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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앨범 <성장>으로 돌아온 도경수와의 인터뷰

미동 없이 차분한 표정이다가 이내 소년처럼 웃어버리는, 세상의 소란함과는 무관한 채 나아가는 도경수의 세계.

프로필 by 안서경 2024.04.27
셔츠, 팬츠, 타이, 레더 에이프런, 스니커즈는 모두 Fendi.

하퍼스 바자 오늘 촬영 전 선공개 곡 ‘팝콘’을 같이 들었을 때, 엄청 밝은 에너지가 느껴졌어요. 통통 튀는 리듬이 애니메이션에 어울릴 것 같기도 하고.
도경수 이번 앨범에서 제일 애정이 가는 곡이에요. 처음 듣는 순간 그냥 행복해졌어요. 제가 지금까지 불러본 곡 중에 제일 밝은 느낌의 곡인데, 회사가 바뀌고 어떤 모습을 보여주면 좋을까 고민하던 시기에 봄에 맞춰 딱 이런 곡을 불러봐야겠다, 싶었어요.


셔츠, 팬츠, 타이, 레더 에이프런은 모두 Fendi.

하퍼스 바자 미니 3집 앨범 발매와 아시아 팬콘서트 투어를 앞두고 <바자>와 만났어요. 이번 앨범 <성장>에는 총 6곡이 수록됐죠.
도경수 여러 곡들을 듣다가 직관적으로 6곡을 골랐어요. 이렇게 빠르게 고른 건 처음이었죠. 앨범의 키워드는 지금 제 경험 안에서 가장 말하고 싶은 주제였고요.

하퍼스 바자 데뷔 12년을 맞은 지금, 왜 ‘성장’이란 단어를 내건 걸까 궁금했어요. 첫 미니 앨범은 <공감>, 2집은 <기대>. 도경수라는 이름으로 솔로 앨범을 낼 때마다 앨범명이 다 두 글자 단어였죠.
도경수 의도는 아닙니다.(웃음) 공감은 제가 이 일을 하는 이유예요. 무언가를 보고 들으면서 공감되는 순간, 영향을 받는 순간을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요. 공감할 수 있게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첫 앨범도 그런 마음으로 만들었어요. 두 번째는 사람들이 주는 기대가 무척 벅찬 기분이잖아요. 그런 기분을 표현한 가사로 채운 앨범이었고요. 이번에 ‘성장’을 꺼낸 건 듣는 모든 분들에게도, 저에게도 좀 더 튼튼해지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컸어요. 모두가 한 단계씩 성장해나가잖아요. 아픔을 느끼면서도 성장하고, 힘들 때도 성장하고.
하퍼스 바자 수식과 세계관이 많은 케이팝 산업에서 앨범명들이 유독 담담하게 느껴져요.
도경수 뜻이 심오해 해석하기 어렵고, 거창하거나 화려한 걸 별로 안 좋아하는 성격이에요. 들었을 때 ‘이건 이거구나’ 하고 와닿는 가사나 단어가 좋고요. 그렇게 전달된 이야기가 오래 남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곡을 불러요.
하퍼스 바자 이번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가사를 꼽아본다면요?
도경수 말하는 것같이 마음에 꽂히는 가사들이 있어요. 타이틀 곡 ‘마스’에 “음, 예를 들어”라는 가사가 있는데 부를 때 되게 귀여워요. 또 ‘팝콘’에는 “그대가 내게 준 설렘이죠”란 가사는 부를 때마다 기분이 몽글몽글해져요.

롱 코트는 Rick Owens. 팬츠는 Recto.

