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죠. 제가 알아차리기도 전에 이미 감독님은 막 웃고 계세요. 그때 ‘잘못됐구나’ 느끼고 “다시 갈게요! 죄송합니다” 이러고 다시 찍고 그랬어요.(웃음)
이주명 방글이는 털털한 면도 있고 정의롭고 사랑도 많은 친구예요. 때론 감정을 과하게 보여줘야 하는 장면이 있어서 어떻게 화를 내고 울고, 웃길지 그 균형을 잡는 게 고민됐어요. 유학생활로 가족과 떨어져 자라왔기에 아버지와의 사이를 고민해야 했고, 같은 팀인 준현과는 티격태격하다가도 승계를 다투는 언니, 오빠와는 재벌가의 포스나 밀리지 않기 위한 에너지를 보여줘야 했죠. 각각의 캐릭터들과 관계성을 찾아가면서 밸런스를 맞춰야 했어요.
하퍼스 바자 웹툰 원작은 최성그룹 승계를 둘러싼 형제들의 팽팽한 긴장감이 큰 묘미죠. 이번 드라마에서는 전혜진, 진구 배우가 쌍둥이 역할을 맡았고요. 원작과 비교했을 때, 드라마만의 차별화된 매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이준영 인물들이 대립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사건이 발생해요. 원작도 탄탄하지만 각색되는 과정에서 사건을 촘촘히 꿰맞춰가는 재미가 더해졌죠. 줄다리기가 팽팽해졌다고 할까. 그 부분에서 나오는 텐션감과 도파민을 기대해 보셔도 될 것 같아요.
이준영이 착용한 재킷은 Sulvam by Adekuver. 슬리브리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주명이 착용한 드레스는 Celine.
이주명이 착용한 드레스, 벨트, 벨트 장식으로 연출한 팔찌는 모두 Celine. 이준영이 착용한 재킷은 Sulvam by Adekuver. 슬리브리스,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하퍼스 바자 촬영장을 떠올렸을 때 기억에 남는 순간이나 장면이 있나요?
이준영 한파가 가장 심한 날, 옥상에서 둘이 야외 촬영을 하던 날이었어요. 저는 추운 걸 진짜 못 버티는 편이라, 사방에서 바람이 몰아치니까 대사할 때 숨 쉬기가 어려울 정도였거든요. 그때도 누나는 끝까지 집중하더라고요. 덕분에 저도 중심을 잘 잡고 마칠 수 있었어요. 상대 배우가 흔들렸다면 분명 저도 흔들렸을 거예요. 다시 한번 이주명 배우에게 리스펙이 생겼죠.
이주명 그때 진짜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어요. 둘 다 대사도 많아서 발음이 새지 않게 애썼죠.(웃음) 저는 세트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등장 인물이 매우 많고 꽤 오랜 시간 찍은 신이었는데, 계단 사이사이에서 준영이와 얘기를 하면서 대기했거든요. 오른쪽을 보면 감독님과 모니터가, 왼쪽을 보면 여러 사람들이 땀 흘리고 있고. 같은 공간에서 모두가 몰입하는 그 순간이 엄청 귀엽게 보이는 거예요. 가장 극적인 순간이었달까요.
하퍼스 바자 ‘인생을 다시 살 수 있다면, 내 삶을 다른 시선에서 볼 수 있다면 이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 <신입사원 강회장>은 궁극적으로 이 질문을 남기는 이야기일 거라 예측해요. 두 사람에겐 어떤 의미를 주는 이야기였어요?
이준영 6개월 동안 촬영하며 ‘과연 난 괜찮은 사람으로 살고 있나?’를 자주 생각했어요. 가족들에게, 타인에게 인간 이준영은 좋은 사람인지를요. 역할을 바꾸기 위해 애쓰다 보니 회차가 거듭할수록 복합적인 감정의 변화가 있었죠. 자신의 삶에 어떤 리와인드가 필요한 분들이라면 분명 흥미로울 작품이에요.
이주명 모든 인물들이 살아남기 위해,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각자의 ‘한 방’을 늘 준비하고 있거든요. 그 점이 재미있었어요. 방글이 역시 지지 않기 위해, 자신의 자리에서 해내려 애쓰며 살아가고요.
하퍼스 바자 촬영이 끝난 지금, 연기 이외에 각자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어요?
