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캐릭터가 뭔가요? 신혜선의 정교한 변주
환생부터 미스터리까지, 복잡한 설계도의 인물을 입는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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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배우는 늘 자신과 가장 닮은 안전한 옷을 걸치지만, 신혜선은 늘 수선조차 불가능해 보이는 복잡한 설계도의 옷을 집어 든다. 한 몸에 두 자아를 가두거나, 수백 년의 시간을 등 뒤에 업고 나타나는 식이다. 그는 웃음과 비극, 현실과 환생, 일상과 미스터리라는 이질적인 재료를 한 인물 안에 정교하게 겹쳐 올린다. <웰컴투 삼달리>의 조삼달을 지나 <레이디 두아>의 사라 킴에 도달하기까지, 그가 보여준 변주의 궤적은 정교하다 못해 치밀하다. 상투적인 수식어로는 턱없이 모자란, '설계자' 신혜선만의 캐릭터들을 들여다본다.
시간의 확장, <이번 생도 잘 부탁해> 반지음
19회차 인생이라는 판타지적 설정을 핍진성 있게 설득해낸 지분의 팔할은 오롯이 신혜선이라는 이름에 있다. 전생의 기억을 모두 품고 산다는 것의 고독과 권태, 그럼에도 다시 사랑을 갈구하는 생의 의지를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설계해냈다. 작품의 호불호나 완성도를 논하기에 앞서, 신혜선의 연기는 시청자를 그 생경한 세계관으로 기어코 납득시킨다. 2023년 '회빙환(회귀·빙의·환생)' 트렌드의 홍수 속에서도 그의 발자취가 유독 선명했던 이유다.
인생의 진폭, <웰컴투 삼달리> 조삼달
반지음이 시간의 무게를 견뎠다면, 조삼달은 인생의 진폭을 온몸으로 받아낸다. 제주를 떠나기 위해 악착같이 버텨 도달한 정상급 포토그래퍼의 정점, 그리고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고 추락하는 과정. 신혜선은 자칫 전형적일 수 있는 성공 서사에 '결핍'이라는 인간적 미학을 심었다. 차가운 도시의 '조은혜'가 무너진 뒤, 고향 삼달리에서 비로소 '진짜 조삼달'로 숨을 고르는 회복의 과정은 그 자체로 정교한 감정의 설계도였다. 5%대의 시청률로 시작해 12%대로 화려하게 마무리한 저력은, 그가 복잡한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얼마나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는 배우인지를 다시금 증명했다.
자아의 분열, <나의 해리에게> 주은호·주혜리
신혜선의 필모그래피에서 1인 2역의 정점을 꼽자면 단연 <나의 해리에게>다. 예민한 아나운서 주은호와 해맑은 주차장 아르바이트생주혜리. 신혜선은 이 극명한 온도 차를 설계하며 시청자를 기분 좋은 혼란에 빠뜨렸다. 흥미로운 지점은 주혜리가 실상 해리성 정체감 장애를 앓는 은호의 발현된 인격이라는 점이다. 결국 하나의 몸 안에서 충돌하는 두 자아를 미세하게 분리해내야 하는 최고 난도의 과제였던 셈이다. 그는 일차원적인 외형 장치에 의존하는 대신, 목소리의 공기, 화법의 리듬, 찰나의 시선 처리로 두 세계를 재편했다. 이는 연기력의 차원을 넘어선, 완벽한 ‘빙의’에 가까운 성취였다.
미스터리한 안개, <레이디 두아> 사라 킴
넷플릭스 시리즈 <레이디 두아> 스틸
이제 신혜선은 가장 불투명한 미스터리의 안개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최상류층의 세계에서 하루아침에 살인사건의 피해자로 지목된 '사라 킴'은 도대체 누구인가. 8회차에 걸쳐 과거와 현재를 뒤엉키는 <레이디 두아>에서 그는 정보의 불균형을 이용해 긴장감을 조율한다. 형사 무경(이준혁)의 추적에 따라 다른 이름, 다른 나이, 다른 배경을 가진 '사라 킴'의 겹겹의 정체가 벗겨질 때마다 관객은 소름 돋는 동시에 씁쓸한 뒷맛을 느낀다.
넷플릭스 시리즈 <레이디 두아> 스틸
진짜와 구별할 수 없는데 가짜라고 볼 수 있나요?
넷플릭스 시리즈 <레이디 두아> 스틸
넷플릭스 시리즈 <레이디 두아> 스틸
극 중 사라 킴(신혜선)의 이 대사는 항변인 동시에, 매번 '가장 어려운 설계도'를 들고 나타나 가상의 인물을 완벽한 실체로 증명해내는 배우 신혜선의 선언처럼 들린다. 쉬운 길을 거절함으로써 자신만의 독보적인 지도를 그려나가는 배우. 신혜선의 다음 설계도가 벌써부터 기다려지는 이유다.
Credit
- 사진 / tvN·JTBC·ENA·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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