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정연두의 작업실에서 벌어지는 마술

국제갤러리 부산에서 개인전 «불가피한 상황과 피치 못할 사정들»을 선보이는 작가 정연두의 작업실에서 나눈 대화.

프로필 by 안서경 2025.06.23

마술적 사이에서


무관해 보이는 것과 나 사이의 거리를 줄이는 일. 삶의 이야기에 기민한 촉수를 열어두고 반응해온 작가 정연두에게, 예술은 그런 마술적 역할을 해왔다.


작가 정연두와 대화하면 종종 길을 잃을지 모른다. 표정 변화 하나 없이 자신의 뿌리와 머나먼 이국, 경험과 상상을 오가며 서로 다른 키워드와 예술 작업을 절묘하게 결합한 이야기를 내어놓을 테니까. (가령 우리가 나눈 대화에는 소래포구의 생새우와 영국식 치즈 토스트에 관한 것이 있다.) 지금 국제갤러리 부산에서 열리고 있는 작가의 개인전 «불가피한 상황과 피치 못할 사정들» 또한 꼭 그의 화법을 닮았다.(드럼 소리에 맞춰 익어가는 막걸리의 기포가 폭 터지는 장면을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 전시에서 정연두는 ‘블루스 음악’과 ‘발효’를 교차 편집하다가 마침내 중첩시킨다.

연주자의 손가락에 따라 찬연한 빛을 내는 장독대로 이뤄진 설치작품 <아픈 손가락>을 지나면, 영상 작업 <피치 못할 블루스>를 통해 혼신을 다하는 콘트라베이스, 보컬, 색소폰, 오르간, 드럼 연주자를 마주하게 된다. 한편에는 메주를 초상화처럼 담은 <바실러스 초상> 연작과 사워도 밀가루를 검은색 대리석 위에 펼쳐 우주 성단을 그려낸 <은하수>가 놓여 있다. 이 농담 같은 광경 사이로 한국에 정착한 고려인 후세대들의 인터뷰 영상이 등장하는데, 각자의 사연은 블루스 보컬리스트의 입으로 발화되고, 천연 염색한 인도네시아의 바틱 천 위에 시구처럼 새겨져 있다. 한마디로 삶과 예술이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 같은 전시. 설명할 수 없고 불가해한 것이 삶이지만 그 안에서 어떻게든 블루스 리듬과 발효 현상처럼 생은 오묘하게 이어지지 않냐고 묻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신묘한 전시장을 빠져나와 작가의 작업실을 찾아가 나눈 대화.


하퍼스 바자 이번 전시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발효’라는 예상치 못한 키워드를 블루스 음악과 연결 지은 점이었죠.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자 연주 영상이 포개지며 다양한 소리에 매료됩니다.

정연두 음악을 다룬 작업들을 작년부터 계속해오고 있어요. 올 초 강릉국제아트페스티벌에서 선보인 <싱코페이션 #5>와 평행선상에 두고 작업한 전시예요. 몇 해 전 한 박물관에서 에디슨 축음기에 녹음된 고려인의 육성을 들은 적이 있어요. 1915년 독일 포로로 잡혔던 러시아 군인 중에 고려인이 있었고, <싱코페이션 #5>을 작업할 때 그 음성에 착안해 현을 없앤 프리페어드 피아노(prepared piano)와 현이 있는 피아노, 두 대로 민요를 결합한 연주를 시도했죠. 전자가 농담기 하나 없이 주제와 자연을 대하는 제 태도가 담긴 작업이라면, 이번 전시는 무게의 밸런스가 달랐어요. 제가 좋아하는 감독 중 하나인 팀 버튼의 영화 <가위손> 분위기와 비슷하달까. 밝고 화사한 외양이지만 내용은 이질적이죠.

