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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리듬을 따라 유유히 - 전라도 광주 여행 스폿!

광주는 작지만 밀도 있는 도시다. 도보로 충분히 이동 가능하고, 각 장소 간의 리듬도 적당하다. 도시의 공기는 다층적이다.

프로필 by 최강선우 2025.04.25

광주는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다. 도시는 늘 어떤 ‘사건’을 품고 있고 사건들은 지금도 현재형으로 이어진다. 1980년 5월의 흔적, 전일빌딩의 탄흔, 오래된 극장의 암전, 책방에서 나눈 한 문장의 대화, 그리고 무등산 자락에서 시작되는 바람까지. 광주는 시간과 감각, 기억이 겹쳐지는 도시다. 광주라는 도시는 항상 하나의 ‘이유’를 품고 있다. 1980년 5월이 그러했고, 지금은 ‘몸’과 ‘다양성’에 대한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도시는 사유와 감각, 그리고 과거의 기록을 일상에 배치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굳이 큰 미술관에 가지 않아도, 오래된 극장과 책방, 베이커리, 골목의 카페에서도 ‘깊이 본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움직이고 감각하기


사진/ ACC제공 사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박선호 스튜디오 사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박선호 스튜디오

4월 17일부터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ACC)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우리의 몸에는 타인이 깃든다》 만으로도 광주에 들릴 이유는 충분하다. 우리 모두 각기 다른 몸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너무도 단순한 진실을, 예술은 여러 방식으로 감각하게 만든다. 전시를 보고 나오면 자연스럽게 광주라는 도시가 다르게 보인다. ‘무장애 전시’라는 수식어처럼 관람 방식은 수직적이지 않다. 직접 손으로 만질 수 있고 음성 설명과 쉬운 글로 설명된다. 시각을 넘어, 미세한 또다른 감각을 통해 느껴지는 구조가 많다. 시선보다 동선이 기억에 남는 작품들이 굉장히 많다. 나와 타자, 사회를 연결하는 방식, 돌봄과 연대라는 주제가 다른 설치와 기획으로 펼쳐진다. 경계 넘기'를 주제로 존재의 '다름'을 인정할 뿐만 아니라 나와 다른 존재에 취해야 할 태도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게 한다.


[INFO] 《우리의 몸에는 타인이 깃든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라이브러리파크 · 기간: 2025.4.17 – 6.29 · 관람시간: 화–일 10:00–18:00 (수,토 20:00까지)



과거를 기억하기


전일빌딩245_광주광역시 제공

전일빌딩245_광주광역시 제공

ACC 에서 도보 5분 거리 전일빌딩245에 도착한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의 흔적이 남은 건물은 복합 문화공간으로 바뀌었지만, 옥상의 메모리얼 홀에선 여전히 ‘기억’이 실재한다. 물 곳곳에 남아 있는 245개의 탄흔은 현재까지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그날의 흔적을 직접 마주할 수 있다. 기억을 따라 내려오면, 다시 현재의 광주로 돌아간다. 2020년, 복합 문화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문화를 자유롭게 즐길 수 있도록 리모델링되었다. 미디어아트 갤러리에서 역사와 예술이 어우러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카페 8층에서는 광주의 전경을 볼 수 있어 들리기를 권한다.

광주극장_에디터 제공 광주극장_에디터 제공 광주극장_에디터 제공 광주극장_에디터 제공

광주극장이 자리한 충장로로 자연스레 발걸음을 옮겨보자. 1935년에 문을 연 이 단관극장은 여전히 운영 중이다. 손 그림 간판, 고전 영화, 좁은 로비. 오래된 옛날 극장이라는 공간이 주는 집중의 감각이 강하게 작동한다. 영화 한 편을 보지 않아도 과거 기억을 오롯이 품은 공간만으로 충분한 경험이 된다.


[INFO] 전일빌딩245 · 광주 동구 금남로 245

[INFO] 광주극장 · 광주 동구 충장로46번길 10



예술 만끽하기


소년의 서_에디터 제공 소년의 서_에디터 제공 빵과 장미_에디터 제공 빵과 장미_에디터 제공 빵과 장미_에디터 제공 빵과 장미_에디터 제공 빵과 장미_에디터 제공 빵과 장미_에디터 제공 이것은 서점이 아니다_에디터 제공 이것은 서점이 아니다_에디터 제공

