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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긍정하고픈 자, 인도로 떠날 것!
울창한 자연과 장엄한 궁전, 향신료가 가득한 인도로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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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델리에 있는 후마윤의 묘.
그건 앞으로의 2주를 결정 지은 경험이었다. 2주간, 우리는 아대륙 속 생동감 넘치는 색감, 소용돌이치는 군중, 소음, 냄새, 풍경 앞에 감각과부화 상태로 초현실적인 시간을 보냈다. 이번 여행은 20년 만에 처음으로 아이들 없이 남편과 둘이 떠난 여행이었다. 재미없다고 외치는 아이들이 없으니 지중해가 보이는 별장을 고집할 필요도, 유적지를 피할 이유도 없었다.
우선 인도의 골든 트라이앵글, 델리와 아그라 그리고 자이푸르 세 곳을 망라해 이곳 저곳 둘러보는 것이 일정의 시작이었다. 그런 다음 우다이푸르의 언덕과 호수를 보고, 거대 도시 뭄바이의 바닷가에서 여행을 마치는 것. 야심차게 짜여 있는 일정표가 두려울 때도 있었지만, 가이드와 오베로이(Oberoi) 호텔의 고급스러운 숙소 덕분에 처음부터 끝까지 짜릿한 여행이 될 수 있었다. 벅찬 하루하루가 끝날 때마다 다음 날을 기대하며 잠에 들었다.
뉴델리에 도착하자마자 계획한 대로 전속력으로 움직였다. 밤 비행을 마치고 곧장 에어컨이 켜진 자동차 속으로 들어갔다. 쌩쌩 달리는 툭툭, 어슬렁거리는 소와 오토바이 사이를 헤치고 공관들이 모여 산다는 지역에 도착했다. 그늘이 넓게 드리운 대로와 영국 건축가 에드윈 루티언스가 디자인한 식민지 시대 방갈로들은 이제 인도에서 가장 부유한 가문이 소유 중이다. 햄스테드에서 곧바로 옮겨온 것처럼 보이는 풍경이지만, 담을 따라 돌아다니는 원숭이와 수많은 공관 궁전을 보고 있자니 런던 화이트홀과 빅벤이 하찮아 보일 지경이었다.
오후에는 이 도시에서 가장 유서 깊다는 ‘후마윤의 묘’를 방문했다. 이 묘는 궁정 도서관의 계단에서 떨어지는 사고로 사망한 인도 무굴제국의 2대 황제 후마윤을 기리기 위해 지은 곳. 12세기에 지어진 70m가 넘는 높이의 쿠트브 미나르(Qutub Minar)를 보고 경탄을 금치 못했다.
다음 날 아침, 우리는 작고 분주한 골목을 이리저리 빠져나가며 구시가지를 둘러봤다. 홀리 축제에서 털이 분홍색으로 물든 떠돌이 개, 석탄 화로로 따뜻하게 보온한 쿠키를 피라미드처럼 아름답게 진열하여 머리 위에 얹고 가던 노점상, 화려한 나무 장식으로 입구를 꾸민 상점. 이런 광경이 마치 스냅사진처럼 머릿속에 남아 있다. 어느 허름한 노점에서는 거미줄처럼 고운 카슈미르 숄을 팔고 있었는데 숄의 양면에는 각각 다른 색으로 수가 놓여 있었다. 한쪽을 완성하는 데만 일 년이 걸렸다고 한다. 고향에 있는 나방들이 이 숄을 얼마나 빨리 망가트릴지 생각하고 나니 지갑을 열 수 없었다.
그 대신 맨발의 노인이 페달을 밟는 자전거 인력거에 올라타 델리의 향신료 시장인 찬드니 초크로 향했다. 밝은 옷을 입은 손님들이 연꽃 씨앗, 초록색의 통통한 카르다몸 꼬투리, 주홍빛 사프란 줄기, 렌틸콩, 그리고 내가 아는 것보다 훨씬 많은 종류의 쌀들이 담긴 봉지를 쏟아붓는 곳을 헤치며 시장을 돌아다녔다. 우리 주위로 강황과 쿠민이 날리며 생긴 구름이 공기 중을 가득 메웠다. 코너를 돌면 소박한 스낵바가 있었다. 가이드는 벽에 걸려 있는 인사들의 사진을 가리키며 이곳의 파라타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증거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우리는 그곳에서 파니르치즈와 신선한 민트로 속을 채운 따끈따끈한 빵을 배불리 먹었다. 음식이 물릴 만큼 약간은 멍한 상태가 되어, 차로 세 시간 거리의 다음 목적지인 아그라로 향했다.






