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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300억 대작 시리즈! '트리거' 속 김남길과 김영광과 나눈 대화

총기청정국 대한민국에 갑자기 총기 사건이 벌어진다면? 각자의 이유로 총을 든 두 남자의 이야기, '트리거'

프로필 by 안서경 2025.07.28

TWO FACES


어떤 선택도 교차하지 않는 이야기의 끝에서. 김남길과 김영광은 저마다 내면에 자리한 트리거를 고요히 응시한다.


김남길이 착용한 재킷, 팬츠는 Ferragamo. 목걸이, 팔찌는 Cartier. 김영광이 착용한 블레이저, 셔츠는 Amiri. 슬리브리스 톱은 Recto. 팬츠는 Stu. 안경은 Gentle Monster. 반지, 팔찌는 Numbering.


하퍼스 바자 촬영 내내 버디 영화 주인공들처럼 장난이 끊이지 않았죠. 두 사람이 작품에서 함께한 건 처음인데 무척 가까워졌나 봐요.

김영광 남길이 형이 워낙 잘 받아주고 편하게 대해줘서요.

김남길 영광이가 낯을 가리는 편인데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진 것 같더라고요.

하퍼스 바자 “모두의 손에 총이 쥐어진다면.” <트리거> 포스터에 쓰여 있는 이 문장이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죠. 남길 씨는 군 스나이퍼 출신 경찰 ‘이도’ 역을, 영광 씨는 이도의 조력자 ‘문백’ 역을 맡았어요. 처음 대본을 받고 얼마간 고민의 시간을 가졌어요?

김영광 보자마자 바로 하고 싶다고 얘기했을 정도로 빨리 결정했어요.

김남길 일주일 정도? 이야기가 주는 힘이 좋아서 바로 결정했는데, 촬영 내내 고민이 많이 남는 작품이었어요. 들여다볼수록 판타지가 아니라, 우리나라가 아닌 곳에서는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라서요.

하퍼스 바자 장르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맞춰나갔나요?

김남길 현장에서 계속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총을 가진 사람이 이런 트리거가 있어서 당기지 않았을까?’ 이건 그저 추측일 수 있잖아요. 미국 같은 나라에서는 총기 사건이 지금도 일어나고 있고, 트리거를 당기는 행위가 옳은지 아닌지, 총기 소유가 합법이어야 하는지 아닌지 여전히 논쟁에 있죠. 더 많은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이야기가 되려면 단지 우리나라 현실 안에서만 머무르거나 개인적인 본능에 의해 총을 드는 것처럼 보여선 안 되니까, 다큐적으로 풀 수 있는 부분이 있어 어려웠어요.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또 다른 누군가를 희생시켜야만 평화를 얻을 수 있는 이야기라는 게 고민스러웠죠.

레더 재킷은 Ferragamo. 팬츠는 Fendi. 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하퍼스 바자 불법 총기 사건이 만연한 상황에서 이도가 정의를 지키기 위해 총을 드는 인물이라면, 문백은 이도 곁에서 질문을 던지죠. 캐릭터를 준비하며 가장 고민했던 지점은 무엇이었나요?

김남길 이야기 전체에 관한 고민은 깊었지만 제 캐릭터는 비교적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어요. 절대 총을 들면 안 된다는 주의이고, 영광이가 계속 제 옆에서 천사와 악마처럼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는 거잖아” 하는 캐릭터죠. 긴장감을 주기도 하고, 긴장감을 해소시켜서 기운을 빼놓기도 해요.

김영광 형이 말한 무게에 비해, 제가 맡은 문백은 어느 정도 판타지가 있는 인물인 것 같아요. 극의 무거움을 유지하기보다 그 안에서 재미를 보여줘야 하는 캐릭터였던 것 같고, 그래서 의도적이지 않은 연기를 하는 게 저에겐 되게 중요했죠.

하퍼스 바자 가치 판단이 모호하고 복잡한 캐릭터를 연기하기보다 명확한 경우를 선호하는 편인가요? 두 사람의 전작인 <열혈사제> 속 해일이나 <썸바디>에서의 윤오같이 선명한 캐릭터가 기억에 남아요.

김남길 맞아요, 말 그대로 열혈! 사제!였죠.(웃음) 작품마다 다르지만 그런 거, 좋아해요. 상황마다 생각할 여지를 주거나 딱 정답이 무엇이다 말하기 어려운 것들. 확실한 이야기는 확실해서 재미있는 부분이 분명이 있지만요. 갑론을박이 펼쳐질 수 있는 이야기는 그 지점 때문에 연기를 하는 저희도 헷갈리거든요. 선택지가 달라질 수 있다는 걸 계속 상상해보죠. 예를 들어, 우리나라는 한 번도 총기 소유가 합법인 적이 없었으니 당연히 총을 들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죠. 하지만 총기 소유가 합법이지만 사고가 없는 나라라면, 총을 드는 게 문제가 없다는 입장일 수도 있어요.

재킷은 Sundayoffclub. 팬츠는 Undermycar. 부츠는 Sacai.


하퍼스 바자 단어의 정의를 살펴보면 ‘트리거’에는 ‘어떤 감정적이고 행동적인 반응을 촉발하는 신호 혹은 자극’이라는 뜻이 있죠. 두 분도 살면서 참을 수 없는 각자의 트리거가 있을 텐데요.

