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Y

킴 카다시안과 카일리 제너가 픽한 한국인 네일 아티스트는 누구?

3D 네일 아트로 글로벌 스타들과 협업하는 오소진

프로필 by 박경미 2025.07.05

THE POWER OF KOREAN ARTISTRY


전 세계에 코리안 파워를 전파하고 있는 K-뷰티 아티스트. 그들이 전하는 한국적 아름다움과 글로벌 신에서 직접 체감한 영향력에 대하여.


카일리 제너의 러브콜을 받아 디자인한 물방울 네일.

카일리 제너의 러브콜을 받아 디자인한 물방울 네일.

NAIL ARTIST, Oh Sojin

네일 아티스트 오소진은 2021년, 빌리 아일리시와 로살리아가 함께한 ‘Lo Vas A Olvidar’ 뮤직비디오 속 유리 네일을 작업하며 주목받았다. 이후 3D 네일 아트와 투명하게 비치는 ‘윈도 팁’을 대중화하며 트렌드를 이끌었다.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유기적인 디자인으로 자신만의 미학을 구축한 그는, 독창성을 바탕으로 킴 카다시안, 카일리 제너, 카디 비 등 글로벌 스타들과 협업하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막연하게 품었던 ‘한국을 세계에 알리겠다’는 꿈은 사진가이자 주얼리 디자이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그리고 네일 아티스트로서 실현되고 있다.


할머니 집 처마에 달려 있던 고드름에서 영감받은 디자인.

할머니 집 처마에 달려 있던 고드름에서 영감받은 디자인.

하퍼스 바자 오랫동안 브랜드 PR 일을 해온 걸로 알고 있어요. 어떤 확신이 있었기에 네일 아티스트로 전향할 수 있었나요?

오소진 사실 처음엔 그냥 취미였어요. ‘내가 원하는 디자인이 없으니 직접 만들어보자’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시작했죠. 그렇게 연습한 작업물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는데 로살리아, 비요크, 그라임스, 헌터 샤퍼 같은 아티스트에게 연락이 오더라고요. 유명 셀럽들이 LA 한인타운에 있는 작은 제 아파트를 찾아올 때마다 믿기지가 않았죠. 마치 새로운 세계의 문이 열린 것 같았어요.

하퍼스 바자 그렇게 관심을 받았는데 왜 숍을 열지 않았죠?

오소진 네일 제품의 화학 냄새를 잘 못 참거든요.(웃음) 네일 아트 외에 하고 싶은 것도 많고요. 무엇보다 제 작업의 큰 축은 ‘여행이 주는 감명’이에요. 많이 보고 직접 경험해야만 영감이 생겨요. 다양한 재료를 활용한 네일 아트를 시도하고, 주얼리를 디자인하거나 조각을 하는 등 제 삶은 늘 실험의 연속이에요. 그래서 정해진 공간이나 시스템보다는 자유로운 환경이 필요했어요.

하퍼스 바자 그래서인지 작업물에서 자유로움이 느껴져요.

오소진 제 인생 철학 중 하나가 ‘나만의 길을 자유롭고 재미있게 걷고, 다른 사람의 세상도 조금 더 자유롭게 만드는 데 기여하자’예요. 처음부터 흔하거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스타일은 지양했죠. 누구도 완벽하게 복제할 수 없는 자연의 아름다움이야말로 영감의 원천이라고 느꼈고, 거기서 모티프를 얻어 디자인을 하게 되었어요.


마크 제이콥스와 협업한 ‘BADA’ 이어링.

마크 제이콥스와 협업한 ‘BADA’ 이어링.

하퍼스 바자 작업 과정도 자유로운 편인가요?

오소진 네, 특히 3D 네일 아트는 스케치대로만 연출하려고 하면 오히려 작품이 딱딱해지고 생동감이 떨어져요. 자연 다큐멘터리나 일상 속 오브제에서 영감을 받고, 그 순간의 감정에 따라 자유롭고 즉흥적으로 작업하는 걸 선호해요.

하퍼스 바자 사용하는 재료도 일반적인 네일 아트와는 다르잖아요. 재료를 찾기까지 시행착오도 많이 겪을 것 같아요.

오소진 지금은 3D 네일이 어느 정도 대중화되면서 많은 브랜드에서 스컬프팅 젤을 출시하고 있지만 제가 네일 아트를 시작했을 땐 그런 재료가 없었어요. 그래서 톱코트와 아크릴 파우더를 섞어 원하는 모양을 만들곤 했죠. ‘Lo Vas A Olvidar’ 뮤직비디오 속 디자인은 유리와 젤 네일을 혼합해 만든 거에요. 실제 유리처럼 맑고 투명한 결과물이 나와 만족스러웠지만 제거하는 데 몇 시간을 쏟았던 게 기억나네요.

