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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밍타이거의 이상하고도 평범한 어느 날

오메가 사피엔, 원진, 머드 더 스튜던트, 홍찬희, 소금. 무대에서 내려온 바밍타이거의 다섯 멤버가 모든 잡념을 뒤로한 채 쉬어가는 어느 보통의 날. 이 페이지는 이들에 의한, 이들을 위한 지극히 사적인 다큐멘터리다.

프로필 by 고영진 2024.07.30
(왼쪽부터) 오메가 사피엔이 착용한 티셔츠는 Prada. 팬츠는 Maison Martin Margiela. 집업 후디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원진이 착용한 집업 후디는 Resonate Good Enough. 티셔츠는 Maison Martin Margiela.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머드 더 스튜던트가 착용한 트랙 재킷은 Gosha Rubchinskiy×Sergio Tacchini. 티셔츠, 데님 팬츠는 Maison Martin Margiela. 홍찬희가 착용한 안경은 아티스트 본인 소장품. 니트 베스트, 티셔츠, 트레이닝 팬츠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소금이 착용한 셔츠는 Comme des Garcons. 스커트, 트레이닝 팬츠는 Cox’s Pippin. 안경은 Miu Miu.

오메가 사피엔(이하 오메가) 서울로 가는 버스 안에서 맥주 마시면서 하는 인터뷰!
하퍼스 바자 생각보다 촬영이 길어진 탓인지 맥주를 유독 반가워했다. 다들 술을 좋아하는 편인가?

홍찬희 다는 아니고 몇 명 있다. 여기서는 소금, 원진 정도? 아, 오메가도.

머드 더 스튜던트(이하 머드) 형은 술을 좋아한다기보다 취하는 게 좋아서 먹는 거지.

오메가 다들 그런 거 아니었나?

원진 요새 밤에 잠을 못 자서 한동안 축 늘어져 있었는데 이렇게 사람들 만나니까 좋은 것 같다. 자야 할 시간에 깨어 있으니 우울해지더라고.

오메가 잠 못 잘 땐 날숨을 들숨보다 2배 길게 하면 된다.


(왼쪽부터) 오메가 사피엔이 착용한 티셔츠는 Prada. 팬츠는 Maison Martin Margiela. 집업 후디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소금이 착용한 셔츠는 Comme des Garcons. 안경은 Miu Miu. 원진이 착용한 집업 후디는 Resonate Good Enough. 티셔츠는 Maison Martin Margiela.

하퍼스 바자 지난 5월부터 ‘The Tiny Tour 2024’로 11개의 도시를 돌았다. 미국 헤드 인 더 클라우즈, 스페인 프리마베라 사운드, 영국 글래스턴베리. 이 모든 페스티벌 무대에 섰다는 사실이 믿겨지나?
오메가 매년 우리가 서는 공연 스케일이 커진다. 어느 정도 적응도 됐는데 그렇다고 무뎌진다는 뜻은 아니다. 이제는 잘해야겠다는 생각보다 그 순간을 완벽하게 소유하고 소화해내고 있는 느낌이다. 더 즐길 수 있게 된 거다.
홍찬희 투어를 주기적으로 해줘야 하는 것 같다. 한국에만 있으면 늘어지기 쉬운데, 일단 투어를 시작했다 하면 규칙적인 스케줄을 소화하게 되니까. 확실히 리프레시가 된다.
하퍼스 바자 글래스턴베리 무대는 BBC로 영국 전역에 생중계되기도 했다. 평소와는 다른 긴장을 느꼈나?
소금 다를 건 없었다. 이전에 해왔던 크고 작은 공연들이 지금의 무대를 만들었다고 생각하면서 더 단단한 마음을 갖고 했다.
홍찬희 다들 은근히 안 떨어서 충격이었다.
오메가 긴장될 때 팁. 긴장과 기대는 모두 아드레날린이라는 호르몬에서 시작된다. 그 두 가지의 차이는 마음가짐이다. 수동적으로 걱정하는 쪽이면 긴장이 되고, 능동적으로 쟁취하는 마인드면 기대가 되는 거지. 그래서 난 긴장될 때마다 ‘아니? 난 지금 신났고 너무 기대돼’ 이런 식으로 마음을 고쳐먹는다.

