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네 명의 셰프가 추천하는 회심의 페어링

이 술에는 이 안주를. 사심 가득한 셰프들의 술상 위.

프로필 by 고영진 2024.11.10
열무김치 + 구스타브 로렌츠 게뷔르츠트라미너
이 조합을 추천하면 누구든 예외 없이 미간부터 찌푸린다. 라면에다 열무김치를 곁들여 먹다 술 한잔이 당긴 것이 발단이었다. 화이트 와인 한 잔으로 개운하게 식사를 마무리하려던 생각이었는데, 한 모금 마신 뒤 본격적으로 열무김치를 더 꺼내 와 병을 비워버렸다. 화이트 와인 중에서도 김치에 곁들이는 용으로는 게뷔르츠트라미너 품종을 추천한다. 리치, 장미 향이 올라오고 단맛이 강한 편인데, 마늘과 생강에서 나는 김치의 매운 맛과 향을 부드럽게 만들어준다. 잘 익은 배추김치도 시도해봤는데 괜찮았다. ‐ 곳간바이멜드 셰프, 김병석

고등어볶음밥 + 하쿠슈 하이볼
하쿠슈는 보틀부터 싱그럽다. 시원한 민트 향과 은은한 배 향이 어우러지다 미묘한 녹차 향과 함께 스모키하게 마무리된다. 구하기 어려워 하이볼로 만들어 먹기는 아깝지만 고등어볶음밥과 함께하기엔 이만한 술이 없다. 달걀을 풀고 소금, 후추, 간장으로 간을 한 밥에다 고등어 한 마리를 통으로 얹어 만든 고등어볶음밥은 꽤 기름지다. 절반쯤 먹었을 땐 어쩔 수 없이 하쿠슈 하이볼을 찾게 된다. 묵직한 청량함이라 해야 할까. 특유의 허브 향이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 다시 처음의 자세로 식사를 시작하게 만든다. ‐ 에다마메 남영 셰프, 현상욱

과메기 + 올드 풀티니 12년산
공기가 차가워지는 계절의 바닷바람으로 잘 말린 과메기와 위스키는 의외로 괜찮은 한 쌍이다. 진득한 감칠맛이 나는 과메기와 다시마에 초장을 듬뿍 찍어 입안 가득 넣고 올드 풀티니 한 잔을 곁들여보길. 도수가 높은 증류주는 알코올이 코끝까지 치고 올라오는 매력이 있는데 여기에 비릿한 바다 향과 톡 쏘는 초장이 더해질 때 그 풍미는 배가된다. 특히 올드 풀티니는 해안가에 위치한 증류소에서 숙성해 해풍의 영향을 받는다. 미네랄과 소금기, 옅은 스파이시함까지 더해지는데 피니시는 묘하게 달다. 한 번 맛본 뒤로 지금과 같은 과메기 철이 돌아올 때마다 생각난다. ‐ 제이드 앤 워터 셰프, 이창한

미니오이와 안초비 + 캄파리 스프리츠
캄파리 스프리츠는 이탈리아 식전주로 통하지만, 사실 점심도 저녁도 아닌 애매한 오후 시간대 손님을 맞이할 때 내어놓기 더없이 좋은 술이다. 곁들인 디시는 냉장고에 있는 재료라곤 미니오이밖에 없어서 급조한 메뉴다. 안초비를 얹은 오이에 신선한 올리브 오일과 숙성된 발사믹 식초를 넉넉히 두르면 끝. 여기에 파르메산 치즈를 뿌리면 더할 나위 없다. 캄파리의 쌉싸름한 허브 향과 안초비의 짠맛에 오이의 상쾌한 수분감이 더해지면 특유의 고소한 여운이 남는데, 이게 묘하게 중독적이다. 미니오이가 없다면 오이고추나 가지고추도 좋다. ‐ 보르고 한남 셰프, 스테파노 디 살보(Stefano Di Salvo)

Credit

  • 사진/ 맹민화
  • 푸드 스타일리스트/ 김가영
  • 디자인/ 진문주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