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Y

저스트메이크업 퍼스트맨 박태윤, 성수동 프린스 리우를 메이크업하다

박태윤의 1부터 10까지 솔직 인터뷰

프로필 by 정혜미 2026.01.25
성수동 프린스 리우를 메이크업하는 퍼스트맨 박태윤.

성수동 프린스 리우를 메이크업하는 퍼스트맨 박태윤.

박태윤이 착용한 재킷은 Kelly Shin. 안경은 Miu Miu by EssilorLuxottica. 셔츠, 반지는 본인 소장품. 리우가 착용한 가죽 재킷, 스카프는 Recto. 모자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By 박태윤 on 리우

1980년대 컬처 클럽의 보컬, 보이 조지가 보여준 자유로운 자기 표현과 젠더 경계를 넘나드는 스타일에서 출발했다. 리우는 본래 입체감이 있는 얼굴이라 하이힐을 신기듯 과장된 장치를 더하기보다, 쿠퍼 계열 컬러로 음영을 쌓아 구조감을 자연스럽게 부각했다.


맥티스트 이성욱의 메이크업을 받은 퍼스트맨 박태윤.

맥티스트 이성욱의 메이크업을 받은 퍼스트맨 박태윤.

화이트 셔츠는 Gabriel Lee. 재킷, 스카프, 목걸이는 개인 소장품.


박태윤의 10문 10답


인생 1번째 화장품

에스티 로더 ‘어드밴스드 나이트 리페어 세럼’. 인스타그램도, 옥외 광고도 없던 시절, 잡지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곧 콘텐츠이자 영감이었다. 당시 모델 폴리나 폴리츠코바의 광고를 보고 ‘저건 꼭 써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대학교 때 미술 과외를 해서 번 돈으로 ‘내돈내산’한 제품이다. 얼마 전 오랜만에 다시 사용해봤는데 여전히 좋더라.


2병 이상 사용한 ‘찐’ 공병템

직접 만든 제스젭 ‘베어 크림’은 지금도 꾸준히 사용 중이다. 타사 제품으로는 센카 퍼펙트 휩 폼 클렌저. 세안 후의 촉촉함이 반드시 미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클렌징으로 불필요한 것을 말끔히 비워내고, 스킨케어로 필요한 것을 차곡차곡 채우는 방식을 선호한다.


베이스, 아이, 립. 3가지 중 나의 메이크업 세계를 명확히 드러내는 단계

입술은 일종의 서명과도 같다. 누군가는 곡선을 강조하고, 누군가는 각을 세우며, 또 누군가는 면적을 확장한다. 이제는 입술의 형태만 봐도 누가 메이크업했는지 가늠할 수 있을 정도다. 입술에는 고유의 표정이 있다. V존을 어디까지 열어두느냐, 글로를 어느 선까지 가져가느냐에 따라 빛이 머무는 지점이 달라진다. 나는 메릴린 먼로처럼 윗입술이 조금 더 도톰한 형태를 좋아한다.


요즘 눈여겨보는 뷰티 브랜드 4

여전히 샤넬, 디올, 입생로랑, 톰 포드. 패션 하우스가 축적해온 헤리티지를 지닌 브랜드를 사랑한다. 쇼 피스와 런웨이 룩에서 출발한 미학은 늘 일관되고 명확하며 클래식하다.


나를 설명하는 5가지 아이템

발색은 진하지만 얇게 밀착되는 립스틱, 하드한 타입의 아이브로 펜슬, 인간에게 날 법한 향의 향수, 눈빛을 맑게 만들어주는 안약, 광이 과하지 않고 담백하게 커버되는 파운데이션. 모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외출을 준비할 때 손이 가는 아이템이다.


2026년 메이크업 트렌드

다채로운 컬러의 귀환이 눈에 띌 것이다. 메이크업이 점점 화려해지며 한동안 잊혔던 색들이 다시금 재조명되고 있다. 채도는 낮지만 깊이를 지닌 컬러가 주요한 선택지가 될 것이라 본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 가장 ‘러키7’이었던 순간

역시 <저스트 메이크업> 출연이 아닐까. 방송 이후 커뮤니티 반응을 보는데 홈쇼핑 활동을 오래 해온 탓인지 나를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보다 상업적인 인물로 아는 분이 많더라. 하지만 이 프로그램을 통해 “실력 있는 아티스트였구나”라는 시선이 생겼다. 그 자체로 충분히 보람 있는 경험이었다.


8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식당을 준비하던 시기다. 하나의 도전이었다. 도전을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무언가를 시작할 때 오래 고민하거나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대신 나중에서야 깨닫는다. ‘보통 일이 아니었구나’ 하고.(웃음) <저스트 메이크업> 역시 비슷하다. 참가 계기를 자주 묻는데, 사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냥 나오라고 해서 나갔다.(웃음)


커리어 ‘9수’의 순간과 극복 방법

홈쇼핑 활동을 하던 시기가 가장 힘들었다. 1년에 네 번 신제품을 출시해야 했고, 그때마다 3개월 안에 콘셉트 기획부터 개발, 테스트까지 모든 과정을 끝내야 했다. 해외 브랜드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속도다. 그러다 보니 결국 완성도에 한계가 생길 수밖에. 매출은 잘 나오니 방송 편성은 이어졌지만, 아티스트이자 디렉터로서 이름을 걸고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는 제품을 반복하는 일이 점점 버거워졌다. 그래서 그만두기로 결정했다.


10점 만점의 메이크업

윤곽이 또렷한 모델의 얼굴에서 모든 색을 덜어내고, 피부와 골격, 그 사이에 드리운 그림자만으로 완성한 아름다움. 모델이 가진 윤곽과 구조 그 자체에 집중한 메이크업이 나에게는 10점짜리다. 정교한 베이스와 컨투어링으로 골격을 더 매력적으로 다듬되, 리얼 스킨처럼 보이게 하는 것. 글로나 제품의 질감이 드러나는 피부가 아니라 대리석처럼 존재 자체로 은은하게 빛나는 상태다. 아쉽게도 아직 그런 모델을 만나지는 못했다.

Credit

  • 포토그래퍼/ 신선해
  • 헤어/ 권도연
  • 스타일리스트/ 시주희
  • 어시스턴트/ 천유경
  • 디자인/ 이예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