(왼쪽부터) 소금이 착용한 티셔츠는 Dries Van Noten. 스커트, 안경은 Miu Miu. 힐은 Maison Martin Margiela. 오메가 사피엔이 착용한 피케 셔츠, 팬츠, 벨트, 스니커즈는 모두 Maison Martin Margiela. 선글라스는 Supreme. 머드 더 스튜던트가 착용한 원피스는 Vaquera. 코듀로이 쇼츠는 ERL. 스니커즈는 Vans. 니삭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홍찬희가 착용한 셔츠, 벨트, 스니커즈는 모두 Maison Martin Margiela.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원진이 착용한 슬리브리스 셔츠는 Maison Martin Margiela. 팬츠는 Prada. 스니커즈는 Crocs. 이너 티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하퍼스 바자 되게 긴장했다는 말로 들리는데….
오메가 결과만 생각하면 긴장, 순간을 즐기자고 생각하면 기대. 분명 즐기자고 생각했다.

소금 나는 작년 일본 후지 록 페스티벌 때 진짜 많이 떨었다. 한 번 크게 떤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이번에는 침착한 마음으로 해냈다!


(왼쪽부터) 머드 더 스튜던트가 착용한 트랙 재킷은 Gosha Rubchinskiy×Sergio Tacchini. 티셔츠는 Maison Martin Margiela. 홍찬희가 착용한 안경은 아티스트 본인 소장품. 니트 베스트, 티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하퍼스 바자 투어 중간에는 강원도 철원에서 열린 DMZ 페스티벌 무대에도 섰다. 그 자리에서 바밍타이거의 라이브 무대를 처음 봤는데, 개인적으로는 이틀간의 페스티벌에서 가장 즐겼던 무대로 꼽는다. 바밍타이거의 무대를 본 사람이라면 팬이 되지 않을 수 없겠다는 생각도 했고.
오메가 동의한다. 흐흐.
홍찬희 관객이 한껏 달아올라 있다면 우리 역시 공연하기 너무 쉬워지는데, DMZ가 그랬다. 주변을 신경 쓰지 않고 쓰고 진짜 즐기는 느낌이었다. 우리 공연이 좋았다고 느낀다면 그만큼 관객으로서 잘해줬다는 뜻이다.
오메가 DMZ 페스티벌을 이번 투어 공연의 일환으로 친다면 제일 좋았던 공연 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소금 한국에서 그 정도의 에너지로 소통할 수 있는 공연을 계속 기다려왔는데 DMZ에서 그게 가능하다는 걸 알게 돼서 너무 좋았다. 기회만 된다면 또 서고 싶다.
하퍼스 바자 단순히 상의 탈의에서 나오는 장악력은 아니라고 생각했다.(바밍타이거는 거의 모든 무대에서 상의 탈의를 한다.) 인정하기 싫지만 춤에 그 저력이 있는 것 같았달까. 이를테면 춤이 없는 ‘Buriburi’는 상상이 되지 않는 거다. 제의와 군무 사이, 묘하게 매료시키는 안무들이 없었다면 무대의 힘은 지금보다 덜했을 거라 생각한다.
머드 어려울 수도 있는 노래에 춤이 붙으면서 설득이 쉬워진다.
소금 공연에서 관객과의 소통만큼 무대 위에 있는 사람들끼리의 소통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게는 춤이 무대에서 에너지를 나누고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다.
오메가 해외로 나갈 땐 스태프를 많이 동원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때가 많다. 그럴 때 우리끼리 더 좋은 공연을 만드는 방법을 생각했을 때 춤을 추는 게 최선의 선택이었다. 돈이 드는 것도, 화려한 연출이 필요한 것도 아니니까. 우린 전문 안무가도 없다. K팝의 민족답게, 우리끼리 모였을 때 놀면서 나오는 춤으로 만드는 편이다.
홍찬희 한 번 만나면 아이디어가 진짜 100개씩 나온다.