하퍼스 바자 동시에 다른 감각의 두 작업을 진행하셨군요. 그런 아이러니를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정연두 물론 저의 태도도 묻어날 테지만 블루스의 음악적인 힘이 컸어요. 피아노는 해머로 현을 두드리는 ‘보이싱’ 과정을 통해 소리를 내는, 굉장히 민감한 악기잖아요. <싱코페이션 #5>에서 피아노라는 악기가 주는 진지함을 영상에 끌어왔다면, 이번 전시는 블루스가 지닌 특성이 반영된 거죠. 옛 흑인 노예들이 힘듦을 이야기하고 자축하는 블루스라는 장르의 시작에서 알 수 있듯이, 블루스에는 12마디라는 기준과 느리고 어딘가 풀어진 것 같은 박자, 그 안에 사람들의 감정을 끄집어내는 듯한 묘한 리듬이 모두 공존해요. 그런 특성 때문에 작품들이 다른 길을 가지 않았나 싶어요.


하퍼스 바자 전작에서 단오제, 산불 같은 자연현상과 피아노 연주를 연결지었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메주와 사워도 반죽의 형상을 통해 ‘발효’라는 키워드를 전면에 드러냈죠. 발효에 천착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정연두 요즘 제 취미가 발효이고, 너무 빠져 있어요. 상할 것 같은데 상하지 않고, 썩을 것 같은데 썩지 않고, 다시 살아나는 일련의 과정이 굉장히 신기하고 감동적이에요. 개인적인 얘기를 하나 해보면, 7년 전부터 작업실에서 직접 김장을 하고 있어요. 어머니가 연로하셔서 김장을 안 하시니 일부러 대화하기 위해 김장할 때 이걸 넣을지 말지, 어떻게 넣을지 하나씩 여쭤보곤 하거든요. 올해 생새우를 넣어보고 싶었는데 마트에는 굉장히 고급스럽게 포장되어 쌓여 너무 비싸더라고요. 김치에 넣기엔 고급 재료더군요. 어머니께 말씀드리니 인천 소래포구 공판장 골목길 제일 끝에 가면 한 여자분이 아주머니들께만 새우를 판다더라고요. 속는 셈치고 직접 가보니 배 위에서 한 바가지 5천원에 파는 거예요. 그 모습이 저한텐 슬로모션의 한 장면처럼 재미있었고, 어머니 기억 속의 인물이 실존하는 것도 놀라웠고요. 당장 어제 일도 기억 못 하시는데 그걸 기억하시는 것도 신기하고. 그러니까, 사실 사는 얘기와 발효가 이렇게 묘하게 맞닿아 있는 지점이 있고 그 묘미에 이끌렸달까요? 제가 부릴 수 있는 유일한 마술은 썩히지 않고 발효로 무언가를 변화시켜주는 거라는 생각도 들고. 그래서 고려인들 이야기나 자연의 신비한 힘, 이런 것들이 어떻게 하면 전달될 수 있을까, 고민하는 데 있어 발효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죠. 아무튼, 올해 김치는 냉동실에 소분해둔 새우를 넣고 그렇게 만들어졌습니다.(웃음)

하퍼스 바자 전시장 한편을 채우는 <바실러스 초상> 연작이 떠오르네요. 메주에 하얀 균이 피어나는 과정을 한 장면씩 기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정연두 사촌형이 20여 년 전 청송에서 된장 공장을 열었어요. 가마솥에 소금, 콩, 물만 넣고 삶아 메주를 담갔는데 장사가 잘 안 되어 수십 개 항아리에 장이 남아 있었죠. 그런데 10여 년의 시간이 지나고 자연 그대로의 상태에서 발효가 되고 나니, 그 된장이 점점 유명해지더라고요. 그곳을 몇 달간 찾아가 메주가 매달려 있는 모습을 찍은 거예요.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만 믿지, 보이지 않는 것에 관한 믿음은 없죠. 보이지 않아도 균은 그렇게 존재하며 제 역할을 하는 거죠. 영국 유학 시절 제 첫 작품은 치즈 토스트로 가족의 얼굴을 그린 작업이었어요. 매일 토스트로 끼니를 때우다 한번은 가족 한 명 한 명의 모습을 나이프와 포크로 눌러 데스마스크처럼 기록한 적 있는데, 그 모습을 본 동기들이 아시아적인 얼굴 형상에 흥미로워 하더라고요. 이때 제 안에 입맛과 정체성의 관계 같은 주제가 새겨진 것도 같아요. 또 고려인 후세대가 한국에 살며 느끼는 동질성과 이질성에 관한 문제도 작업을 하면서 생각해보기도 했고요. ‘무엇이 닮아 있다, 어떤 형상을 하고 있다, 객관적인 무엇이다’ 정의 내리는 일, 그 사이에서 만든 작품이 <바실러스 초상>입니다.


