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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의 세포들 시즌3, 배우 김고은,김재원이 '윰록 커플'이 되기까지. 솔직한 인터뷰

유미의 마지막 남자 신순록과 스타 작가가 된 유미를 연기한 두 배우를 만났다.

프로필 by 고영진 2026.04.28

SPRING AWAKENING


설렘이 깨어난 유미와 순록의 봄날.


레이어드 형태의 티셔츠, 반지는 Celine.


카디건은 Coor. 슬리브리스는 Overdue Flair. 귀고리는 Chanel Fine Jewelry.


실크 소재 풀오버, 스커트는 Chanel. 귀고리는 Chanel Fine Jewelry.


김재원이 착용한 티셔츠는 Recto. 김고은이 착용한 귀고리는 Chanel Fine Jewelry. 티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더블 재킷은 Eenk.


티셔츠는 Celine.


카디건은 Coor. 슬리브리스는 Overdue Flair. 데님 팬츠는 Rag & Bone. 귀고리는 Chanel Fine Jewelry.


하퍼스 바자 약 4년 만에 ‘유미’로 돌아왔어요. 30대 중반 작가의 꿈을 이루고 조금은 무미건조해진 유미가 되었다죠?

김고은 인생의 모든 퍼센테이지를 일에 쏟는 삶을 살았기에, 세세한 감정 세포가 다 냉동된 상태죠. 연애를 할 때 느끼는 사사로운 즐거움에 무뎌진 지 오래이고, 그런 무감한 상태가 스스로 좀 고민스러운 유미가 됐어요. 로맨스 장르를 다루는 작가로서 계속 창작을 해야 하는데 한계도 마주하고요. 더 이상 내 삶은 새로울 게 없으니 무언가를 쓰려고 할 때 잘 떠오르지 않는 상태죠.

하퍼스 바자 유미의 변화를 표현하기 위해 어떤 점을 가장 고심했어요?

김고은 인물의 내면이 크게 달라졌다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나이가 들고 커리어에서 어느 정도 위치가 생기면 무언가를 대처하는 방식에 있어 지혜와 성숙함이 생기지만, 사실 본성은 비슷하잖아요. 유미도 마찬가지죠. 일은 몹시 열심히 하지만 감정적일 땐 여전히 표정을 잘 숨기지 못하고, 쉽게 열 받고, 약간 놀리고 싶은 스타일. 유미의 그런 점은 여전해요. 같은 캐릭터라도 항상 다른 작품을 한다고 여겨요. 새로운 이야기와 사람을 만나니까요. 캐릭터 연구를 새로이 할 필요가 없다는 점은 감사하지만요.(웃음)

하퍼스 바자 벌써 세 시즌을 맞았으니 김유미라는 인물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것 같아요. 시즌 1을 맡았던 때가 기억나요?

김고은 유미는 제 30대의 시작이었거든요. 제2의 챕터가 열리는 느낌이 있었어요. 세포들과 소통하는, 아기자기한 드라마 속에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좋았고, 섬세한 공감 요소를 가지고 있는 작품이어서 ‘이게 우리 삶이구나’ 하는 생각을 참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극 속에서 꾸며내거나 사건을 크게 만드는 일 없이, 그저 연애하다가 느끼는 감정들, “맞아, 저러면 안 되지. 짜증나지” 이런 얘기를 나눌 수 있는 드라마라는 게 좋았어요.” 이번 시즌 3는 30대 중후반이 된 여자의 일상과 가까운 생각이 등장해요. 왠지 모르게 나이에서 오는 위축이 생기죠. 남들은 그렇게 생각 안 해도 30대 초중반이랑은 다른 기분. 미묘함이 담겨 있어요. 저도 유미와 같이 나이를 먹어가니 인물을 연기하는 게 더 재미있어요.

하퍼스 바자 유미의 엑스 구웅과 바비를 거쳐, 마지막 남자인 순록이 새롭게 등장하죠. 상대 배우는 극 중 연하인 신순록처럼 후배이기도 하고요.

