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STAINABILITY

쓰레기를 대신 처리해드립니다.

오늘도 클릭 한 번에 쓰레기를 처리했다. 바쁨과 게으름이 공존하는 현대인에게 도움을 주는 지속가능한 서비스들.

프로필 by 김경후 2024.04.02
부스럭 부스럭. 오늘도 발코니 한쪽에서 플라스틱 더미가 담긴 재활용 봉투를 낚아챈다. 자취를 시작한 지 어언 3년 차. 수많은 야근과 약속으로 분리수거 배출일을 놓치기 부지기수다. 덕분에 거실 발코니에는 버리지 못한 플라스틱과 투명 페트병 등 각종 분리수거 쓰레기로 가득하다. 1인 가구인데도 왜 이리 많은 쓰레기가 나오는지, 분리방법은 또 왜 이렇게 복잡한지. 양심 고백을 하자면 각종 플라스틱을 분리수거하지 않고 한데 모아 버린 적도 있다. 내 주변 역시 마찬가지. 귀찮거나 정확한 분리수거법을 모르거나 혹은 ‘나 하나쯤이야’ 하는 안일함 등 각기 다른 이유로 분리수거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때문일까? 1995년 분리배출제도가 도입된 후 한국의 쓰레기 분리수거율은 OECD 국가 중 최상위권이지만 한국환경공단이 발표한 <2022 ESG·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40% 이상은 다량의 악취 협착물로 인해 재활용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결국 재활용품 선별 인건비와 작업 비용이 증가해 재활용사업자는 줄어들고 재활용품 수거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한편 패션업계가 친환경 의류를 제작하기 위한 재생섬유를 생산하려면 고품질의 폐페트병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페트병이 1년간 30만 톤 이상 생산되지만 생산과정과 분리수거 절차로 인해 해외에서 폐페트병을 역수입하는 아이러니가 펼쳐지기도. 약 2만여 톤의 폐페트병을 우리에게 수출하는 일본의 경우 한국보다 분리수거율은 현저히 낮다. 허나 재활용률은 98%에 육박하며 A등급의 페트병 비중은 89.8%에 달하는 선순환 구조를 갖추고 있다. 환경 전문가들은 한국과 일본의 재활용률 격차를 두고 단순히 국민 의식의 차이 때문은 아니라고 말한다. 애당초 한국의 복잡한 재활용 배출방식과 수거방식이 문제라는 것.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가 분리수거로 지속가능을 실천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까? 답은 아니다. 여기, 그 모든 것을 대신해줄 지속가능한 서비스를 소개한다.

오늘수거
‘수거, 그 이상의 변화’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문전수거 서비스를 제공하는 앱 ‘오늘수거’. 오후 10시 이전까지 신청하면 업체가 제공한 수거 비닐에 일회용 컵부터 각종 플라스틱, 심지어 잔반이 남은 배달 쓰레기까지 모두 담아 문 앞에 놓으면 된다. 수거된 쓰레기는 자체 운영 작업장에서 선별-분리-세척-분류의 단계를 거쳐 각 원료 공장으로 인계돼 재활용 가능한 원료로 재탄생된다고. 현재 서울 19구 지역에서 이용 가능하며, 100g 당 1백40원, 부름 비용 2천5백원(회당)이 부과된다.

아모레리사이클
2009년부터 공병 수거를 진행해온 아모레퍼시픽. 지난 1월, 온라인까지 서비스를 확대했다. 아모레퍼시픽 공식 앱 ‘아모레 몰(Amore Mall)’에서 용기 수거를 신청하고 최소 10개 이상의 자사 공병을 박스에 담아 내놓으면 무료로 수거를 진행한다. 플라스틱과 유리 재질의 용기뿐만 헤어, 보디 제품에 사용되는 튜브 타입, 쿠션과 팩트, 향수까지 수거 범위가 넓어진 것 또한 주목할 만하다. 수거된 공병은 1, 2차 분리 선별 과정을 거쳐 물리적 재활용 혹은 열에너지 회수 방식으로 처리된다.

리턴잇
배달 앱으로 음식을 주문한 후 어김없이 쏟아지는 플라스틱 용기와 음식물 쓰레기. 리턴잇은 배달 음식으로 인한 불편함을 덜어주는 서비스다.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등 배달 앱에서 제휴된 음식점의 메뉴를 담고 다회용기를 선택하여 주문하면 다회용기에 음식이 담겨 배달된다. 식사 후 뚜껑만 닫아 가방에 넣은 뒤 QR코드로 반납을 신청하면 리턴잇이 회수하는 시스템이다. 수거된 용기는 자체 세척장에서 7단계를 거쳐 세척돼 식당으로 다시 공급된다. 서비스 이용료는 현재 무료다.

커버링
앞서 소개한 ‘오늘수거’와 같은 생활쓰레기 수거 서비스 앱 ‘커버링’. 지난 3월 12일, 업계 최초로 수거 서비스를 서울 전 지역으로 확대해 서울 어디든 달려갈 준비를 마쳤다고 공식 SNS를 통해 밝혔다. 원하는 날짜를 선택한 뒤, 분리배출할 필요 없이 전부 수거 봉투 안에 넣어 문 앞에 놓아두면 당일 오후 10시부터 익일 오전 6시 사이에 방문해 수거한다. 생소한 서비스라 망설여진다면 회원가입 시 1백원 체험권과 다양한 쿠폰을 증정한다고 하니 이 혜택을 잘 활용해볼 것.

리클
헌 옷 수거함이 많이 사라진 요즘. 의류함 주변은 늘 포화 상태다. 그 외 여러 이유로 헌 옷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면 헌 옷 수거 서비스 ‘리클’을 이용해보는 것은 어떨까? 최소 20개 이상의 의류를 앱 또는 웹사이트를 통해 신청하고 수거일에 맞춰 문 앞에 놓으면 끝이다. 기본 kg당 3백원의 매입 단가가 책정되며, 상태가 좋은 경우 한 벌당 최소 5백원에서 최대 2만원까지 받을 수 있으니 일거양득인 셈. 서비스 지역이 아닌 경우 택배로도 이용할 수 있으니 참고할 것.

Credit

  • 사진/ 오늘수거, 아모레퍼시픽, 리턴잇, 커버링, 리클,Getty Images
  • 디자인/ 이진미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