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샤넬 마티유 블라지가 서울에서 처음 꺼낸 이야기

마티유 블라지의 2026 샤넬 공방 컬렉션이 서울에서 다시 열린 지난 26일, 그가 <바자>에 입을 열었다. 그가 바라본 ‘오늘의 여성’에 대하여.

프로필 by 윤혜연 2026.06.02
 ⓒ Chanel

ⓒ Chanel

지난 26일, 서울은 샤넬로 들썩였다. 아직 개관 전인 퐁피두센터 한화에 2026 샤넬 공방 컬렉션이 들어왔고, 그 중심에는 마티유 블라지가 있었다. 쇼가 끝난 직후, 소수의 에디터들과 마주한 그가 이번 컬렉션에 담긴 생각을 직접 들려줬다.

ⓒ Adagp, Paris, 2026 ⓒ Succession Picasso 2026 ⓒ Succession Picasso 2026 ⓒ Adagp, Paris, 2026 ⓒ Suzanne Duchamp / Adagp, Paris, 2026 ⓒ Suzanne Duchamp / Adagp, Paris, 2026

이번 공방 컬렉션은 서로 다른 개성을 지닌 인물들이 도시 속에서 교차하는 순간들에서 출발했다. 마티유는 처음 샤넬에 합류했을 때를 떠올렸다. 재킷과 스커트, 셔츠, 까멜리아 모티프, 트위드 소재. 하우스를 상징하는 일종의 ‘유니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금세 깨달았다고 한다. 그는 그것이 오랫동안 샤넬 여성을 정의해온 강력한 언어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컬렉션에서 그가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단 한 명의 여성이 아니었다. 하루 안에서도 끊임없이 변화하는 수많은 여성의 모습이었다.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는 엄마가 될 수도 있고, 회의실에서 조직을 이끄는 리더가 될 수도 있으며, 집에서 온전히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여성의 삶은 단 하나의 역할이나 스타일로 환원되지 않는다. 마티유는 바로 그 지점을 그리고 싶었다.

ⓒ Succession Picasso 2026 ⓒ Succession Picasso 2026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최소라가 런웨이에 등장한 순간이 새삼 다르게 다가왔다. 화이트 슬리브리스 드레스를 입고 걸어 나오던 그녀의 둥글게 변한 실루엣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이내 모습을 드러낸 얼굴에는 어느 때보다 편안한 표정이 자리하고 있었다. 살짝 부른 배를 감싸 쥔 채 걷는 모습에서 톱 모델의 존재감보다 자신의 시간을 지나온 한 여성의 현재가 담겨 있었다. 마치 뱃속의 아이에게 “엄마가 걸어온 길을 보여줄게”라고 속삭이는 것만 같았다. 마티유 역시 이에 대해 “단순히 쇼를 하는 것을 넘어 과거에 함께했던 사람들과 다시 일하고 그들의 삶이 변화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큰 축복”이라고 말했다.

ⓒ Succession Picasso 2026 ⓒ Succession Picasso 2026 ⓒ Succession Picasso 2026 ⓒ Succession Picasso 2026 ⓒ Succession Picasso 2026 ⓒ Succession Picasso 2026 ⓒ Succession Picasso 2026 ⓒ Succession Picasso 2026

이번 컬렉션에서 가장 의외였던 장면은 뉴욕에서 처음 공개했을 때도 화제였던 오프닝 룩. 공방 컬렉션이라면 으레 정교한 자수 드레스나 화려한 트위드 수트를 떠올리기 마련인데, 하프집업 니트 톱과 데님 팬츠가 등장했다. 마티유는 “샤넬에게 패션은 단순히 옷이 아니라 입는 사람 그 자체에 관한 것”이라며 “여성들은 스스로를 위해 옷을 입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브리엘 샤넬의 이야기를 이어갔다.


1920년대 가브리엘 샤넬은 영화 의상 작업을 위해 로스앤젤레스를 찾았다. 그러나 그곳에서 기대했던 자유로움을 발견하지 못했다. 대신 유럽으로 돌아가기 전 들른 뉴욕 다운타운에서 흥미로운 장면을 목격했다. 샤넬풍 레플리카 의상을 입고 실제 삶을 살아가는 여성들이었다. 살롱이나 사교계가 아닌 거리에서 걷고 일하고 움직이는 여성들. 그 모습은 그녀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파리로 돌아온 그녀는 옷을 바꾸기 시작했다. 암홀을 낮춰 움직임에 여유를 주고 스커트에는 더 넓은 원단을 사용해 걸을 때 편안함을 더했다. 마티유는 이 순간을 샤넬이 자유와 움직임을 옷에 담기 시작한 출발점으로 해석했다. 이번 컬렉션의 오프닝 룩은 이를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 Succession Picasso 2026

ⓒ Succession Picasso 2026

물론 가까이에서 마주한 컬렉션은 그 정교함과 정성에 감탄을 자아냈다. 쇼 다음날 열린 리시(re-see)에서는 런웨이의 짧은 순간 속에 스쳐 지나갔던 공방의 디테일이 비로소 모습을 드러냈다. 몽텍스의 자수, 르사주의 트위드, 르마리에의 플라워 장식, 구센의 커스텀 주얼리, 메종 미셸의 패시네이터(fascinator, 장식적 요소가 짙은 모자), 마사로의 슬링백까지. Le19M(샤넬이 소유한 11개 장인 아틀리에가 모여 있는 복합 공간)에 모인 공방들의 장인정신은 모든 룩의 바탕이 됐고, 마티유는 그 견고한 기술력 위에서 특유의 위트와 관찰력을 훨씬 자유롭게 펼쳐 보였다.

ⓒ Chanel ⓒ Chanel

그렇게 뉴욕 지하철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서울에 도착했다. 마티유는 “뉴욕 지하철을 선택한 이유는 다양한 캐릭터와 여성이 한 공간에서 만나고 부딪히는 장소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 역시 비슷한 에너지를 가진 도시”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퐁피두센터 한화의 첫 전시가 입체파를 조명한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하나의 대상을 여러 시선으로 바라보는 입체파의 방식은 이번 컬렉션이 여성을 바라보는 태도와도 닮아 있었다. 단 하나의 정답이 아닌 여러 개의 얼굴, 여러 개의 역할, 여러 개의 삶. 단순한 우연이 아닐 터다.


이제 2026 샤넬 공방 컬렉션은 서울을 지나 전 세계 부티크로 향한다. 바로 모레, 6월 4일부터 만나볼 수 있다.

Credit

  • 사진/ © Chan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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