김고은 반전 매력이 주된 캐릭터예요. 냉정하고 MBTI 극 T인 공대생인 줄 알았더니 대형견 같은 모습을 갖고 있죠. 유미에게만 보여주는 활발함과 귀여움이 매력이에요. 저는 감독님과 오랜 시간 일해왔으니, 저와 감독님 모두 재원 씨가 현장이 덜 낯설고 가까워지길 바랐어요. 좋은 영향을 주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했는데, 한참 후배와 파트너로 만난 건 저도 처음이에요. 어떤 방식으로 대해야 할까, 예전에 선배들이 선배를 대하는 것보다 후배를 대할 때 생각이 훨씬 더 많아진다고 하던 말을 비로소 체감했어요. 이런 장난을 치면 진지하게 받아들일까? 이렇게 말하면 장난처럼 느껴질까? 속으로 고민이 있었죠. 선배들과 있을 때 저는 훨씬 까불까불한 막냇동생 같은 느낌인데, 오히려 편한 친구처럼 다가가야 하나 싶기도 했고요. 저만의 생각일 수 있지만요.(웃음)

하퍼스 바자 배우 김고은이 맡은 인물을 떠올리면, <도깨비>부터 <유미의 세포들 시즌3>까지 이어져온 무해하고 사랑스러운 인물들이 있는 반면 <파묘>의 화림, <자백의 대가> 속 모은처럼 몹시 냉정하고 극단적인 인물이 있죠. 인물의 간극을 조정하는 비결이 있나요?

김고은 사람들 모두 저마다의 스펙트럼이 있잖아요. 어떤 인물을 맡든 그 스펙트럼을 계속 생각하는 편이에요. 정말 밝은 모습일 때와 가장 어두울 때. 결코 소리 지르며 화낼 것 같지 않은 사람이지만 실은 내면에서 화를 내지르고 있을 수 있고. 사람은 너무 다양한 모습이잖아요. 작품 안에, 대본 안에 그 스펙트럼이 있기에 그걸 찾아나가려고 하는 게 저의 가장 기본적인 접근 방식이에요. 그렇게 찾아 가다 보면, <자백의 대가> 속 모은 같은 인물도 무조건적으로 무섭지만은 않은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유미도 같아요. 그렇게 사랑을 퍼주고 바보같이 굴다가 단호한 순간에는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하죠. “이런 모습도 있네” 하는 부분들이요.

하퍼스 바자 항상 담담해 보이는 인상이 있어요. 지난 인터뷰들에서 힘든 일을 물어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태도를 보여왔죠. 그런 점이 김고은에게 초연하다는 이미지를 갖게 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김고은 어릴 때는 좀 의식적으로 그렇게 하려 했던 것 같은데, 그게 자리를 잡은 것 같아요. 배우 일을 하다 보면 제 생각이나 직업에 대해 의미를 가져주시고 좋은 방향으로 이야기해주는 분이 많죠. 음, 저까지 그렇게 생각하고 싶진 않은 것 같고요(웃음). 저의 일을 하는 거고, 기왕이면 잘하고 싶고, 각자 직업에서 잘하기 위해 하는 고민들이 있듯 저도 그럴 뿐이라고 여기죠. 대수롭지 않은 건 절대 아니고요. 일을 사랑하고 잘하고 싶은 욕망이 큰 사람이지만 그냥 그게 다인 거죠. 배우라는 직업을 제 일상까지 침범할 정도로 여기고 싶진 않은 것 같아요. 그 생각이 엄청나게 저를 괴롭힌다거나 그렇진 않기 때문에.

하퍼스 바자 데뷔 초부터 이런 태도를 익혀왔던 건가요?

