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맥퀸의 상징, 해골 스카프의 유행이 돌아왔다

맥퀸의 해골 스카프가 다시 유행의 중심에 있는 이유는?

프로필 by 김형욱 2025.08.06

패션학도 시절, 강렬한 기억으로 남은 액세서리가 하나 있었다. 바로 맥퀸의 해골 스카프. 당시 그건 단순한 유행을 넘어 하나의 상징과도 같았다. 인턴으로 일했던 잡지사 에디터들부터, 멋지다고 생각했던 셀러브리티들, 그리고 패션학교의 부유한 학생들까지, 모두가 하나같이 이 스카프를 착용했다. 맥퀸의 해골 스카프는 어디서든 볼 수 있었다. 사무실에서도, 이스트엔드의 어두컴컴하고 연기가 자욱한 지하 바에서도. 목에 무심하게 걸치거나, 허리에 벨트처럼 묶기도, 끌로에 패딩턴 백에 감겨있기도 했다. 그렇게 불과 몇 년만에, 이 스카프는 2000년대 결정적인 액세서리가 됐다. 그리고 20년이 흐른 지금, 해골 스카프는 지금의 세대에게 반항적인 미학을 상징하는 아이템으로 부활하기 이르렀다!

이제 이 스카프는, 클래식 디자인으로 자리잡았다.


맥퀸 해골 스카프가 가진 의미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려면, 우선 알렉산더 맥퀸의 하우스에서 '해골'이 갖는 상징성을 먼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리 맥퀸(알렉산더 맥퀸의 설립자)는 브랜드 초기 단계부터 해골을 브랜드의 주요 모티프로 삼았다. 익히 유명한 그의 1992년 졸업 컬렉션에서 부터, 해골은 주요한 역할을 했다. 죽음의 불가피함, 삶의 일시성의 의미를 담은 '메멘토 모리(Memento mori)'에 대한 그의 관심이 드러난 것! 이후, 그가 선보인 컬렉션 전반에 이 개념은 이어졌다. 어두운 주제이지만, 리 맥퀸의 손을 거쳐 탄생한 컬렉션은 언제나 아름다웠다. 그때부터, 해골은 맥퀸 하우스의 상징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맥퀸의 2004 ’Black’ 쇼에 해골 프린트 드레스를 입고 등장한 케이트 모스의 모습 (DAVE M. BENETT/GETTY IMAGES)

맥퀸의 2004 ’Black’ 쇼에 해골 프린트 드레스를 입고 등장한 케이트 모스의 모습 (DAVE M. BENETT/GETTY IMAGES)

2003년 봄 여름 컬렉션에서 해골 프린트 스카프는 처음 런웨이에 등장했다. 이 컬렉션은 난파선, 해적, 예수회 선교사와 식민 지배군간의 충돌을 담은 <미션>이라는 영화에서 영감받은 것으로, 이 컬렉션에서 해골 스카프는 화이트와 블랙의 대비를 이루며 넓은 가죽 벨트에 묶거나, 드레스에 함께 레이어링 하는 등 파격적인 스타일링으로 선보여졌다. 섬뜩하지만, 동시에 낭만적이었다.


해골 스카프의 유행은 케이트 모스의 영향도 매우 컸다. 2004년 6월, 케이트 모스는 안무가 마이클 클라크(Michael Clark)와 함께 맥퀸의 'Black' 쇼 공연에서 해골 프린트 드레스를 입고 런웨이를 누볐다. 그 이후로 해골 스카프는 '맥퀸 입문템'이 되었다. 이후, 시에나 밀러, 니콜 리치, 린제이 로한, 올슨 자매 등 그 시절 Y2K 아이콘들 사이에서 가장 핫 한 아이템이 되었다. 케이트 모스 또한 그 이후로 다양한 방식으로 해골 스카프를 스타일링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2005년, 맥퀸의 해골 스카프를 벨트로 연출한 시에나 밀러의 모습 (FOTOS INTERNATIONAL/GETTY IMAGES)

2005년, 맥퀸의 해골 스카프를 벨트로 연출한 시에나 밀러의 모습 (FOTOS INTERNATIONAL/GETTY IMAGES)

2009년, 맥퀸의 해골 스카프를 착용한 킴 카다시안의 모습 (JEAN BAPTISTE LACROIX/GETTY IMAGES)

2009년, 맥퀸의 해골 스카프를 착용한 킴 카다시안의 모습 (JEAN BAPTISTE LACROIX/GETTY IMAGES)