하퍼스 바자 이전 앨범 타이틀 곡 ‘별 떨어진다’의 가사도 팬들이 유독 좋아했죠. 최근 팬미팅 때도 팬들과 함께 불렀고요. 예능 프로그램 <콩콩팥팥>에서 형들이 내레이션을 따라 부른 그 곡요.(웃음) 그룹이 아닌 혼자 팬들을 만난 경험은 어때요?
도경수 너무 긴장돼요. 지금까지 멤버들이 함께했기 때문에 사실 혼자서 무대를 설 기회는 많이 없었거든요. 이번 아시아 팬콘 투어에선 혼자 노래를 여러 곡 불러요. 그래서 긴장이 많이 되지만, 그 긴장감에 비례해서 엄청 설레기도 해요. 무대 위에 있을 때 팬들의 눈을 보면 에너지를 엄청 많이 받아요. 다 보여요. 그만큼 큰 에너지를 받고 원동력이 돼요.
하퍼스 바자 도경수의 내추럴한 모습을 볼 수 있던 계기로 <콩콩팥팥>을 빼놓을 수 없죠. 밭에 비닐을 효율적으로 덮는 법을 제안한다든지 취사병 출신답게 시간 내에 요리 여러 개를 만드는 모습을 보고, 타고난 일머리가 좋은 사람 같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도경수 다 옆에서 보고 배운 거예요. 모두 할 수 있는 겁니다.(웃음)

보머 재킷, 스웨터, 셔츠, 팬츠, 슈즈는 모두 Givenchy.

하퍼스 바자 MBTI가 ENTJ인 게 수긍됐어요.
도경수 효율적인 게 좋아요. 어떤 과정을 거쳐서 다시 반복하고, 그런 걸 안 좋아해서 속으로 시뮬레이션을 여러 번 해요. 집에서 청소할 때도 순서를 왔다갔다 안 하고 한 번에 계획한 대로 다 끝내요.
하퍼스 바자 <아는 형님> 자기소개서에 장래희망을 ‘농부’라고 쓴 적 있죠. 영화 <리틀 포레스트>처럼 직접 키운 작물로 요리하는 소박한 삶을 꿈꾼다고 말한 적 있고요. 그 꿈은 여전한가요?
도경수 자급자족하는 조용한 삶은 저랑 잘 맞는 것 같아요. 하지만 직업으로 농부는 못할 것 같아요. 이웃집 아버지께서 해오신 걸 보는 건 너무 쉬워 보였는데, 경험해보니 아무나 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직업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작물들이 정말 예민하더라고요. 조금만 신경 쓰지 않으면 다 죽어버리고. 새로운 경험을 하니 식물들이 엄청 소중하게 느껴져요. 밥 먹을 때 깻잎, 상추 절대 안 남겨요. 밥도 안 남기고 무조건 다 먹습니다.(웃음)

셔츠, 팬츠는 Fendi.

하퍼스 바자 표정에 변화가 적은 편이라고 알았는데, 형들과의 케미가 좋아서 그런지 장난기 어린 웃음이 많이 보였어요.
도경수 저 원래 밝아요.(웃음) 절대 어둡지 않아요. 사실 무대나 작품에서는 플레이어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니까 그런 모습을 보일 기회가 많이 없었어요. 일상에서 친한 친구들이나 형들이랑 있을 때 모습은 똑같아요.
하퍼스 바자 아마 연기를 할 때 각인된 모습 때문도 있을 것 같아요. <괜찮아 사랑이야> <스윙키즈> <신과 함께>와 비교적 최근작 <더문>까지 여린 소년 같은 모습과 반대로 집요하고 단단한 표정이나 오열하고 분노하던 모습들이 기억에 남아요.
도경수 초반에는 아픈 캐릭터를 많이 맡아서 그 영향이 큰 것 같아요. 일상에서 저는 감정의 진폭이 크지 않아요. 화도 잘 안 나고요. 연기를 하면서 평소에 느낄 수 없는 극한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경험이, 처음부터 강렬했어요. 도경수로서 살았다면 못 느껴봤을 감정을 캐릭터를 통해 알게 되면서 연기가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지금까지 꾸준히 계속해오고 있는 것 같아요.

니트, 카디건, 팬츠, 스니커즈는 모두 Gucci.