김고은 전혀요. 저도 삶의 90% 이상 연기를 생각하고, 맹목적으로 좇던 때가 있었죠. 20대 초반쯤 어떤 작품을 굉장히 어렵게 지나고 있을 무렵, 엄마랑 둘이 보라카이 여행을 잠깐 다녀온 적이 있어요. 보트에 연결해 타는 파라세일링을 했거든요. 액티비티를 좋아하는 편이라 시도했는데, 막상 올라가니 그렇게 고요할 수가 없는 거예요. 그냥 가만히 떠 있어요, 하늘에. 사람들이 개미처럼 보이고 바다가 반짝반짝 빛나고, 잔잔한 바람과 내 숨소리만 들리는데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왜 이렇게 아등바등하고 있지? 자연에 비해 한없이 내 존재가 작아 보이고, 저 아래 보트에 앉은 엄마가 보이고. 하루하루 행복하게 지내는 게 중요한 게 아닐까, 그 생각이 들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이전에는 꿈이 너무 중요해 가족도 나를 위해 좀 참아줬으면 좋겠다는 이기적인 생각이 들었는데 한순간 사라지더라고요. 마음가짐의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밸런스를 잘 잡고 싶다는 마음.

하퍼스 바자 그런 깨달음은 한순간인 것 같아요. “기왕이면 잘하자”라는 마음가짐은 그 과정을 통해 생긴 거군요.

김고은 그렇게 밸런스를 잡았을 때 오히려 일이 더 잘되는 것 같아요. 흔히 연기할 때 “힘을 빼라”는 말이 있잖아요. 말로만 들으면 무슨 말인지 절대 모르는데, 계속하다 보면 아, 이런 거구나, 싶은 순간이 와요. 유연함이 생긴다는 건 결국 과정과 시간을 통해서만 알게 되는 거죠.

하퍼스 바자 그렇게 평온함을 찾고 30대가 된 후에, 한 작품이 끝나기 전에 연이어 차기작을 정해왔죠.

김고은 그것도 그냥….(웃음) 우리 직업이라는 게 찾아주셔야 할 수 있는 거잖아요. 나중에 이 시기를 돌아봤을 때, 지금이 찬란한 시기일 것이라는 생각을 해요. 좋은 작품을 할 수 있는 에너지가 있을 때 많이 남겨두고 싶어요. 아무리 모방하려 해도 할 수 없는, 그 나이대에 풍기는 에너지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이 때에 표현할 수 있는 것과 내 생각이 묻어나는 작품이 있다면 감사하게 하는 거죠. 연달아 하니 체력적인 부침이 오기 시작해서, 건강을 잘 챙기면서 일해야겠다는 깨달음을 얻고 있어요. 분명 이 시기는 지나갈 테니, 건강에 신경 써야겠구나, 그런 시기인가 보다, 생각하면서.

하퍼스 바자 현장이 아닌 평소 김고은의 일상은 어떤가요? ‘작심삼일’을 여러 번 하는 편이라고 했죠. 요즘 꾸준히 이어가고 있는 습관이 있나요?

김고은 영양제를 잘 안 챙겨 먹었는데 꾸준히 먹고 있고 스무디도 챙겨 먹고. 효소 찜질, 쑥뜸 같은 것도 하고 순환에 대해 관심이 생겼죠. 다시 에너지를 끌어올려야 된다는 생각 때문에요. 쉬는 날엔 아무 신경 안 써도 되는 편한 사람들을 만나려 하는 것 같고요. 아무 말 대잔치를 해도 거기서 오는 힐링도 있잖아요.

하퍼스 바자 사람들이 김고은에 대해 잘 모르는 사실 한 가지를 알려준다면요?

김고은 운전을 굉장히 잘하는 편이에요. 주차와 골목 운전, 공간에 대한 감각이 있는 것 같아요. 큰 차를 운전할 때도 두려움이 없죠. 드라마나 영화에서 하는 운전은 다 제가 직접 하는 거예요.

