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손목시계 트렌드 #2
사이즈와 소재, 디자인과 무브먼트. 더 다채로워진 타임피스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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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cking the Trend
2026 워치스 앤 원더스에서 포착한 시계 트렌드 9.
IWC의 ‘빅 파일럿 워치 퍼페추얼 캘린더 세라룸Ⓡ’.
Glow Language
올해 루미노바는 더 이상 어둠 속에서 시간을 읽기 위한 기능에 머물러 있지 않았다. 빛 자체가 디자인 요소로 확장돼 시계의 인상을 완전히 바꿔놓은 사례가 눈에 띈다. 가장 극적인 피스는 IWC의 ‘빅 파일럿 워치 퍼페추얼 캘린더 세라룸Ⓡ’. 다이얼과 케이스, 크라운, 스트랩까지 전면에 슈퍼 루미노바를 입혀 시계 전체가 발광 오브제처럼 작동한다. 랑에 운트 죄네의 ‘랑에 1 투르비옹 퍼페추얼 캘린더 “루멘”’ 역시 같은 맥락이다. 핸즈와 디스플레이, 스케일, 문페이즈 등이 어둠 속에서 구조적으로 드러나며 복잡한 메커니즘을 시각적으로 분해해 보여준다. 파네라이는 특유의 샌드위치 다이얼과 대형 야광 인덱스를 더욱 과감하게 밀어붙였다. 신작 ‘루미노르’ 시리즈에서는 깊게 파인 다이얼 구조 사이로 녹색 발광이 번지며, 단순한 가독성을 넘어 브랜드 고유의 시각적 시그너처로 자리 잡는다.
에르메스의 ‘H08 스켈레트’. © Hermès/ Joel Von Allmen
The Skeleton Moment
올해 다이얼은 유난히 열려 있었다. 오픈워크 디자인이 여러 메종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내부 구조를 드러내는 흐름이 주를 이뤘고, 그 중에서도 스켈레톤이 한 단계 더 전면에 올라왔다. 구조를 보여주는 수준을 넘어 무브먼트 자체가 디자인으로 작동하는 방식이 유독 강하게 보인 것이다. 오픈워크와 스켈레톤은 강도의 차이에 가깝다. 전자는 다이얼이나 플레이트를 비워 내부를 드러내는 방식이라면, 후자는 처음부터 무브먼트 구조를 드러내도록 설계된다. 더 쉽게 설명하자면, 오픈워크는 무브먼트를 보이게 하는 디자인을 지칭하고 스켈레톤은 구조 자체를 드러내기 위해 부품을 깎아내 ‘형태로 재구성’하는 방식. 올해 신작 중에선 까르띠에 ‘크래쉬 스켈레톤’, 에르메스 ‘H08 스켈레트’, 태그호이어 ‘모나코 에버그래프’, 바쉐론 콘스탄틴 ‘캐비노티에 미닛 리피터 투르비용 스켈레톤’, 위블로 ‘빅뱅 리로디드 우사인 볼트’ 등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피아제는 가드룬 형태로 소달라이트를 다듬었다.
Uneven Beauty
올해 메종들은 색보다 소재 자체의 물성에 집중했다. 오닉스, 어벤추린과 같은 천연석의 결과 광물 특유의 입자감 자체를 디자인 요소로 활용한 것. 반클리프 아펠은 ‘뻬를리’에 어벤추린을 더해 별빛처럼 퍼지는 원석 표면과 메종 특유의 서정적인 세계관을 연결했다. 스톤 다이얼의 명가로 불리는 피아제 역시 적극적이었다. ‘폴로 79’에 소달라이트, ‘식스티’에 블루 쿼츠, ‘앤디워홀’에 불스아이를 장식했다. 롤렉스는 ‘오이스터 퍼페츄얼’에 어벤추린을 메이크업해 경쾌한 무드를 자아냈다. 오데마 피게는 조약돌에서 영감받은 ‘에타블리쇠르 갈레(Établisseurs Galets)’에 타이거아이와 튀르쿠아즈를 조합했고, 쇼파드는 오닉스와 머더오브펄을 활용한 하이 주얼 워치를 통해 원석 고유의 결 자체를 하나의 장식 요소로 활용했다.