하퍼스 바자 2년간의 기다림 끝에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도 머지않아 개봉합니다. 장르물이 아닌 본격적인 로맨스물은 드라마 <백일의 낭군님> 이후 오랜만입니다.
도경수 피아노 천재인 음대생 유준은 저랑 다른 면이 많아요. 세계에서 손꼽히는 피아니스트인 만큼 굉장히 예민한 모습도 있고. 다른 점이 많으면 많을수록 매력을 느끼죠. <더문> 촬영이 끝나고 한 달 뒤에 촬영이 들어가 피아노 연습을 원하는 만큼 하지 못한 게 아쉬워요. 준비 기간이 길었다면 엄청 연습해서 쳤을 텐데!
하퍼스 바자 한 인터뷰에서 배역에 잘 몰입하는 방법으로, 슛이 들어가기 전까지 대사를 입 밖으로 뱉지 않고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한다고 말한 적 있어요. 극적이고 응집된 감정이 나올 수밖에 없겠구나, 싶어서 인상적이었죠.
도경수 사람마다 집중하는 방법이 저마다 다를 테니까 더 나은 방법이라 할 순 없지만, 전 계속 입 밖으로 소리를 내면서 익숙해지는 게 싫어요. 입으로 내뱉는 것과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방식, 둘 다 사실 대사를 숙지하는 건 같잖아요. 저는 현장에서 제 얼굴 표정이나 소리를 저도 모른 채 연기하는 게 좋아요. 그날 처음 그 대사를 말하는 목소리를 듣는 거죠. 그 의외성이 재밌어요. 노래든, 연기든 새로운 것들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항상 있어요.

니트, 팬츠는 Bottega Veneta.

하퍼스 바자 안주하는 걸 불안해하거나 경계하는 편인가요?
도경수 제게 불안은 절대로 동력이 될 수 없어요. 긴장하고 떨리면 오히려 될 것도 안 돼요. 그래서 스스로 채찍질도 안 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려고 하면 바로 그 요소를 제거해요.(웃음) 금방 흘려보내고, 생각할 틈을 만들지 않아요. 비슷한 걸 계속하면 재미가 없어서 계속 조그만 자극이 있으면 좋겠어요. 큰 변화 말고. 할 수 없을 것 같았던 것들을 극복하고 점점 제 자신의 스펙트럼이 넓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인 거죠. 사실 데뷔 초에는 몰랐어요. 해야 할 것, 주어진 것들을 해내기 바빴으니까요. 하나씩 해보면서 좋았던 것들이 적용되고 제 안에 쌓여가요. 이러면서 사실 지금도 계속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하퍼스 바자 곧 촬영을 앞둔 드라마 <조각도시>에선 처음으로 악역을 맡게 되죠. 아까 유튜브 촬영 때 집에서 영화를 많이 본다고 했는데, 빌런이 등장하는 영화를 좀 찾아봤나요?
도경수 영상 자체를 너무 좋아해서 다 봐요. 장르도 귀신이 나오는 공포영화 빼고는 안 가리고 애플TV, 아마존 프라임, 전부 다 구독하죠. 구독료가 만만치 않아요.(웃음) 딱히 캐릭터를 위해서 찾아 보진 않았어요, 굳어질까봐. 악역은 처음 맡아보는 캐릭터라 굉장히 설레요. 내가 하는 악역은 어떤 모습일지, 저도 궁금해요.

롱 코트는 Rick Owens. 팬츠는 Recto.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하퍼스 바자 가장 마음에 드는 별명이 ‘알다가도 모를 도경수(알모경)’라던데. 마지막으로 <바자> 독자들에게 경수 씨에 대해 아무도 모르는 점을 얘기해주세요.
도경수 그런 게 있나? 저 엄청 솔직하지 않았어요? 사실 알다가도 모를, 그런 점이 없어서 그 별명을 좋아하는 걸지 몰라요. 아직 못 보셨을 뿐이지, 제가 못 보여드릴 건 없어요. 그냥 그게 저예요.

Credit

  • 사진/ 박종하
  • 헤어/ 문현철(블로우)
  • 메이크업/ 김채리(블로우)
  • 스타일리스트/ 윤지빈
  • 어시스턴트/ 조혜원
  • 디자인/ 진문주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