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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관한 148개의 단어

신간 '겨울어 사전'을 읽고 겨울이라는 계절을 덜 미워하게 되었다.

프로필 by 안서경 2026.01.08

겨울이라는 단어


누군가 겨울을 형용하고 기억하는 걸 보다가 끝내 겨울이 좋아지게 만드는 책 <겨울어 사전>.


겨울을 좋아하는 법을 도통 알지 못했다. 두툼한 니트 양말을 신어도 나아질 기미 없는 수족냉증. 체력도, 기력도 쉽게 방전되기에 겨울이라는 시간은 그저 정체기처럼 느껴졌다. 나 같은 사람에게도 책 <겨울어 사전>은 계절에 대한 유별난 시선을 준다. 책에는 출판사 아침달 편집자와 저자 23명, 독자 16명이 겨울에 관한 148개의 단어를 소환해 써 내려간 단상이 담겨 있다.

“공중을 부유하듯 천천히 하강하는 작고 흰 것을 보며 인간은 순해진다. 하늘을 향해 두 손을 펼쳐보이며 온 마음으로 그것을 마중한다.”(‘가늘고 성기게 내리는 눈’을 뜻하는 ‘포슬눈’에 관해) “한파는 냉각의 신이 하는 헛기침. 한겨울 공기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서리 알갱이가 떠다니고 큰 숨을 들이쉬면 서리 맞은 폐가 깡깡 얼어붙는 것만 같다. (중략) 몸속 찬 것과 뜨거운 것의 경로가 제 위치를 선명히 알리는 계절. 산 사람의 겨울.”(‘몹시 단단하게 얼어붙거나 굳은 모양’을 뜻하는 부사 ‘깡깡’에 대해)

내게 좋았던 겨울의 장면을 상기한다. 사소한 기억들만 떠오른다. 언젠가 부모님 집에서 함께 부쳐 먹은 파전, 국물 요리 하나를 시켜놓고 마주 앉아 나눈 친구와의 눈물짓던 대화들, 얼어붙은 춘천호나 레이캬비크의 빙하 같은 것들. 내 겨울 단어는 파전, 국물, 얼음장이 되려나? 책의 묘미는 계절을 빌미 삼아 누구에게든 잊혀진 애정 어린 시간과 시선들이 존재한다는 걸 깨우치게 하는 데 있다. 사전에 ‘겨울’의 어원을 검색했다. 머무르다는 뜻의 옛말 ‘겻다’에서 유래했고, 만물이 웅크리고 머무는 계절의 특성을 담고 있다고 한다. 이번 겨울에는 멈춰서 머무르는 이 계절을 채근하지 않고 이런 시간도 필요하다고 여겨볼까 한다.

Credit

  • 사진/ 아침달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