이준영 춤을 계속 추고 있어요. 작품이 끝나자마자 참여한 배틀에서 본선에 올라갔고, 또 재밌게 췄죠. 원래 춤을 추다 배우가 됐으니, 나름 저의 스트레스 푸는 방식이에요. 그쪽으로 돌아가면 편안하죠. 아무도 절 신경 안 쓰고 자기 춤에만 몰입하니까요. 요즘은 힙합뿐만 아니라 현대무용을 하는 친구들과 함께 컨템퍼러리 댄스도 연습해보고 있어요. 키워드를 주면 그걸 몸과 표정으로 표현하는 방식으로요. 큰 영감과 자극을 받고 있어요. 연기자로 데뷔하고나서 제가 무언갈 느끼고 표현하기 위한 영감은 거의 현장에 있었거든요. 그런데 경험해보지 못한 날것의 감정, 몸과 표정으로 날카롭고 섬세하게 표현하는 게 연기와 비슷한 지점이 많더라고요. 앞으로 어떤 작품을 맡을지 모르지만 꽤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요즘 좀 잘 느끼고 있는 편이에요.
이주명 저는 평범해요. 운동 열심히 하고 잘 챙겨 먹고. 원래 규칙적인 편이 아니었는데 일을 시작하면서 아침을 꼭 먹는 버릇이 생겼어요. 현장에선 제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거든요. 내 연기조차 마음대로 안 되니, 일찍 일어나 한 시간 정도 제 생활을 컨트롤한다는 감각이 좋아요. 그릭 요거트든 낫토든 챙겨 먹으면서. 내가 나를 챙긴다는 느낌을 받으면, 표현해서 보여줄 때 더 힘이 생기는 것 같아요.
하퍼스 바자 30대를 지나며 앞으로 더 많은 작품으로 나아갈 두 배우에게 묻고 싶어요. 연기를 시작하던 처음과 지금을 돌아봤을 때, 변하지 않은 것과 달라진 것은 무엇인가요?
이주명 두 가지가 맞닿아 있는 것 같아요. 잘하고 싶고, 더 알고 싶은 마음을 처음처럼 잘 유지하고 싶어요. 모델 일을 하다가 우연히 연기를 시작했을 때, 실수 없이 하루하루를 잘 넘기는 게 목표였어요. 조금씩 경험이 쌓일수록 생각의 안테나가 많아지고 더 잘하고 싶은 점도 늘어나요. 그런데 과연 그게 좋은 걸까, 싶을 때가 있어요. 모르는 게 약일 때도 있으니 이 마음을 잘 섞어서 가고 싶어요. 어떤 날은 연기가 너무 재밌을 때도 있지만, 해내지 못한 것 같으면 버겁고 힘들죠. 그래도 스스로 다독이거나 동료들에게 기대며, 모든 직업이 다 비슷한 고충이 있겠거니, 삶도 그렇겠거니 여기며, 하루를 넘기고 있어요.
이준영 지금 그대로 존재하는 건 열정이에요. 다만 이전에는 무모하게 최선을 다하려 했다면, 지금은 어떻게 하면 맡은 신을 더 재미있고 풍성하고 신선하게 만들 수 있을까, 관점만 달라진 거죠. 연기를 초심처럼 하겠다고 마음먹었고, 그렇기에 저는 열심히 해야 해요.
하퍼스 바자 그렇게 최선을 다하고 싶은 마음은 어디에서 비롯되나요?
이준영 후회하고 싶지 않아서요. 배우는 제 본업이잖아요. 결과가 어떻든 과정에서 노력을 다하지 않으면 늘 후회가 남아요. 어떤 식으로든 끝까지 해봐야겠다는 마음을 가져야 하죠. 가끔 대사가 안 외워질 땐 곤욕이지만 늘 ‘후회하지 말자’ 하고 새기면 또 움직이게 돼요. 제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 ‘그때 조금만 더 해볼걸’이에요. 어릴 땐 그런 적도 있는데, 그때 제 자신이 너무 별로였거든요. 변명을 대도 제 스스로는 알잖아요. 타협의 순간이 분명 있었다는 걸. 이렇게 지내다 보니 주변 지인들도 점점 비슷한 점이 보이더라고요. 주명 배우에게도 분명 그런 면이 있어요. 어느 날 안색이 안 좋아 이유를 물어보니, 어떤 신을 더 잘하고 싶은데 답답해서 울었대요. 이미 제가 보기엔 너무 잘했는데도요. 제 눈엔 그 모습이 너무 멋있더라고요. 제가 생각하는 멋 중 하나는 그런 태도인 것 같아요.
이주명 울고 싶은 기분일 때 준영이를 보면 조금 더 웃어야겠다 싶었어요.(웃음) 어떤 현장은 ‘오늘은 연기만 할 거야’라고 선택할 수도 있는데, 저희 팀 분위기가 좋아서 현장에 가면 매번 쏟아붓겠다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어요.
재킷, 스커트는 Alaïa.
재킷, 팬츠는 Ami. 슈즈는 Valentino Garavani. 슬리브리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Credit
- 사진/ 고원태
- 헤어/ 강지은(이준영), 이혜영(이주명)
- 메이크업/ 김은지(이준영), 이나겸(이주명)
- 스타일리스트/ 전희경(이준영), 최자영(이주명)
- 어시스턴트/ 신형진
- 디자인/ 이예슬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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