가장 유명한 사랑의 기념비로 이미 익숙한데도 불구하고 타지마할의 모습은 숨이 멎을 정도였다.
오베로이 아마빌라스(Oberoi Amarvilas)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향기로운 마리골드 화환을 쓰고 타지마할이 내다보이는 테라스에서 샴페인을 마셨다. 호텔 매니저는 객실에서 보이는 풍경이 여기보다 더 좋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안내 받은 네루 스위트(Nehru Suite) 객실에 들어선 후 그의 말이 과장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우리 방에는 주방, 거실, 흰 대리석 욕조와 함께 무성한 꽃밭과 진주처럼 하얗게 빛나는 타지마할의 멋진 전망을 멀리에서 바라볼 수 있는 전용 테라스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그라의 하늘에서 주홍빛 연들이 춤을 추는 풍경에 매혹됐다. 저녁이 다가오자 호텔에서 공연이 열렸다. 우리는 머리 위에 불 타는 냄비를 이고 도는 무용수의 모습에 황홀감을 금치 못했다.
가장 멋진 타지마할을 보기 위해선 일찍 일어나야만 한다. 아침 5시 울리는 알람에 눈을 뜨고, 몽롱한 상태에서 500m 정도를 골프 카트를 타고 이동했다. 가는 길 내내 주변에는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지역 주민들이 우리를 둘러쌌다. 우리는 타지마할 시설이 개장하는 시간의 거의 첫 번째 방문객이었다. (일 년에 7백만 명이 넘는 방문객이 찾는 관광 명소라는 걸 생각하면 굉장한 성과다.) 목표는 해가 떠오르는 동안 돔이 소라 껍질 같은 오렌지빛 핑크색으로 물드는 풍경을 보는 것. 그리고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인파가 밀려들기 전에 다이애나비가 앉았던 벤치에서 사진을 찍는 것이었다.
타지마할은 이미 세계에서 가장 상징적인 사랑의 기념비이지만 처음 실견하니 그 영묘가 너무 아름다워 숨이 멎을 정도였다. 벽을 덮고 있는 붓꽃과 튤립을 새긴 양각 대리석 판과 청금석, 마노, 홍옥수, 석류석으로 무늬를 새긴 모습은 가까이에서 보니 더욱 정교했다. 우리는 건물이 완공됐던 375년 전, 보석이 박혀 있고 카펫이 깔려 있고 또 장식용 벽걸이가 걸려 있으며 꽃피우는 과일 나무로 가득한 침상원이 있었을 풍경을 상상해보았다.
오전 8시가 되자 관광객이 몰려왔다. 우리는 아침식사를 하러 다시 호텔로 돌아갔다. 객실에 셰프 3명이 와서 케이크, 치즈, 과일, 요거트 그리고 타지마할 모양의 작은 화이트 초콜릿까지 차렸다. 우리는 그 미니어처 타지마할을 즉각 해체해 먹었다. 그동안 웨이터는 미모사, 에그베네딕트, 그리고 감자 커리를 채우고 달콤한 잘레비를 곁들여 먹는 렌틸콩가루빵 같은 지역 음식을 내주었다.
포식하고 나니 왕족처럼 늘어져 소화시키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잠깐의 낮잠으로 기운을 회복한 후 아그라 요새로 향했다. 타지마할을 건축한 샤 자한이 살았던 곳이다. 거대한 하렘과 포도밭, 정형적인 정원, 그리고 약탈로 사라졌지만 원래는 금으로 덮여 있었던 돔이 타지마할만큼 인상적이다.
세 번째 투어 일정은 자무나강 건너 반대편에 있는 샤 자한의 달빛 정원에서 타지마할을 감상하는 것. 석류나무와 활짝 핀 달리아 꽃밭 사이를 오직 우리만 거닐었던, 예상 밖의 즐거운 외출이었다. 아래로는 강 평야에서 버팔로들이 평화롭게 풀을 뜯고, 저 멀리 시야를 방해하는 것 없이 한눈에 들어온 타지마할의 돔과 테라스는 달빛을 받아 황금색으로 빛났다.