(왼쪽부터) 원진이 착용한 이불 코트는 Maison Martin Margiela×H&M. 홍찬희가 착용한 티셔츠는 Helmut Lang. 팬츠와 스니커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안경은 아티스트 본인 소장품. 소금이 착용한 트랙 재킷은 tricot Comme des Garcons. 스커트, 안경은 Miu Miu. 힐은 Maison Martin Margiela. 머드 더 스튜던트가 착용한 셔츠는 Maison Martin Margiela. 스니커즈는 Nnormal.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오메가 사피엔이 착용한 피케 셔츠는 Emotional Destruction US. 쇼츠는 General Research. 스니커즈는 Maison Martin Margiela.

하퍼스 바자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노래를 하든 춤은 계속 추는 건가?
오메가 평소 공연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 좋은 음원과 뮤직비디오를 내는 것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결국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은 공연이니까. 춤은 더 나은 공연을 위한 확실한 방법이긴 하다. 무대에서 같은 옷을 입고, 같은 동작을 할 때 느껴지는 일체감이 좋다. 당장 내년의 계획도 없지만 춤은 좋은 공연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엔 변함이 없을 것 같다.

하퍼스 바자 양립할 수 없는 개념을 동시에 추구하는 태도 역시 변치 않을 것 같다. 마이너하지만 대중적인, 자유롭지만 타이트한, 즉흥적이지만 계산된 요즘의 행보처럼 말이다. 바밍타이거의 추구미인가?

소금 그 아슬아슬한 밸런스가 좋다. 통제되지 않은 날것을 좋아하다가도 너무 갔나 싶으면 반대를 좇는다.

오메가 우리 구성 자체가 그렇다. 비슷해 보이지만 좋아하는 것도, 의견도 다른 것이 많다. 모두가 기뻐하고 만족하는 결과물을 만들려고 하다 보니 소금 누나가 말한 아슬아슬한 밸런스를 탈 수밖에 없다.

하퍼스 바자 바밍타이거의 음악을 얘기할 때 늘 따라붙는 ‘얼터너티브 K팝’이라는 수식어도 이를 잘 보여주는 말일 것이다. 활동 초반엔 얼터너티브, 즉 새로운 것을 보여주는 데 방점이 찍혀 있었다면 요즘에는 K팝이라는 정체성을 강조하는 것 같다. 세계가 한국의 예술에 관심을 가져주는 지금의 타이밍을 잘 활용하고 싶은 것인가?
소금 솔직히 말하면 얼터너티브도 K팝도 그렇게 신경 쓰지 않는다. 어떻게 느껴지는지는 듣는 분들의 몫이겠지. 말한 것처럼 그저 아슬아슬한 줄타기 중이 아닐까.
오메가 공감한다. 그런 것에 얽매여 있기보다 히트곡을 만들고 싶을 뿐이다.

(왼쪽부터) 홍찬희가 착용한 셔츠, 벨트, 스니커즈는 모두 Maison Martin Margiela.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소금이 착용한 티셔츠는 Dries Van Noten. 스커트, 안경은 Miu Miu. 힐은 Maison Martin Margiela. 머드 더 스튜던트가 착용한 원피스는 Vaquera. 코듀로이 쇼츠는 ERL. 스니커즈는 Vans. 니삭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원진이 착용한 슬리브리스 셔츠는 Maison Martin Margiela. 팬츠는 Prada. 스니커즈는 Crocs. 이너 티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오메가 사피엔이 착용한 피케 셔츠, 팬츠, 벨트, 스니커즈는 모두 Maison Martin Margiela. 선글라스는 Supreme.

하퍼스 바자 히트곡의 기준이 뭔가? 차트 1위 하는 곡?
오메가 40년이 지나도 듣는 노래. 우리에게 지금 그런 노래는 없다. 40년 뒤에도 듣고 호응할 수 있는 노래라는 건 그야말로 한 시대를 강타했고 대표하는 노래라는 말이니까.