하퍼스 바자 관람객으로서는 이번 전시가 표면적으로는 이어지지 않을 것 같은 것들이 모여 느슨하게 은유적으로 이어지는, 시적인 전시라는 인상을 받았어요. 전시의 시퀀스나 동선을 위해 고심한 부분이 있다면요?

정연두 우선 컬러풀한 전시를 만들고 싶었고, 전시장을 들어갈 때와 나올 때 감각이 완전히 다른 맛의 전시를 만들고 싶었어요. 표면적으로는 툭툭 던진 듯 가벼운 인상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실 작업하다 보면 실타래처럼 아주 디테일한 부분까지 꼬아 들어가게 되는 것 같아요. 또 국제갤러리 부산 위치상, F1963이라는 공간에 들어온 사람들이 우연한 발걸음으로 들르기 때문에, 물 흐르듯 돌아볼 수 있도록 했고요. 벽을 중앙에 세운 건, 공간 중앙 인포메이션 데스크와 관객의 시선을 단절해 들어갈 때는 뮤지션에 집중하되 나올 때는 뮤지션이 보이지 않는 동선을 고려했죠. 각각의 음악이 다른 색감을 가지듯, 숨바꼭질하듯 벽을 돌며 감상할 수 있길 바랐어요.

하퍼스 바자 블루스 음악을 연주하는 이들은 어떤 의도로 구성하게 되었나요?

정연두 블루스 연주를 계속 구경하러 다녔어요. 해박한 지식이 있던 게 아니라 블루스 밴드는 이런 거구나, 12마디를 마디마다 끊어서 연주자들이 번갈아 연주하는 거구나, 하나씩 터득하면서 작곡가와 의견을 주고 받았죠. 연주자 중에는 빼어난 전문 연주자가 대부분이지만, 드럼 연주자는 제 작업을 도와주는 학생이었죠. 능숙한 사람이 특정 비트를 전부 연주하기보다, 아마추어가 무작위적이거나 급급하게 리듬을 따라가는 소리가 매력적이었고요. 모든 밴드 구성원들이 드럼의 템포에 의지하기 마련이니까, 그걸 비틀고 싶었어요. 전시장이지 연주장이 아니니까 완벽한 음악보다는 조화를 이루고 싶었죠.


하퍼스 바자 이번 전시뿐만 아니라 최근 미국 피바디에섹스박물관의 제프리 P. 빌 갤러리에서 개인전 «Jung Yeondoo: Building Dreams»가 열렸죠. 내년 1월까지 초기 사진 작업인 <내 사랑 지니>와 <상록타워> 연작이 공개되는데, 20여 년 전 작업을 선보인 감회가 어떠신가요?

정연두 큐레이터가 <내 사랑 지니> 작품 아래 꿈속에서 무엇이 되었으면 좋겠냐고 묻는 질문지를 두었는데, 둘째 날 사람들이 빼곡하게 메모를 꽂아둔 것을 보고 무척 재미있었어요. 이번 전시를 통해 제가 음악 작업으로 여러 사람과 교감하며 작품을 만드는 방식에 관심을 갖는 분도 있는데, 사실 두 작업을 통해 사진으로 사람들과 교류하기 시작한 것이거든요.

