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Y

2026년 메이크업 트렌드, 이제는 ‘노 마스카라’가 대세?

런웨이에서 포착된 ‘고스트 래시’. 마스카라를 지운 얼굴이 2026년 트렌드의 중심에 선 이유

프로필 by 정혜미 2026.02.16

내가 진짜 ‘여자’가 되었다고 느낀 순간은 엄마가 투명한 메이블린 ‘그레이트 래쉬 마스카라’ 대신 블랙 버전을 허락해준 날이었다. 잉크처럼 짙은 브러시로 속눈썹을 쓸어 올리는 순간, 얼굴 전체가 눈앞에서 살아난 듯 보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속눈썹 하나로 생기가 되살아났다. “오랫동안 마스카라는 눈매를 선명하고 시원하게 만들어주는 필수 아이템이었습니다. 메이크업의 마침표 같은 존재였죠.” 메건 마클과 젬마 챈의 메이크업을 담당하는 대니얼 마틴의 말이다. 메이크업 트렌드는 끊임없이 변화해 왔지만, 마스카라는 늘 그 자리를 지켜왔다. 1990년대 바비 브라운이 주도한 ‘노 메이크업 메이크업’부터 2010년대 글로시에를 중심으로 떠오른 미니멀 메이크업, 최근 헤일리 비버 같은 셀럽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시킨 ‘클린 걸’ 열풍 속에서도 말이다. 아이섀도와 인조 속눈썹이 외면 받던 시기에도 마스카라는 은은한 컬러와 정교한 제형으로 진화하며 살아남았다.

하지만 지난 시즌부터 분위기가 반전되었다. 작년 멧 갈라에서 소피아 리치 그레인지와 로드가 선보인 노 마스카라 룩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이른바 ‘고스트 래시(속눈썹의 존재감을 지운 듯 연출하는 메이크업 룩)’가 런웨이의 키워드로 떠오른 것. 2026년 봄 끌로에 런웨이에서는 모델들이 풍선껌처럼 연한 핑크색 립스틱만 바른 채 등장했고, 라코스테 쇼에서는 선명한 오렌지 립이 룩의 중심이 되었다. 버버리 런웨이에서는 관능적인 스모키 아이가 마스카라를 완전히 대체했으며 디올 쇼에서 속눈썹에 사용된 것은 뷰러뿐이었다. 마스카라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다면 마스카라는 왜 유행에서 멀어지고 있는 걸까? “마스카라는 모든 룩을 보다 관능적이고 섹시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런웨이에서는 그것이 늘 정답은 아니죠.” 디올 메이크업 크리에이티브 & 이미지 디렉터 피터 필립스의 말. “어떤 면에서 마스카라는 쿨함을 반감시키는 요소가 되기도 해요. 마스카라를 더하는 순간, 메이크업은 완전 다른 이야기가 되죠.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은 마스카라를 하지 않았을 때 가장 또렷하게 드러납니다. 피부 본연의 윤기와 빛, 광채를 즐기는 새로운 장이 열린 것이에요.”

소비자들은 이러한 변화를 이미 맞이할 준비가 된 듯하다. 트렌드 예측 기업인 스페이트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미국 내 인조 속눈썹과 속눈썹 세럼 등 관련 제품의 판매량은 12.9% 감소하였으며, 블랙 마스카라의 인기도 10% 가까이 하락했다. 켄들 제너와 헤일리 비버의 메이크업 아티스트이자 화장품 브랜드 M.Ph 창립자 메리 필립스는 이렇게 설명한다. “자연스러운 아이 메이크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화려한 풀 메이크업에 대한 니즈도 여전히 존재하지만, 마스카라를 생략하는 건 산뜻하고 모던한 인상을 주는 방법 중 하나며 건강한 피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죠. 또 바쁜 일상을 사는 사람들은 빠르고 간결한 루틴을 원합니다.” 노 마스카라 트렌드를 이끄는 Z세대에게 손이 많이 가는 메이크업은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