하퍼스 바자 이제 방송이 시작되고 시리즈가 완결이 나면 유미를 보내야 하잖아요. 후련하게 보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김고은 시즌 1과 2가 큰 사랑을 받아서 시즌 3가 가능했거든요. 예상치 못한 제안이었지만 다 같이 힘내서 해보기로 한 건, 그만큼 좋은 드라마였단 의미겠죠. 이제 대단원을 마무리 지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한 드라마를 시즌제로 끌고 가는 게 한국에선 흔치 않아 특별한 경험이었고,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네요.(웃음)

하퍼스 바자 유미에게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건넨다면요?

김고은 유미야, 잘 살아라!



김재원이 착용한 티셔츠는 Recto. 데님 팬츠는 Valentino. 김고은이 착용한 티셔츠, 데님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티셔츠는 Celine.


하퍼스 바자 사랑받은 원작이 있는 드라마나 영화는 캐스팅부터 방영까지 진행 단계마다 관심을 받죠. 유미의 끝사랑, ‘순록’ 역에 캐스팅된 이후부터 예고편이 공개된 지금까지가 그랬고요. 작품에 합류할 때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각오나 목표가 있었을 것 같은데요.

김재원 일단 마음가짐이 아예 달랐어요. 제 입장에서는 어떻게 느껴졌나면요, 완전 대가족 집안에서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귀한 딸이 남자친구를 데려와 온 집안 가족들에게 인사를 드려야 하는 상황인 거예요. 제가 바로 그 딸의 남자친구고요.(웃음) 모든 가족이 저만 주시하고 있는! 이렇게나 큰 사랑을 받은 작품의 마지막 여정에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라 생각했어요. 그만큼 준비를 정말 잘해야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하퍼스 바자 이미 이 작품과 여러 번 합을 맞춘 선배 배우 김고은과 스태프들 사이 혼자 새로운 인물로 투입되는 것에 대한 부담도 있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보다는 잘하고 싶다는 의욕이 더 컸군요.

김재원 순록이로 캐스팅이 된 후에 여러 서치를 해봤어요. 유니콘 같은 연하남 이미지로 각인이 되어 있더라고요. 실제로 주변에서 캐스팅 기사를 보고 나서 ‘니가 감히 순록이를 하냐’는 식의 반응이 많았는데, 기분 좋았어요. 어떤 환상에 쌓인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게 된 거잖아요. 감사한 마음과 동시에 부담도 있었지만, 분명히 기분 좋은 부담감이었던 것 같아요.

하퍼스 바자 순록은 유미의 역대 남자친구 중 가장 현실적이라고 평가받는 캐릭터예요. 본인 나이대보다 조금은 더 성숙한 어른 남자를 연기해야 했을 텐데. 순록을 만들어갈 때 머릿속으로 상상했던 캐릭터가 있나요?

김재원 레퍼런스로 참고했던 캐릭터는 없었어요. 사실 여태까지 제 나이대 역할을 해본 적이 거의 없어요. 아예 교복을 입어버리거나, 저보다 한참 위의 나이대를 표현해야 했죠. 그래서인지 순록이를 표현하는 데도 크게 어려움은 없었어요. 그리고 실제 나이를 얘기하면 늘 성숙해 보인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거든요.(웃음) 나이에 크게 구애받진 않았던 것 같아요.

하퍼스 바자 작품에서는 삶에서 안정적인 자리를 찾은 성인 남녀가 한동안 잊고 살던 연애 감정을 깨우는 과정이 중요하게 그려지죠. 그런 장면들을 만들기 위해 카메라 밖에서 상대 배우와 친해지는 시간도 중요했을 것 같아요.

김재원 누나를 처음 만난 날 식사 자리를 가졌어요. 제작진 분들까지 다 같이 모인 자리에서요. 10살 차이가 나는 선배님과 완전 초면인 자리였는데, 누나가 바로 말을 편하게 놓아도 괜찮다고 하시는 거예요. 저도 딱히 낯을 가리지 않거든요. 말을 놓으니 금방 친해졌어요. 현장에 들어가서 더 가까워진 것 같고요. 생각하고 준비해 간 게 이만큼 있어도 후배 입장에서 선배가 불편하고 어렵게 느껴지면 10 중에 2 정도만 얘기를 하게 되잖아요. 이번 현장은 10을 다 이야기해도 수용을 해주시는 분위기여서 너무 감사했어요. 아무래도 누나가 배려해준 덕분이겠죠. 쉽게 단정 짓지 않고 항상 제 의견을 물어봐 주었으니까요. 누나한테서 연기를 대하는 태도를 정말 많이 배웠어요.