소금 이번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에서 20년 전 앨범으로도 그 큰 무대에 서는 아티스트들을 보면서 생각했다. ‘나도 바밍타이거랑 저렇게 오래오래 페스티벌에서 같이 무대 하고 싶다’고. 그러기 위해서는 오메가가 말한 히트곡이 필요할 것이다.

하퍼스 바자 한창 준비 중이라는 앨범에서 그런 곡이 나올지도? 인터뷰 준비하는 데 참고하려고 앨범에 대한 힌트를 부탁했지만 오늘까지도 아무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오메가 아직 정해진 게 없어서 그렇다. 나올 때가 되면 나올 것이기 때문에…. 확실한 건 엄청 좋을 예정이라는 것이다.

하퍼스 바자 바밍타이거를 설명할 땐 누구나 ‘틀을 깬다’는 표현을 쓴다. 지금 가장 깨고 싶은 틀은 무엇인가?

오메가 틀을 깨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하기보다 우리가 좋아하는 걸 할 뿐인데 틀이 깨진다. 너무 허세 같나?(웃음)

소금 내가 말하고 싶은 부분이다. 누구나 무언가를 만들 땐 틀을 깨는 데서 시작하겠지만 다음의 단계들을 거치면서 처음의 모나고 삐죽한 부분들이 점점 깎이게 된다. 틀에 어느 정도 적합한 형태가 되는 거다. 우리에겐 그럴 단계들이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가 하기 때문에. 그냥 하면 된다.


(왼쪽부터) 소금이 착용한 티셔츠는 Chiyagi. 안경은 Miu Miu. 원진이 착용한 티셔츠는 Maison Martin Margiela. 홍찬희가 착용한 티셔츠는 Maison Martin Margiela. 안경은 아티스트 본인 소장품. 오메가 사피엔이 착용한 티셔츠는 Prada. 머드 더 스튜던트가 착용한 티셔츠는 Maison Martin Margiela.

하퍼스 바자 마지막으로 멤버 각자에게 묻겠다. 음악 작업을 떠나 만나서 대화해보고 싶은, 궁금한 사람이 있나?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지금의 나를 잘 보여줄 수 있을 거란 생각이다.
소금 나 자신. 투어 다니다 보면 나랑 노는 시간이 거의 없다. 내가 재밌는 걸 하고, 어떤 게 힘들었고 언제 성장했는지 스스로와 대화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머드 나는 2019년에 바밍타이거에 합류해 음악을 처음 제대로 시작했다. 그때의 나를 만나보고 싶다. 뭐가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와 처음 사회에 발을 내딛는다는 불안이 섞인 그 묘한 긴장을 기폭제 삼아 음악을 만들었을 때다. 도대체 어떤 패기로 그런 짓을 했는지 다시 한 번 되새기고 싶다.
홍찬희 비슷한 맥락인데, 죽기 전의 나를 만나고 싶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이런 라이프스타일은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바밍타이거라는 팀으로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 공연을 하는…. 그래서 늘 죽기 전에 지금의 시간들이 생각날 거라고 말하곤 하는데, 실제로 생각날지 아니면 더 대단한 경험을 하게 되어 그걸 떠올릴지 궁금하다.
원진 최근에 만난 지인이 커피 찌꺼기로 점을 볼 줄 알길래 한 번 봤는데 고모를 만나라고 하더라. 나에게는 고모가 제2의 엄마 같은 존재인데 연락을 못 드린 지 오래 됐다. 고모를 만나야겠다.
오메가 워렌 버핏. 종목 추천 받고 싶다.(웃음) 아, 사토시 나카모토도! 비트코인을 만든 사람인데 아무도 그 정체를 모른다. 사람들의 시선 밖으로 완전히 사라져버렸기 때문에 비트코인이 완벽한 탈중앙화폐로 남을 수 있었던 거고. 만나 뵙고 차라도 한잔 할 수 있다면 좋겠다. 어떤 영감이든 얻게 되지 않을까.

Credit

  • 사진/ Nikolai Ahn
  • 스타일리스트/ 신민철
  • 헤어&메이크업/ 마히토(Mahito)
  • 어시스턴트/ 정지윤
  • 디자인/ 진문주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