아마르빌라스를 떠나 라자스탄으로 출발한 지 한 시간. 우리는 1571년 무굴제국 악바르 대제가 건설한 도시 파테푸르 시크리에 도착했다. 가이드의 설명에 의하면, 악바르 대제는 엘리자베스 1세가 서민에게 세금을 어떻게 부과할지 조언을 구할 정도로 계몽적인 통치자로 알려져 있다. 적어도 그의 건축 유산만큼은 나무랄 데가 없다. 건축물의 주요 구조는 강력한 벽으로 세워진 요새로 한때 영국군이 주둔지로 사용했고, 커존 경이 일부 복원했다. 가운데에는 레이스처럼 조각된 흰색 대리석으로 둘러싸인 성인의 무덤이 있다.




우리는 호숫가에 앉아 벌새들을 바라보고 나무에서 들려오는 감미로운 플루트 소리를 들었다.
고속도로 위로 간간이 나타나는 버팔로를 이리저리 피하는 긴 이동 끝에 우리는 자동차 경적 소리가 시끄럽게 울리고 노점상들이 고함치는 자이푸르의 활기찬 혼돈 속으로 들어갔다. 작은 요새의 문을 통과해 다음 관광 명소에 온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그곳은 그날 묵게 될 호텔 오베로이 라즈빌라스(Oberoi Rajvilas)였다. 부드러운 잔디밭 위로 경쾌한 물줄기 소리를 내는 분수와 분홍색 수련을 띄운 수영장이 있었다. 우리가 묵을 작은 별장에는 전용 정원이 있었고 거기에는 캐노피를 씌운 데이 베드도 있었다. 와인 한 잔을 들고 기지개를 편 순간, 공작새 여섯 마리가 울타리 위로 부드럽게 날아오더니 빛나는 꼬리 깃을 펼치며 장관을 선보였다. 그러다 근처 모스크에서 기도 시간을 알리는 소리가 들리자 경쟁하듯 꽥꽥대는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나무 속으로 날아가버렸다. 나도 저녁을 먹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 남편과 함께 호텔의 중정으로 향했다. 그곳에선 이미 뮤지션 두 명이 산투르의 선율에 맞춰 사랑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라자스탄의 수도인 자이푸르는 18세기 건설된 도시로, 박식가이자 열정적인 점성술가였던 마하라자 자이 싱 2세의 의해 격자형으로 지어졌다. 자이푸르는 위도 27도에 있기 때문에, 모든 거리의 폭을 27피트의 배수로 지었다. 중심지의 길이는 6km, 끝에서 끝까지 일직선으로 이어졌다. 자이푸르는 훗날 에드워드 7세가 된 1876년 당시 웨일즈 왕자의 방문을 기념하며 도시를 분홍색으로 칠해 ‘핑크 시티’로 불리고 있다.
이후 우리가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도시에서 조금 떨어진 앰버 요새였다. 강 평원 위로 높이 솟아 주변 언덕의 능선을 따라 총안이 있는 보호벽이 뱀처럼 뻗어 있었다. 내부는 마하라자의 사적인 공간 및 궁중으로 일 년 내내 최적의 편안함을 유지할 수 있게 지었다. 겨울에 채광을 극대화하기 위해 작은 은빛 거울로 장식했다. 반대편에 위치한 여름 궁전 수크 마할은 에어컨의 초기 형태인 수도관 시설까지 갖췄다. 이곳 역시 유명한 지역 관광지로, 우리가 가는 곳마다 예복을 입고 포즈를 취하는 커플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도시 중심에 있었던 자이 싱의 걸작은 브루탈리즘에 가까울 정도로 밋밋했다. 기둥 탑, 벽돌, 대리석으로 가장자리를 두른 구덩이의 모습을 한 잔타르 만타르는 내 눈에는 그저 거대한 스케이트 파크 같았다. 하지만 18세기에 지어진 이 건물의 실제 용도는 천문대다. 세계에서 가장 큰 해시계인 잔타르 만타르는 오늘날에도 몬순의 강도를 예측하는 데 사용되고 있어 초침이 똑딱이는 걸 볼 수 있다.
이 단순함은 지금 마하라자가 살고 있는 시티 팰리스(City Palace)의 화려함과는 아주 흥미로운 대비를 이룬다. 시티 팰리스에는 각 계절을 상징하는 네 개의 입구가 있다. 예전 알와르의 마하라자가 에드워드 7세의 즉위식에 참석하기 위해 런던으로 배를 타고 가면서 마실 갠지스 강물을 채웠던 6피트짜리 은 항아리 두 개가 포함된 보물 컬렉션도 있다.(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이 마하라자는 격식을 차리지 않은 복장 때문에 런던의 대형 롤스로이스 매장에서 입장을 거부당하는 수모를 겪자 그 매장에 있는 모든 차를 사서 인도로 가져온 후 사과를 받을 때까지 쓰레기차로 사용했다고 한다.)
