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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조가 '닥터X'에서도? 반듯해서 더 섬뜩하다

'당신이 죽였다' '멋진 신세계' '닥터X'…그가 나오면 일단 의심부터!

프로필 by 박현민 2026.10.18

반듯한 인상과 여유로운 미소의 외과 교수가 과거 수술한 환자의 간에 이니셜을 새겨 놓았다면? 지난 17일 방송된 SBS 금토드라마 <닥터X : 하얀 마피아의 시대> 4회 엔딩에서 구서대병원 외과 교수 나대일(장승조)이 드러낸 민낯이다. 군의관 시절 단독 수술로 환자를 살려낸 사명감 넘치는 의사라는 이력은, 환자의 장기에 남겨진 'D.N' 두 글자 앞에서 뒤집혔다. 특별출연임에도 긴장감이 팽팽했던 이유는 분명하다. 장승조가 화면에 등장하는 순간 본능적으로 의심부터 품게 만드는, 그가 구축해 온 악역의 계보 때문이다.



<당신이 죽였다>, 같은 얼굴 두 개의 폭력


넷플릭스 시리즈 <당신이 죽였다> 스틸

넷플릭스 시리즈 <당신이 죽였다> 스틸

그의 악역 이력에서 출발점은 넷플릭스 시리즈 <당신이 죽였다>(2025)다. 가정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살인을 결심한 두 여성(전소니·이유미)의 연대를 그린 이 스릴러에서, 장승조는 파국의 원인인 남편 노진표를 맡았다. 홈캠으로 아내를 감시하고 폭력으로 일상을 옥죄는 금융인 노진표와, 같은 얼굴로 절박한 이들의 약점을 파고드는 장강을 1인 2역으로 소화했다. 같은 얼굴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폭력을 휘두르는 구조였다. 대본을 볼 때마다 스트레스 지수가 치솟았다고 밝힐 만큼 소모가 컸던 이 연기로, 그는 제62회 백상예술대상 방송 부문 남자 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멋진 신세계>, 절제로 벼려낸 두 시대의 욕망


SBS 드라마 <멋진 신세계> 스틸

SBS 드라마 <멋진 신세계> 스틸

SBS 드라마 <멋진 신세계>(2026)에서는 악의 결이 한층 은밀해졌다. 차일건설 사장 최문도는 급성 간부전으로 사경을 헤매는 삼촌 차달수 회장을 위해 직접 공여자로 나서며 총애를 얻어 낸 인물이다. 능력과 대외 이미지가 출중한 그는 대놓고 악을 드러내기보다 행동과 표현, 웃음소리까지 절제하며 소리 없이 판을 짜는 지략가였다. 여기에 조선 시대 왕좌를 위해 형제들의 피를 묻힌 세자 이재, 훗날의 안종이라는 전생의 얼굴이 겹친다. 현대의 사업가와 사극의 군주를 오간 1인 2역은 시대와 신분은 달라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욕망이라는 한 축으로 이어졌다.



<닥터X> 나대일, 한 사람 안에 겹친 두 얼굴


SBS 금토드라마 <닥터X : 하얀 마피아의 시대> 스틸

SBS 금토드라마 <닥터X : 하얀 마피아의 시대> 스틸

SBS 금토드라마 <닥터X : 하얀 마피아의 시대> 스틸

SBS 금토드라마 <닥터X : 하얀 마피아의 시대> 스틸

<닥터X>의 나대일은 앞선 두 작품의 1인 2역을 한 인물 안에 압축했다. 공교롭게도 연출자는 <당신이 죽였다>를 만든 이정림 감독이다. 군의관 출신 외과 교수는 단정한 얼굴과 미소를 띠지만 눈빛 한구석엔 냉기가 스친다. 4회는 그 이중성을 이니셜 하나로 드러냈다. 환자를 살려낸 영웅담이, 신체에 표식을 남긴 기괴한 행위와 맞물리며 소름 돋는 괴담으로 바뀌었다. 눈여겨볼 지점은 인물들의 사회적 위치다. 금융인, 건설사 사장, 외과 교수까지 모두 사회적 신뢰가 두터운 직함이다. 가장 안전하다고 믿었던 시스템의 한가운데서 위협이 피어난다는 점이 공포를 키운다.

장승조는 <멋진 신세계> 종영 당시 악역이란 시청자를 설득하기보다 긴장하게 만드는 자리이며, 자신이 무너짐으로써 보는 이가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가 쌓아 올린 의심은, 결국 파멸의 순간을 위한 밑그림인 셈이다. 나대일이 <닥터X>에서 어떤 파국을 맞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D.N' 두 글자 앞에서 시청자는 이미 그의 미소 뒤편을 보기 시작했다. 반듯한 얼굴 뒤에 숨겨둔 칼날, 그 의심을 만들어내는 힘의 일부는 바로 장승조가 새겨온 악역의 이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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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사진 / 넷플릭스·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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