하퍼스 바자 당시 사진 작업을 주로 하셨죠.

정연두 그때 제게 사진은 소통의 도구였어요. 미술가로 타인과 커뮤니케이션을 이룰 수 있게 만드는 매개체였고요. 제가 사회적인, 금전적인 힘이 있어 누군가의 꿈을 이뤄줄 수 있는 건, 딱 봐도 아니잖아요.(웃음) 같이 드로잉을 하고, 무얼 준비해 어떤 이미지를 만들지 이야기하고. 누군가의 스토리텔링을 기록할 수 있고 연결해주는 가능성을 지닌다는 점에서 카메라를 택했죠.


<바실러스 초상 #5>, 2025, Color inkjet pigment print, framed, 62x50x4cm (frame), 45x33cm (image).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바실러스 초상 #5>, 2025, Color inkjet pigment print, framed, 62x50x4cm (frame), 45x33cm (image).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하퍼스 바자 언젠가 타인과 교감하는 작업 방식에 대해 “남의 이야기를 들음으로 인해서 예술가가 자기의 마음속에 있는 모든 것을 다 끄집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서 다시 내 얘기를 집어넣을 수 있는 구조가 있어서”라고 말한 적 있죠. 타인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행위가 예술가로서 당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나요?

정연두 기록을 위한 주요한 방식이었죠. 홍콩에서 <높은 굽을 신은 소녀>를 만들 때, 문씨 할머니를 만나기 위해 몇 주 동안 홍콩 방직공장이 자리하던 변두리 공원에서 인터뷰이를 찾던 기억이 나요. 광둥어도 모르고, 천에다 한자로 “한국 예술가가 방직공장에서 일하신 분들의 얘기를 모읍니다”라는 글을 쓴 자수를 세워두고 매일 기다렸죠. 지나가다 어르신들이 한마디씩 건네는 말을 녹음한 다음 번역해 사람들의 스토리를 알게 되기까지 몇 주간의 텀이 걸렸어요. 타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작업의 방식이 어디로 흐를지 모르는 그 지점이 가장 흥미롭기도 해요. 그런 케미컬적인 작용, 제가 무언가를 기록하기 위해선 이런 상상력이 필수불가결해요. 어떤 의지 없이는 지나칠 수밖에 없는, 저만의 인터랙션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하퍼스 바자 미디어 아티스트로서 일찍이 작업에 VR을 활용하기도 했는데, 현재 AI, 가상현실 같은 새로운 테크놀로지에 관한 생각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정연두 기술이 뛰어날 때 느끼는 교묘한 충격은, 굉장히 잘 만든 공예품을 볼 때 느끼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고도의 기술을 구현했을 때 작품이 주는 매력은 이루 말할 수 없죠. 다만 저는 그것만으론 부족하다는 생각입니다. 새로운 기술은 전달하고자 하는 것과 접점이 있을 때에만 빛을 본다는 입장이에요. 이 생각을 갖게 된 건, 2014년 VR 오큘러스 리프트의 개발자 키트로 <Blind Perspective>를 만들 때였어요. 방사능 피폭이 된 지역의 쓰레기 더미를 아름다운 풍경으로 치환하는 영상 작업이었는데, 관객의 반응을 보려 어느 할머니께 생애 처음 VR 기기를 씌워드린 적 있죠. 혹여 할머니께서 다치면 어떨지 걱정하며 보는데, 너무도 빠르게 작품과 기술을 받아들이는 거예요. 감동했다는 반응이었고요. 매체가 가지고 있는 특징과 작품이 주는 공통된 경험 사이에 어떤 작용이 일어났기 때문이겠죠. 요즘 학교에서 수업을 할 때 절반 넘는 학생들이 AI를 활용하는데 의도적으로 사용하기보다 기술로 표현할 수 있을 거라 예상치 못한 영역을 AI로 사용하면 훌륭한 도구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하퍼스 바자 몇 해 전 MMCA에서 선보인 개인전 «백년 여행기»에서 이주민의 이야기와 백년초의 설화, 사탕수수 등이 섞인 작업들이 기억나요. 초기작이 개인의 역사에 관심을 두었다면, 점점 넓은 범주에서 사회문화적 맥락을 담은 작업을 이어온 것 같다는 인상을 받는데요. 말씀한 작품도 그렇고, 근작의 고려인도 마찬가지고요.