하퍼스 바자 그렇게 3D 네일의 선구자가 되었어요. 이름만 들어도 아는 셀러브리티, 브랜드, 패션 매거진의 주목을 받고 있고요. 하지만 지금처럼 유명해지기까지 많은 어려움도 있었을 거예요.

오소진 솔직히 지금도 매일 혼자 싸우는 기분이에요. 동양 여성이라는 이유로 제게 주어지는 기회가 다른 동료보다 90%는 적다고 느낄 때가 많거든요. 인터뷰에서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건 처음이에요. 억울하고 지치는 날도 많고 외롭기도 해요. 슬프게도 촬영 현장에서 유일한 동양 여성인 경우가 아직도 대부분이거든요.

하퍼스 바자 어떻게 차별과 어려움을 극복했죠?

오소진 현장에서 위축돼 보이지 않도록 늘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현해요. 하지만 그게 불편하게 받아들여지거나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때도 있죠. 돌이켜보면 필사적으로 버텼던 것 같아요. 혼자 눈물도 많이 흘렸고요. 그래도 ‘내가 이걸 견뎌내면 다음 세대는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참았어요. 지금 K-뷰티가 주목받고 있다는 자부심도 저를 지탱하는 힘이 됐죠.


향수 브랜드 보이 스멜스(Boy Smells)와 협업으로 완성한 네일을 보여주는 오소진. 바닷가에서 코코넛 향 선스크린을 바르는 장면에서 영감받은 향을 조개 껍질과 모래로 표현했다.

향수 브랜드 보이 스멜스(Boy Smells)와 협업으로 완성한 네일을 보여주는 오소진. 바닷가에서 코코넛 향 선스크린을 바르는 장면에서 영감받은 향을 조개 껍질과 모래로 표현했다.

하퍼스 바자 맞아요. ‘메이드 인 코리아’의 인기가 대단하죠. 현장에서도 달라진 한국의 영향력을 체감하나요?

오소진 확실히 느껴요. 촬영 현장에서 만나는 메이크업 아티스트나 헤어 스타일리스트의 가방을 보면, K-뷰티 제품이 하나씩 들어 있더라고요. 그들이 한국 브랜드를 정확하게 발음하는 걸 들을 때마다 괜히 뿌듯하고요. 촬영감독이 준비한 무드 보드에서도 한국 아티스트의 작업물을 종종 포착해요.

하퍼스 바자 당신의 작업 방식이나 태도에도 영향을 주고 있나요?

오소진 영어 이름을 쓰지 않기 때문에 더 큰 책임감을 느껴요. 한국의 미적 감각을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죠. 그래서 언제나 새롭고 독창적인 디자인을 고민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해요. 우리가 가진 정서 예를 들어 정, 한, 흥, 끼, 깡, 눈치 같은 단어들은 영어로 완벽하게 번역되지 않잖아요. 그런 미묘한 감정과 정서를 제 작업에 담고 싶어요. 제가 하는 네일 아트가 단순한 장식을 넘어 하나의 문화적 언어로 읽히기를 바라요.


네일 아트에 사용하는 소재들. 산과 바다에서 직접 채집한다.

네일 아트에 사용하는 소재들. 산과 바다에서 직접 채집한다.

하퍼스 바자 얘기한 대로 한국의 정서를 작업에 담아본 적이 있나요?

오소진 지난겨울 마크 제이콥스와 바다를 주제로 주얼리를 만든 거요. 제게 파도는 가족과 저를 이어주는 감정의 매개체 같은 존재거든요. 그 감성을 담아 곡선 형태의 귀고리와 목걸이를 디자인했고, 각각 ‘BADA’와 ‘JINJU’라는 한국어 이름을 붙였어요.

하퍼스 바자 한국에 대한 애정이 크네요. 당연히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한국 아티스트도 있을 것 같아요.

오소진 어릴 적부터 동경해온 김완선, 엄정화, 이효리, 이정현 같은 언니들요. 이정현이 ‘와’ 무대에서 착용했던 새끼손가락 마이크처럼 독특한 콘셉트를 살린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요즘 K-팝 아티스트들이 제 디자인을 많이 활용하더라고요. 원작자로서 직접 작업해 주고 싶어요. <바자>가 대신 전달해주세요.


인어를 떠올리며 손끝에 담긴 작은 바다를 담았다.

인어를 떠올리며 손끝에 담긴 작은 바다를 담았다.

관련기사


Credit

  • 사진/ © 제니 조, 니나 박, 오소진
  • 디자인/ 이예슬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