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권누리가 보내온 보내 온 '서른 시'
'바자'의 30주년을 맞아, '1996년', '서른'을 주제로 쓴 신작 시 '핸드헬드'
전체 페이지를 읽으시려면
회원가입 및 로그인을 해주세요!
서른 살
침잠하고 흔들리고 나아가며. 누구나 기억하는 서른이 있지만 그 형상은 유독 다른 모양이다. 지금 서른을 통과하는 <바자>에게, 두 젊은 시인이 건넨 시.
핸드헬드
너는 어떤 나라를 여행하는 중이야?
어쩌면 아주 살러 간 걸까
내 도시에는 기기한 폭설이 한창이네
하늘에서 핏기 없는 빛이 쏟아진다
이 겨울의 흰 도화지는 이름 쓸 데가 많아서 좋다
전원이 꺼진 냉장고
한때의 성에가 흘러내린다
나는 철 지난 것으로부터 태어났어
온갖 곳을 쿰쿰하게 만들며
버리는 방법을 배운다
축하해, 드디어 네가 되기로 한 일
가득 찬 슈트케이스를 끌고 떠났지
누구의 것인지 단번에 알아챌 수 있는
새까만 흉터
지워지지 않는
투명하게 얼어가기 위한 시간이 아닌 이미 녹아 미끄러질
준비 중이었다면
잊지 않고 절망과 희망의 안팎을 감친다 부지런히
완성되지 않는다
진눈깨비를 긁어모은다 컨페티가 눈부시다
살아본 적 없는 나이로 진입한다
너는 참 여전하고
어쩐지 많이도 변했고
이제는 잠드는 일도 어렵지 않다고 한다
권누리
“핸드헬드는 카메라를 삼각대에 거치하거나 고정하지 않고 찍는 촬영 기법이지요. 이렇게 찍은 영상은 촬영하는 사람의 호흡과 피사체의 동세를 따라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이동하기도 합니다. 그런 풍경을 볼 때면 꼭 그 곁에 함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기록한, 기억하기로 한 생의 몇 장면을 떠올려봅니다. 이 도시로 이주한 지는 올해로 10년쯤 되었습니다. 제가 태어나고 자란 곳은 눈 내리는 날이 아주 드물었어요. 바닥이 비치지 않을 정도로 눈이 쌓이는 날이면, 당장이라도 뛰쳐나가고 싶은 마음을 참으며 청소년기를 보내곤 했습니다. 10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눈을 보면 그것이 아름답고 빛나는 컨페티처럼 느껴집니다. 이 도시에 살게 된 이후로 겨울이 오면, 저는 이유 없이 자주 축하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기운이 좀 생기면 냉장고를 채우거나 비워야겠습니다. 오래된 캐리어도 닦아 정리해야겠지요. 잘 버리고 치우고, 잠들어야겠습니다. 앞으로 살아가게 될 나이는 언제나 처음 살아보는 나이일 테니까요.”
Credit
- 사진/ 표기식
- 디자인/ 이예슬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Celeb's BIG News
#블랙핑크, #스트레이 키즈, #BTS, #NCT, #올데이 프로젝트, #에스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