정연두 맞아요. <상록타워>를 작업할 즈음엔 내가 사는 아파트나 호수, 바운더리 안에서 상상했어요. 생각의 확장이 일어나게 된 건, 앞서 말한 아트타워 미토에서의 개인전 이후부터였죠.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피해를 입은 지역과 가장 가까운 미술관에서 열린 개인전을 준비하던 때였어요. 당시 큐레이터가 2002년 <내 사랑 지니> 촬영 때 만난 한 학생이 그 지역에서 영화감독을 하고 있다고 소개해주기도 했고, 절망을 겪은 그 지역 사람들에게 제가 예술가로서 어떤 희망을 줄 수 있을지, 어디까지 공감할 수 있을지 어떤 도전과 압력을 느꼈어요. 거리감에 관해 다른 감각을 갖게 되었죠. 어떤 문제로부터 물리적 거리가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사안을 되게 냉정하게 바라보는 데 비해, 그 상황을 이해하는 데는 더 많은 상상력이 필요하잖아요. ‘동심원의 이론’ 같은 개념을 접하기도 했고요. 당시 원전으로부터 피난 대피 구역을 정부가 40km까지로 설정해두었는데, 41km에 사는 사람들의 입장이나 200km 떨어진 도쿄의 사람들, 1000km 떨어진 서울에 사는 사람들의 입장 차이를 고심해보게 된 거예요. 나아가 «백년 여행기»를 준비하면서는 100년 전, 우즈베키스탄이나 카자흐스탄에서 그 지역으로 넘어간 사람들의 거리감을 알게 되었고요. 저는 예술이 가진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게, 나와 무관해 보이는 것 사이에서 그 거리감을 메우는 것이라 믿어요.


«불가피한 상황과 피치 못할 사정들» 전시 전경. <피치 못할 사정들> 스틸 이미지, 2025, 4K digital video, color, signage, framed, 44x75x6cm, 7min 10 sec. (looped).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피치 못할 사정들 #5>, 2025, Batik on cotton, natural dyes and medicinal herbs, framed, 53x70x4cm (frame), 38x55cm (image).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사진: 안천호 <은하수>, 2025, Color inkjet pigment print, framed, 93x140x5cm (frame), 80x127cm (image).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하퍼스 바자 지난 30여년 간 멈춤 없이 작업을 이어오셨죠.

정연두 다른 걸 잘할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도 드는데….(웃음)

하퍼스 바자 아주 실험적인 영화감독은 어떨까요?

정연두 자크 타티라는 프랑스 감독을 아세요? 1960년대 <플레이타임>이라는 영화를 만들었는데, 찰리 채플린의 슬랩스틱 영화처럼 묘한 재미가 있는 코미디 영화예요. 당시 몇 백 제곱미터의 공간에 30미터짜리 에펠탑을 만들고, 실제 도시처럼 세트를 만들어 파산했죠. 지금 영화 세트의 규모를 보면 당연한 건데, 당시는 충격적이었거든요. 왜인지 그가 떠오르네요. 음, 다른 걸 하기보단 할 줄 아는 걸 하는 게.(웃음)


※ 정연두 개인전 «불가피한 상황과 피치 못할 사정들»은 국제갤러리 부산에서 7월 20일까지 열린다.

Credit

  • 사진/ 장정우
  • 헤어 & 메이크업/ 박정환
  • 디자인/ 이진미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