2006년 가방 스트랩에 맥퀸 해골 스카프를 묶어 연출한 메리 케이트 올슨의 모습 (JAMIE MCCARTHY/GETTY IMAGES)

2006년 가방 스트랩에 맥퀸 해골 스카프를 묶어 연출한 메리 케이트 올슨의 모습 (JAMIE MCCARTHY/GETTY IMAGES)

너티스(Noughties)트렌드 후반, 해골 스카프는 '인디 슬리즈'룩의 필수 아이템이 되었다. 스키니진, 베스트, 가죽 재킷, 발레 슈즈, 그리고 때로는 페도라 모자까지 더해서 스타일링하는 것이 공식과도 같았다. 체형,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멋낼 수 있는 아이템이 바로 이 해골 스카프였다. 경계를 허무는 태도랄까, 해골 스카프는 어떤 특정 클럽 멤버쉽 아이템과도 같았다. 가격대 또한 매력적이었기에 그랬을 것. 약 140 파운드 정도로, 결코 저렴한 것은 아니지만, 맥퀸의 다른 아이템보다 훨씬 저렴한 것은 물론이고 스타일링 활용도가 높았다. 리 맥퀸이 2010년에 세상을 떠났을 때, 판매가 급증한 아이템도 바로 이 스카프! 그를 가장 잘 기억할 수 있는, 그의 디자인 철학이 오롯이 담긴 아이템이 바로 이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아이템이 그렇듯, 해골 스카프 역시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수 백만개의 모조품이 등장했고, 유명 에디터들과 셀러브리티들은 해골 스카프를 더 이상 착용하지 않고 서랍 속에 보관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골 스카프의 유행은 잠잠해졌다. 맥퀸에서는 꾸준히 이 아이템을 선보였지만, 너티스 트렌드 전성기 때 만큼은 아니였다. 그리고, 2025년이 되자 해골 스카프의 유행은 다시 시작되었다.

2025년 1월, 맥퀸의 해골 스카프를 착용한 티모시 살라메의 모습 (허스트 소유 이미지)

2025년 1월, 맥퀸의 해골 스카프를 착용한 티모시 살라메의 모습 (허스트 소유 이미지)


몇 년 전부터 패션 틱톡커들 사이에서 해골 스카프가 다시금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식으로 부활의 시발점이 된 것은 올해 1월 티모시 살라메가 SNL 라이브 50주년 파티에 해골 스카프를 오버사이즈 재킷과 함께 스타일링하고 등장하면서다. 3월, 맥퀸의 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션 맥기르는 해골 프린트를 활용한 셔츠 등을 컬렉션에 등장시키며 공식적인 부활을 알렸고, 6월에는 찰리 XCX가 헤드라인을 장식한 페스티벌 무대에서 해골 스카프를 활용한 스타일링을 선보이며 관심이 폭발하기 이른다.

McQueen 2025 가을 겨울 컬렉션 (허스트 소유 이미지)

McQueen 2025 가을 겨울 컬렉션 (허스트 소유 이미지)

McQueen 2025 가을 겨울 컬렉션 (GETTY IMAGES)

McQueen 2025 가을 겨울 컬렉션 (GETTY IMAGES)


해골 스카프의 부활은 Y2K 트렌드의 복귀와 스카프를 활용한 다양한 스타일링을 선보이는 요즘 유행 흐름과 맞닿아있다. 2000년대 초반처럼 스카프를 톱으로 연출하기도, 벨트나 가방 스크랩에 묶어 포인트를 주는 아이템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다양한 연출을 할 수 있고, 쿨하고, 그런지한 무드를 주며 빈티지한 멋도 있으니 말이다. 패션 역사상 가장 상징적인 스카프의 귀환, 여기에 담배 연기와 스키니진, 페도라를 함께 하는 것은 당신의 선택사항.

2025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 무대 오른 찰리 XCX. 브라 톱에 해골 스카프를 레이러링 한 스타일을 선보였다. (JOSEPH OKPAKO/GETTY IMAGES)

2025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 무대 오른 찰리 XCX. 브라 톱에 해골 스카프를 레이러링 한 스타일을 선보였다. (JOSEPH OKPAKO/GETTY IMAGES)


기사 원문 : https://www.harpersbazaar.com/uk/fashion/a65509299/history-of-the-hero-alexander-mcqueens-skull-scarf/

Credit

  • 글 / Ella Alexand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