하퍼스 바자 함께한 배우로부터 무언가를 배웠다는 말을 자주 하더라고요. 누구에게서든 장점을 빨리 파악해내는 편인가 봐요.

김재원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저는 배우를 한 이유가 배우고 싶어서인 것 같거든요. 경력 상관없이 후배, 선배, 동갑인 친구, 감독님을 포함한 모든 스태프에게서 다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나와는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의 말을 듣는 게 좋아요. 그래서 질문도 많이 하고요. 연기는 공동 작업이잖아요. 항상 같이 만드는 과정이 있어요. 저는 이게 좋아서 연기를 하는 것 같아요.

하퍼스 바자 순록은 말하자면 연애보다 자기 삶을 안정적으로 영위하는 것이 우선인 유형이라 처음엔 차갑게 보이기도 해요. 개인적으로 재원 씨에게 갖고 있던 인상이기도 한데, 알고 보면 친구들과 수다 떨면서 스트레스 푸는 ‘밖돌이’라면서요?

김재원 맞아요. 집에 아무리 재밌는 게임기와 최신식 컴퓨터를 갖다 놓는다 한들 저는 밖에 나가야 해요. 집에서 그러고 놀 시간에 밖에서 친구랑 소소한 일상 이야기를 나누면서 대화하는 게 더 좋아요. 내가 관심 없는 분야의 얘기일지라도 그걸 듣는 게 집에 가만히 있는 것보다 훨씬 재밌어요. 그런데 온오프가 확실하다는 점에서는 순록이와 많이 닮아 있다고 생각해요. 저 진짜 일하고 집에 가면 완전히 뻗거든요. 개운하게 씻고 누워서 자기 전에 재밌는 영상 하나 보다가 스르륵 잠드는 거. 제가 제일 좋아하는 거예요.

하퍼스 바자 인생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사랑이며, 낭만을 지키는 삶을 살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하기도 했어요. 재원 씨가 생각하는 낭만이 있는 삶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인가요?

김재원 저는 중학교 때부터 패션 모델을 시작해서 또래보다 사회생활을 일찍 했기 때문에 더 느껴요. 내 안의 소년미를 잃어버리면 안 되겠다는 걸요. 왜 그런 거 있잖아요. 남자처럼 보이고 싶어서 성숙한 척, 어른스러운 척을 하게 되는 거요. 저에게도 그랬던 시기가 있어요. 두세 살 더 들어 보이려고 괜히 형들이 쓰는 말을 따라 쓴 거죠. 떡볶이 좋아한다고 하면 될 걸, “저 떡볶이 선호해요” 한다던가.(웃음) 지금 생각하면 그때가 너무 아까워요. 나이는 계속 들어갈 것이고, 언젠가 내가 흉내 내고자 했던 중후함도 자연스럽게 생기겠지만 소년미는 돌아오지 않는 건데! 지금 뭐든지 거침없이 표현하려 하는 것도 그래서예요. 어른스러워 보이려고 애쓰지 않는 거죠. 상대방을 배려하고 예의를 차리는 선을 지키기만 한다면 충분히 괜찮은 것 같아요. 내 안의 소년을 최대한 자유롭도록 두는 것이 낭만 있게 사는 방법이라는 거죠. 떡볶이든 치킨이든 먹고 싶으면 먹는 사소한 일들도 내 안의 소년을 지키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봐요.

