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이번 시즌의 패션 트렌드를 알고 싶다면 주목!

침실 밖으로 튀어나온 란제리 행렬부터 주류로 등극한 브라톱 트렌드까지 모두 담았다

프로필 by 이진선 2026.01.31

2026 S/S RUNWAY REPORT


구찌, 디올, 샤넬, 발렌시아가, 보테가 베네타, 셀린느, 로에베…. 2026 S/S 시즌, 16개의 크고 작은 패션 하우스가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첫 여성 컬렉션을 공개했다. 창의적인 리더십, 신선한 변화의 물결은 혼란이 아닌 흥분으로 다가왔고 패션계는 어느 때보다 ‘드라마틱(dramatic)’했다. 이를 가능케 한 건 감정적 서사가 담긴 쇼 연출. 여기에 강렬한 색채, 극적인 볼륨감과 율동감, 실험적인 스타일링이 힘을 보탰다. 바야흐로 조용한 럭셔리가 저물고, 생동감 넘치는 자기 표현의 시대가 도래했다. 여기, 이 흐름에 기꺼이 동참하게 해줄 27개의 키워드를 소개한다.


IT’S NOT BEDTIME

프랑스어로 ‘여인의 침실’을 뜻하는 부두아르 룩이 마침내 거리로 나설 준비를 마쳤다. “그녀는 문 너머에 무엇이 있든 두려움 없이 문을 연다.” 아티코의 첫 런웨이 쇼 노트에 적힌 이 문장은 이번 시즌의 태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두 디자이너가 그리고자 한 이미지는 일상 속에서도 자신감 넘치는 여성. 그 중심에는 란제리가 있다. 란제리를 그대로 차용한 실루엣부터 레더 재킷과 펜슬스커트 사이로 은근히 드러난 레이스 디테일까지. 란제리의 모든 것이 펼쳐졌다. 파자마를 주제로 한 돌체앤가바나를 비롯해 끌로에, 빅토리아 베컴, 스텔라 매카트니, 톰 포드에서도 란제리 행렬을 만날 수 있다. 공통점은? 현대 여성들을 위한, 부드럽고 쿨한 파스텔 컬러가 관능적인 무드를 이끌었다는 것.


DON’T HOLD IT, WEAR IT!

스타일과 실용성. 이 두 요소가 완벽하게 맞물렸을 때 패션은 가장 이상적인 형태가 된다. 이번 시즌 그 균형을 가장 영리하게 증명한 아이템, 바로 벨트 백이다. 이전 등장했던 힙색을 떠올릴 수 있지만 전혀 다르다. 클래식한 백의 실루엣은 그대로 유지한 채 두 손에는 자유를 선사하며 스타일과 실용성 두 마리 토끼를 잡았기 때문. 에르메스는 하우스의 상징과도 같은 켈리 백의 핸들을 과감하게 없애고 벨트 형태로 재해석했으며, 코페르니는 우아한 드레이핑 드레스에 벨트 백을 매치하며 마법 같은 룩을 완성했다. 오프화이트는 하우스의 아이덴티티를 담은 힙한 디자인의 미니 벨트 백을 선보이기도.


SKIRT 2.0

다가오는 봄, 평소 즐겨 입지 않았더라도 스타일을 위해서라면 스커트 한 벌쯤 구비해야 할 것 같다. 이번 시즌 스커트들이 여성의 젊음과 자유를 상징하는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룩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주요 아이템으로 떠올랐기에. 특히 착용자의 움직임에 따라 역동적으로 흩날리는 화려한 디테일과 풍성한 볼륨을 살린 쿠튀르적인 스커트의 등장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가장 대표적인 하우스는 보테가 베네타. 첫 쇼를 선보인 루이즈 트로터는 재활용 유리섬유 소재를 활용한 스커트를 대거 선보였는데, 심플한 상의와 대비되는 대담한 색감과 다채로운 질감이 공존하는 피스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스커트를 입는 방식을 살짝 비튼 하우스들도 눈길을 끈다. 토리 버치와 토가는 허리선을 골반 아래로 훌쩍 내린 드롭 웨이스트 스타일링으로 비율에 위트를 더하며 심플한 스커트라도 색다르게 보이도록 연출했다.


STATEMENT FRAMES

이번 시즌 선글라스는 형태를 뒤집지 않는다. 익숙한 프레임과 안정적인 렌즈 셰이프를 유지한 채 장식으로 존재감을 확보한다. 블루마린은 브리지 위에 크리스털 장식을 얹었고, 로베르토 카발리는 템플에 조형적으로 뱀 모티프를 가미했다. 또 보테가 베네타는 프레임 상단에 ‘쇠맛’ 메탈 디테일을 입체적으로 더했다. 장식은 분명 눈에 띄지만 과하지 않다. 덕분에 선글라스가 룩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메인 아이템으로 승격하면서도 여전히 편안한 착용감을 유지한다. 얼굴 위에서 실험하기보다 이미 검증된 실루엣에 패션적인 제스처를 더한 선택. 이 시즌의 선글라스는 편안하지만 충분히 패셔너블하다.


LOW-RISE REWORKED

로 라이즈가 다시 한 번 트렌드의 중심에 섰지만 접근방식은 이전과 다르다. 허리선을 과감하게 낮추되, 상의의 볼륨이나 길이로 균형을 맞추며 노출보다는 실루엣에 집중한다. 크롭트 톱과의 직설적인 조합보다 셔츠(샤넬), 니트(토리 버치), 점퍼(맥퀸)를 느슨하게 겹친 스타일링이 주를 이룬다. 알렉산더 왕처럼 아방가르드한 상의와 매치해 캐주얼함을 덜어낸 재치 또한 눈에 띈다. 허리선이 내려가면서 시선도 자연스럽게 아래로 흐르고, 그 덕에 룩의 비율이 새롭게 보인다.


BRA AS TOP

이번 시즌, 이너웨어의 역할이 바뀌었다. 말 그대로 브래지어의 형태가 상의 자리를 차지한 것. 매 시즌 등장하는 브라톱이 아니다. 삼각형으로 나뉜 컵과 두 개의 어깨 끈, 언더 밴드까지, 브래지어의 전형적인 요소가 그대로 담겼다. 지난 시즌의 란제리 룩이 레이스와 장식으로 분위기를 만든 것과는 또 다른 결이다. 이번 시즌의 브라는 그 연장선에서 구조 자체에 집중한다. 카디건 아래에 레이어드(블루마린, 돌체앤가바나, 펜디)하거나 재킷 안에 단독으로 매치(알투자라)되며 노출보다는 형태를 보여주는 방식에 가깝다.


Credit

  • 에디터/ 이진선, 서동범, 윤혜영, 윤혜연, 김경후
  • 사진/ Launchmetrics, Getty Images
  • 디자인/ 이예슬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