‘삭소니아 애뉴얼 캘린더’를 구동하는 랑에 운트 죄네의 ‘L207.1’ 칼리버.
Built for Wearability
몇 년간 이어진 케이스 다운사이징(downsizing) 흐름이 올해 들어 다른 맥락을 보여 흥미롭다. 이전까지 작아진 사이즈가 기존 모델의 축소판이나 젠더리스(genderless) 옵션에 가까웠다면, 올해는 ‘착용감(wearability)’이 중심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소매 커프 안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두께와 비례, 보다 가벼운 착용감을 강조한 의미다. 단순히 직경만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무브먼트와 브레이슬릿 구조, 무게 밸런스까지 더 작은 비례에 맞춰 재조율했다. 일부 메종은 이를 위해 신형 무브먼트를 개발하기도 했다. 가장 상징적인 사례는 불가리 ‘옥토 피니씨모 37mm’. 기존 ‘옥토 피니씨모’의 건축적인 디자인 코드는 유지하면서도 신형 칼리버 ‘BVF100’을 새롭게 개발, 두께는 소폭 늘었지만 전체 부피를 줄이고 브레이슬릿 구조까지 재정비했다. 랑에 운트 죄네 역시 ‘삭소니아 애뉴얼 캘린더’ 케이스 사이즈를 기존 38.5mm에서 36mm로 줄이며 보다 콤팩트한 비례를 제안했다. 이를 위해 새로운 무브먼트를 개발했는데, 기존 오픈센터 로터 대신 센트럴 로터 구조를 적용했으며 그 덕에 파워 리저브 역시 60시간으로 향상됐다. 메종들이 이제 작은 케이스를 하나의 ‘옵션’이 아닌, ‘울트라-씬’과 같은 독립적인 워치메이킹 영역으로 확장해 다루기 시작했다.
바쉐론 콘스탄틴의 메티에 다르 과정.
Métiers as Narrative
메티에 다르는 장식을 위한 기술이라기보다 서사 방식에 가까웠다. 단순히 다이얼을 꾸미는 게 아니라, 하나의 주제나 세계관을 시계 위에 그대로 옮겨온 것. 예거 르쿨트르는 ‘리베르소 트리뷰트 에나멜’ 워치를 통해 19세기 일본 화가 호쿠사이에게 찬사를 보냈는데, 백케이스에 미니어처 에나멜과 페인팅 기법으로 그의 작품을 재현한 것이 특징. 에르메스는 사바나의 원초적 에너지에서 영감받아 사자를 주제로 한 ‘슬림 데르메스 포켓 워치 로아아아!’를 공개했다. 포효하는 사자는 10종의 목재를 정밀하게 절단・조립하는 마케트리 기법으로 완성된 것이다. 까르띠에는 ‘똑뛰’에 샹르베 에나멜링 기법을 적용해 아이코닉한 팬더 모티프를 새겨 넣었다. 여기에 젬 세팅을 더해 평면 장식이 아니라 입체적인 표정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루브르와 협업해 고대 유물을 다이얼 위로 가져온 ‘메티에 다르 트리뷰트 투 시빌리제이션’을 공개했다. 이를 위해 마이크로 모자이크와 인그레이빙, 에나멜링, 마케트리, 도금, 미니어처 페인팅 같은 장식 공예를 총동원했다고. 구찌는 아카이브 스카프 패턴을 옮긴 ‘G-타임리스 메티에 다르’ 컬렉션으로 패션 메종 특유의 미감을 뽐냈다.
Credit
- 에디터/ 윤혜연
- 사진/ 각 브랜드 제공
- 디자인/ 이예슬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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