하퍼스 바자 지난 인터뷰들을 봤을 때 일관되게 느껴지는 것은 장르 불문, 무엇이든 해보고자 하는 열의였어요.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롤모델이었던 배우 차승원의 아역을 맡기도 하고, <옥씨부인전>으로 해보고 싶었던 사극도 해봤고, 로맨스라면 이제 자신이 있다고 말할 정도로 부지런히 필모그래피를 쌓아왔고요. 연기를 처음 시작했을 때의 갈증은 어느 정도 해소가 되었나요?

김재원 저라는 큰 퍼즐이 있다면 아직 세 조각밖에 못 맞춘 느낌이에요. 아직 갈 길이 멀어요. 그만큼 도전해보고 싶은 작품이 더 많아서요. 저는 항상 작품을 볼 때 ‘내가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을 꺼내볼 수 있는가’를 우선으로 생각해요. ‘전에 로맨스 했으니까 다음에 또 하면 안 돼’가 아니라 그 안에 있는 캐릭터의 성질을 보는 거죠. 성소수자였던 <은중과 상연>의 천상학도, 호스트바에서 일하는 <레이디 두아>의 강지훤도 분명 도전이었어요. 안 해봤던 새로운 것이었으니까요. 앞으로 만나게 될 새로운 캐릭터는 또 어떤 것이 있을지 기대돼요.

하퍼스 바자 확실히 20대 초반의 또래 배우들에 비해 다양한 캐릭터를 입어본 편이긴 하죠.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본 적도 있어요?

김재원 그럼요. 저 생각 진짜 많거든요. 심각하게 잘생긴 타입이 아니라서 가능했던 것 같아요. 혼자 집에 있는 전신 거울 앞에 서서 가만히 제 얼굴을 보면서 한 생각이에요. 흔히들 말하는 희고 깨끗한 피부의 조각미남 스타일은 아니니까요. 좀 까무잡잡하잖아요 제가. 뭐든 입히기 좋은 마스크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아닌가요? (웃음) 저에게는 정말 기분 좋은 말이에요. 다양한 얼굴을 가진 배우가 되고 싶거든요. 감독님과 작가님들이 ‘내가 쓴 시나리오 입혀보고 싶다’고 생각할 만한 배우. 언젠가 될 수 있겠죠?

하퍼스 바자 지나온 시간 중 결정적이라 불릴 장면이라면 크게 세 가지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첫 번째는 모델로 데뷔한 때, 두 번째는 대중에게 김재원이라는 배우를 각인시킨 <우리들의 블루스> 첫 화 등장 신, 그리고 세 번째는 <유미의 세포들 시즌3> 순록으로 캐스팅되었을 때. 동의하나요?

김재원 와. 정확히 맞아요. 하나를 더하자면 중앙대학교 연극학과에 입학했던 순간도 있고요. 본격적으로 배우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때거든요. 제가 예고를 졸업했는데, 대학 입시를 정말 열심히 준비했어요. 학교에서 밤새고 잠깐 자고 일어나서 바로 수업 가고. 다시 돌아가라면 못할 삶을 살았어요. 그때의 기억 때문인지 언젠가 연극, 뮤지컬 같은 무대 연기도 해보고 싶어요. 약간 권사님 창법으로 부르는 스타일이라 뮤지컬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웃음)

하퍼스 바자 <유미의 세포들 시즌3> 첫 방송 이후가 또 한 번의 결정적인 순간이 될 수도 있겠죠?

김재원 그러길 바라죠. ‘잘했다’ 한 마디면 될 것 같아요. 지금까지의 괜찮다, 기대된다는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잖아요. 공개됐을 때의 잘했다면 충분할 것 같아요. 이왕이면 ‘진짜 잘했다!’


Credit

  • 사진/ 박종하
  • 헤어/ 이혜영(김고은), 이기안(김재원)
  • 메이크업/ 조은정(김고은), 태희(김재원)
  • 스타일리스트/ 이윤미(김고은), 이정주(김재원)
  • 어시스턴트/ 정지윤
  • 디자인/ 진문주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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