광주 원도심엔 책방들이 참 많다. 모두 책을 사고 읽는 곳이 아니라, 책을 매개로 도시와 관계 맺는 방법을 제안한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충장서림’은 오랜 동네 책방의 현재형이다. 금남로 2가에서 40여 년 동안 운영 중인 향토 서점인데도 여전히 동네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광주극장 바로 옆의 ‘소년의 서’는 오월의 흔적과 함께하는 인문 서점. 연극 연출가이자 독립문화 기획자인 책방지기가 제도 밖에 떠밀려난 목소리들을 조명하고 싶다는 사명 하에 샛길로 난 좁은 골목길에 문을 열고 자리를 지켜왔다. 바로 옆에 위치한 ‘빵과 장미’는 이름만큼이나 명확한 철학을 가진 빵집도 놓치지 말자. 단순한 빵집이 아니다. 더 나은 삶을 가능케하는 좋은 먹을거리에 대한 생각을 하고 빠른 템포를 늦추기에 안성맞춤이다. 또다른 추천 스폿은 광주를 대표하는 독립서점으로 부상한 ‘이것은 서점이 아니다’이다. 서점 이름처럼 작지만 매우 실험적인 문화공간이다. 최근인 4월 21일 확장 공사를 마치고 재오픈해 시즌2를 알렸다. 큐레이션이 굉장히 좋다.

베토벤음악감상실_에디터 제공 베토벤음악감상실_에디터 제공 베토벤음악감상실_에디터 제공 베토벤음악감상실_에디터 제공

충장로 사이사이 골목을 거닐다 보면 또다른 특별한 공간을 만날 수 있다. 1982년 5월에 문을 연 베토벤음악감상실이다. 실제로 1970∼80년대만 해도 충장로에 고전 음악 감상실이 많았다는 후문. 그 중 여전히 명맥이 유지해오는 이곳에서 원목의 따스한 분위기, 좋은 향기 속에서 차분한 클래식 선율을 만끽해보자. 책 한 권 펼치고 쉬어가기 좋다. 정기적으로 연주회와 음감회도 연다. 류시화 작가, 법정 스님, 이해인 수녀가 다녀간 공간으로도 유명하다.


[INFO] 충장서림 · 광주 동구 중앙로160번길 10

[INFO] 소년의 서 · 광주 동구 중앙로160번길 6

[INFO] 베토벤음악감상실 · 광주 동구 금남로 250-8

[INFO] 빵과 장미 · 광주 동구 중앙로196번길 12

[INFO] 이것은 서점이 아니다 · 광주 동구 충장로22번길 8-12 101호



속도 줄이기


티 에디트_에디터 제공 티 에디트_에디터 제공

아침 일찍 시간이 된다면 북동쪽 무등산 자락을 걷는 일로 하루를 시작해도 좋다. 증심사 입구까지 버스로 이동한 뒤, 초입 산책로만 걸어도 도시의 전혀 다른 얼굴을 마주할 수 있다. 작은 산책로에는 지역 주민들이 조용히 운동하고 있고, 작은 약수터에서 물을 마시며 쉬는 이들이 있다. 고요하고 느린 공기. 하루를 단단하게 만들어준다. 산책 후 근처 들러 차 한 잔을 마셔도 좋다. 무등산 초입인 의재로에 위치해있는 티 에디트를 강력 추천한다. 1962년 지어진 한옥을 티 하우스로 재탄생 시킨 곳이다. 광주와 전남 지역의 차를 선별해 소개해 남도의 차를 접할 수 있다. 양림동 산책도 또다른 좋은 옵션이다. 이곳은 여전히 ‘근대’라는 단어가 통용되는 공간이다. 개신교 선교사들이 만든 건물, 그 틈에 생긴 무수한 카페들, 골목의 회색빛. 근대와 현재, 가게와 사람이 느슨하게 연결된 거리에서 오후를 보내기에 충분할 것이다. 목조건물에 들어선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오늘 하루를 천천히 정리해보는 건 어떨까.


[INFO] 티 에디트 · 광주 동구 의재로 9 수-일 12:00 - 22:30, 화 16:00 인스타그램



마음껏 응원하기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_광주광역시 제공 양동통닭_업체 제공 양동통닭_업체 제공 양동통닭_업체 제공 수일통닭_업체 제공

프로 야구 시즌이 한창이다. 4월과 5월, 일정만 맞다면 여행의 마지막을 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보내는 것을 강력 추천한다. ACC에서 택시로 15분 거리, 광주-기아 타이거즈의 홈구장은 한국에서 손꼽히는 야구장이자, 광주의 ‘현재’를 체감할 수 있는 공간이다. 광주 토박이 로컬의 추천은 경기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지역 재래시장인 양림시장에 들러 갓 튀긴 통닭을 반드시 테이크아웃할 것! 마주 보고 있는 양동통닭수일통닭 두 가게가 치킨 계의 양대산맥이라고. 매장 분위기나 맛, 가격까지도 비슷해 끌리는 곳을 선택해도 무방하다. 치맥하며 관중들과 함께 응원가를 부르다 보면 도시의 또 다른 정체성이 선명해짐을 느낀다. 시민들이 광주라는 도시에 품는 감정은, 조용한 헌정과 뜨거운 환호 사이 어딘가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


[INFO] 양동 통닭 · 광주 서구 천변좌로 260-1 1층

[INFO] 수일 통닭 · 광주 동구 천변좌로262번길 1-1

[INFO]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 · 광주 북구 서림로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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