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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드 맞아? 익숙한 스멜 솔솔…'첫사랑DOGs'와 '내남결' 일본판

K-드라마 DNA, 일본 드라마에 스며들다! K-콘텐츠의 진화 '그라데이션K'

프로필 by 박현민 2025.07.17

화면 속 풍경은 분명 도쿄, 배우들은 일본 스타들이지만 어딘가 묘하게 익숙하다. 최근 연달아 공개된 TBS 드라마 <첫사랑DOGs>와 프라임 비디오 오리지널 <내 남편과 결혼해줘> 일본판을 보며 느끼는 이 기시감의 정체는 무엇일까. 대사 한마디, 장면 전환, 인물 간 감정을 풀어가는 방식에서 K-드라마 특유의 감각이 은근하게 묻어난다. 그 낯설지 않은 분위기 뒤에는 원작 IP는 물론, 기획·연출 단계부터 깊이 관여한 K-제작진의 손길이 있다. 두 작품은 그렇게 ‘일드’라는 틀 안에서 K-드라마의 DNA를 품어내며, 한일 콘텐츠 협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한 프레임 안에서 만나는 한일 감성: <첫사랑DOGs>


사진 / TBS·스튜디오드래곤

사진 / TBS·스튜디오드래곤

스튜디오드래곤과 일본 TBS가 손잡고 만든 힐링 로맨스 <첫사랑DOGs>(初恋DOGs)는 한일 협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한국 배우 나인우가 일본 배우 키요하라 카야, 나리타 료와 함께 주연으로 호흡하며, 한 프레임 안에서 두 나라의 감성을 자연스럽게 엮어낸다. 한국의 재벌 3세, 일본의 수의사와 변호사. 각기 다른 상처를 지닌 이들이 한 마리 반려견을 통해 얽히고 오해를 풀어가는 과정이 잔잔하면서도 섬세한 감정선으로 펼쳐진다. 원작은 TBS가 한국에 세운 스튜디오 투운의 웹툰 ‘Dog한 로맨스’로, 기획 단계부터 한일 양국의 정서가 교차점을 찾아갔다. 특히 <Eye Love You>로 일본 현지에서 사랑받은 채종협과 함께한 오카모토 싱고 감독, <소용없어 거짓말>의 노영섭 감독이 연출을 맡아 완성도를 높였다. 총 10부작으로 국내에서는 티빙을 통해 볼 수 있다.



복수극의 새로운 해석: <내 남편과 결혼해줘> 일본판


아마존 프라임비디오 시리즈 <私の夫と結婚して> 포스터

아마존 프라임비디오 시리즈 <私の夫と結婚して> 포스터

아마존 프라임 오리지널 시리즈 <내 남편과 결혼해줘>(私の夫と結婚して) 일본판은 더욱 직접적인 K-드라마 DNA의 이식이 돋보이는 사례다. tvN에서 히트한 K-드라마 원작 웹소설을 토대로, CJ ENM Japan과 스튜디오드래곤이 기획하고 일본의 쇼치쿠 스튜디오와 자유로픽쳐스가 제작을 맡았다. 일본 대세 배우 코시바 후우카 사토 타케루가 도쿄를 배경으로 펼치는 복수극에서 빠른 전개와 코미디·서스펜스를 교차시키는 감각이 일본 시청자들에게도 신선하게 다가갔다. 공개 직후 프라임 비디오 일본 랭킹 1위에 오르며 화제를 모았고, 필마크스와 IMDb에서도 높은 평가를 기록 중이다. 연출은 <비밀의 숲>, <더 글로리>의 안길호 감독이, 집필은 <아내, 초등학생이 되다.>의 오오시마 사토미가 맡아 한일 크리에이터들의 협업으로 완성도를 높였다. 총 10부작으로 국내에서는 tvN을 통해 7월 6일부터 매주 일요일 밤 11시에 방영되고 있다.



경계를 흐리는 새로운 색깔: 그라데이션K


사진 / TBS·스튜디오드래곤

사진 / TBS·스튜디오드래곤

아마존 프라임비디오 시리즈 <私の夫と結婚して> 스틸

아마존 프라임비디오 시리즈 <私の夫と結婚して> 스틸

이 두 작품은 전형적인 K-드라마도, 전형적인 일드도 아니다. 제작 과정에서 한국의 기획력과 일본의 현지성이 맞물리며 두 장르의 감각이 자연스럽게 뒤섞였다. ‘K-콘텐츠’라 단정 짓기 어렵지만, 분명 K-드라마가 쌓아온 이야기 설계와 연출 감각이 스며들어 새로운 색을 빚어냈다. 그라데이션처럼 부드럽게 번져가는 이 흐름은 K-콘텐츠가 일본을 넘어 다양한 문화와 섞이며, 앞으로 더욱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펼쳐 나갈 가능성을 기대하게 만든다.

Credit

  • 사진 / TBS·아마존프라임·tvN·티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