자이푸르는 관광만큼 흥미로운 쇼핑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 몇 주씩 머물며 다람쥐 털 한 가닥으로 채색한 섬세한 미니어처, 손으로 짠 카펫, 목각 인형, 자수를 놓은 숄, 쟁반 가득 반짝이는 보석들의 가격을 흥정하기도 했다. 저녁에는 발리식 마사지와 수영장 옆에서 저녁식사를 즐기며 피로를 회복했다.
하지만 다음 목적지가 우리를 부르고 있어 계속 가야만 했다. 우다이푸르는 품위 있게 사리를 걸친 환경미화원들이 고요한 가로수길을 깨끗하게 정돈한 덕에 평안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오베로이 우다이빌라스(The Oberoi Udaivilas)는 그때까지 묵은 호텔 중 가장 웅장했다.
고개를 숙인 코끼리 석상 사이를 지나 벽으로 둘러싸인 공간에 들어서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벽 위에서 갓 따온 장미 꽃잎들이 머리 위로 쏟아졌다. 우리는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복도로 안내받고 밝은 빛깔의 꽃과 졸졸 경쾌한 소리를 내며 흐르는 수로, 그리고 피콜라 호수의 잔잔하고 너른 풍경이 보이는 복도를 지나 묵을 객실에 도착했다. 이곳은 전용 수영장과 파빌리온이 딸려 있는 곳으로 19세기 호랑이와 멧돼지들의 싸움이 벌어졌다는 사냥용 오두막이 보이는 작은 오아시스였다. 짐을 풀자마자 수영을 하고 다즐링차를 마시며 기운을 차린 다음 커다란 정원에서 기분 좋게 길을 잃었다. 지평선 너머로 해가 지는 동안 우리는 호숫가의 테이블에 앉아 독한 칵테일을 마시고, 재빠른 벌새들이 핑크빛 부겐빌레아 꽃에서 꿀을 먹는 모습을 바라보고, 나무에서 들려오는 감미로운 플루트 소리를 감상했다.

우다이푸르의 피콜라 호수.
마지막 목적지로 우리는 뭄바이에서 열리는 디올(Dior)의 패션쇼에 초청받았다. 마지막으로 묵게 된 오베로이 호텔은 마린 드라이브에 있는 거대한 현대식 건물이었다. 점심으로 초밥을 즐겼고, 저녁에는 재해석된 인도 전통 요리를 맛보기도 했다. 그 사이사이 기차역과 대학, 그리고 거대한 야외 빨래터인 도비 가트(Dhobi Ghat)를 둘러보는 짧은 관광도 즐겼다.
저녁에는 게이트웨이 오브 인디아 앞에서 열린 디올 쇼에 참석했다. 게이트웨이는 수작업으로 수놓은 핑크와 골드 컬러의 태피스트리로 장식되어 있었다. 지금까지 했던 여행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짜릿해 그야말로 이번 휴가를 마무리하기에 적합한 행사였다. 매일이 경이로움으로 가득했지만, 우리는 안다. 아직 인도의 겉면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것을. 집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다음 인도 여행 계획을 짰다.
※오베로이 호텔 앤 리조트(Oberoi Hotels & Resorts), 아베크롬비 앤 켄트(Abercrombie & Kent, www.abercrombiekent.co.uk)가 함께하는 16박짜리 ‘피콕스 앤 팰리시즈(Peacocks & Palaces)’ 투어의 비용은 2인 기준 1인당 약 1천3백만원부터다. 오베로이 뉴델리, 오베로이 아마빌라스, 아그라, 오베로이 라즈빌라스, 자이푸르, 오베로이 우다이빌라스, 우다이푸르, 오베로이 뭄바이에 들르는 일정으로 영국항공 항공편이 제공된다. 현지 이동 및 가이드, 베드 앤 브렉퍼스트 수준의 숙박도 포함되어 있다.
Credit
- 글/ Lydia Slater
- 번역/ 박수진
- 사진/ Getty Images, Courtesy of Oberoi Rajvilas, Oberoi Udaivilas
- 디자인/ 진문주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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