이러한 메이크업 트렌드는 미용성형과도 궤를 같이한다. 많은 이들이 마스카라에 의존하기보다 장기적인 해결책을 선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눈꺼풀 성형술의 급증을 예로 든다. 국제 미용성형외과학회(ISAPS)는, 처진 눈꺼풀 조직을 제거해 눈매를 또렷하게 만드는 성형수술이 2024년 한 해 동안 13.4%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마틴은 또 다음과 같이 전한다. “상·하안검 수술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메이크업으로 눈에 시선을 끌고 싶지 않은 건 자연스러운 결과입니다.” 줄리언 무어의 메이크업을 담당하는 로미 솔레이마니는 마스카라를 생략하는 이유를 ‘편리함’에서 찾는다. “사람들은 편안함과 간결함을 원해요. 하지만 마스카라는 늘 편안한 선택은 아니에요. 마스카라를 하지 않으면 훨씬 가볍고 쿨한 느낌이 들어요. 크게 신경 쓰지 않은 듯 보이죠.” 클렌징 과정도 한층 간소해진다.

공들여 마스카라를 하지 않아도 눈매를 돋보이게 만드는 방법은 다양하다. 필립스와 마틴은 항상 속눈썹 뷰러를 사용한다. 마틴은 여기에 속눈썹 프라이머를 사용하는데 색조 마스카라를 한 것처럼 보이지 않으면서 컬과 고정력을 잡아주는 훌륭한 베이스가 된다. 그는 또한 바세린 같은 밤을 브러시에 묻혀 빗어준다. 이렇게 하면 속눈썹이 한 올 한 올 정돈되며 자연스러운 윤기를 더한다. 언더 아이 컨실러의 효과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 눈 밑을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눈매가 또렷해 보일 수 있다. “요즘 컨실러는 실력이 정말 뛰어나요. 파운데이션보다 강력한 커버력을 보여주기도 하죠.” 마틴의 설명이다.

노 마스카라 룩이 자연스러움을 지향하는 만큼, 지금이야말로 언더페인팅을 시도하기에 좋은 시기다. 언더페이팅이란 블러셔와 브론저를 베이스 메이크업 아래에 먼저 바르는 기법이다. 이 기술의 대가로 꼽히는 필립스는 눈 화장을 최소화할수록 이 과정은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블러셔와 브론저, 하이라이터는 얼굴에 균형과 명암을 더해 자연스럽게 입체감을 만들어주죠.” 필립스와 마틴 모두 자연스러운 피부 표현을 위해 크리미한 제형을 선호한다. 필립스는 마지막 터치로 눈썹뼈에 하이라이터를 소량 발라 이목구비가 선명하게 살아나도록 한다.

“풍성한 속눈썹 대신 레드나 핑크처럼 강렬한 립 컬러를 시도해 보세요. 눈을 압도하지 않으면서 얼굴 전체에 중심을 만들어주죠. 마스카라 없이도 강렬한 메이크업을 연출할 수 있습니다.” 필립스의 조언. 다만 밝은 립 컬러는 자칫 어색해 보일 수 있으므로 립스틱과 같은 계열이거나 더 차가운 톤의 립 라이너로 윤곽을 그린 후 작은 아이섀도 브러시로 경계를 블렌딩할 것을 추천한다. 이렇게 하면 인상이 강해 보이지 않으면서 입술은 더 도톰해 보인다.


잠시나마 민낯의 속눈썹을 받아들이는 것은 ‘절제의 미학’을 연습하는 과정이다. 때로는 대담한 립 컬러나 부드럽게 윤곽을 살린 얼굴이 더 깊은 인상을 남긴다. “패션에서의 조용한 럭셔리와 같아요. 아름답고 심플한 아이템이 하나 있다면 굳이 과시적인 스타일을 드러내지 않잖아요.” 마틴은 이렇게 덧붙인다. “마스카라를 걷어낸 눈에는 닮고 싶어지는 힘이 있어요.”. 글/ Katie Intner 번역/ 이소영 에디터/ 정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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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Getty Images
  • 어시스턴트/ 천유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