김남길 기본적인 선을 넘어서는 것. 예를 들면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안에 있는 사람이 내리고 타야 하는데, 아니면 괜히 욱하죠. 막상 큰 일을 겪으면 “어쩔 수 없지”, 그렇게 넘기는데 다 같이 살아가는 관계 속에서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지 않는 건 참기 어려워요.

김영광 아주 사소한 건데, 최근에 컴퓨터를 하고 있는데 자꾸 소리가 나는 거예요. 냉장고 문을 몇 시간 동안 열어놓은 상태로 몰랐던 거죠. 그런데 그런 실수를 한 제 자신이 참을 수가 없는 거예요. 왜 이걸 똑바로 안 닫았지? 싶어서.

김남길 문백이가 연 게 아니고?

김영광 아니에요. 냉동고에 얼음이 너무 많이 생겨서, 다 꺼내 닦으며 자책하고 그랬죠. 또 게임하면서 샐러드 먹다 키보드 속에 소스 들어가면 아, 언제 닦아 이러고.

김남길 나는 지나가다 어디에 부딪히면 그렇게 화가 나. 침대에 발가락 찧이면….

하퍼스 바자 영광 씨 고양이 이름이 문백인가요? 아까 유튜브 촬영에서 두 분 다 집사임을 밝혔죠.

김영광 네, 이 작품에 들어갈 때쯤 가족이 돼서 제 캐릭터 이름대로 한 자씩 ‘문’이, ‘백’이로 지었어요.

김남길 되게 특별한 거예요. 그만큼 캐릭터에 애정이 있어야 하죠.

김영광 음, 이 캐릭터를 제가 해서 좋았어요. 선택이 돼서 좋았고, 연기하면서도 ‘내가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싶을 만큼.

재킷, 벨트는 Undermycar. 데님 베스트, 팬츠는 Versace. 목걸이, 반지는 Portrait Report. 슬리브리스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하퍼스 바자 작품으로 만나기 전, 각자 서로 어떤 배우일 것 같다는 인상이 있었어요?

김남길 로맨스에 특화된 배우. 저는 멜로를 하면 나쁜 남자가 돼야 하고 누군가 죽어야 하는데, 영광이는 일상적인 로맨스에도 참 어울리는 배우라고 생각했죠. 언젠가 조커 같은 역할을 해도 잘 어울릴 것 같은데.

김영광 최근에 장르를 꽤 했는데 힘들더라고요. 예를 들어 로맨틱코미디를 연달아 할 때 상대와 눈이 마주친다고 하면 ‘어, 눈 마주쳤네, 어떻게 하지?’ 이런 감정이라면, 장르물을 하다보니 ‘왜 보지?’ 이런 느낌이나 감정이 번져가니까, 어려운 것 같아요. 사실 예전에 형이랑 사석에서 한번 만난 적이 있어요. 근데 그때 조금 놀랐어요. <무뢰한>이나 ‘비담’ 캐릭터처럼 형에게 날것의, 나쁜 남자 같은 이미지가 있었고 진중한 모습이 멋져 보였거든요. 요즘 말로 하면 완전 테토남일 것 같았는데, 만나자마자 발랄하게 “안녕!” 그래서.

김남길 정확히 같은 말을 다른 배우에게도 들은 적 있는데.(웃음) 웬 동네 바보가 들어온 느낌이라 실망했겠네.

하퍼스 바자 현장에서는 꽤 다른 모습이겠죠?

김영광 굉장히 카리스마 있죠. 우리가 집중하고 경계하며 조심히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제가 문백이를 이도에게 어떻게 가깝게 붙일 수 있을까 싶어, 장난을 걸어볼까 고민한 적 있는데, 형은 문제가 있을 법한 신을 찍을 때 굉장히 엄격한 부분이 있어요.

김남길 안 풀려서 제가 예민한 부분이 있을 때 영광이는 “캄다운” 이런 스타일. 언젠가 블랙코미디 현장에서 둘이 만나면 진짜 재미있게 촬영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하퍼스 바자 두 사람의 호흡이 특히 잘 맞아떨어진 장면을 꼽아본다면요?

김남길 후반부에서 우리 밥 먹으면서 얘기하잖아. 촬영 중반부쯤 찍긴 했는데, 연기적으로 좋다고 생각했어요. 대사 톤처럼 얘기하지 않고 그냥 편안하게, 자연스럽게 툭툭 나오는 거 보면서. 같이 했던 고민이 묻어나오는 구나, 싶었죠.

김영광 형이 그날 배가 고팠는지 밥을 세 공기쯤 계속 먹으면서 연기하니까 굉장히 리얼했어요.(웃음)

데님 팬츠는 Versace. 반지, 팔찌는 Cartier. 레더 재킷, 스트라이프 셔츠, 타이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하퍼스 바자 티저 사진 속 카 체이싱 장면도 인상적이에요.

김영광 체이싱 장면을 찍을 때 보통 실내에서 크로마키를 대고 운전하는 척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저희는 거주하는 사람이 없는 재개발 지역에 가서 실제 운전을 하면서 찍었거든요. 진짜 차에 카메라를 달고 와일드하게 계속 운전을 했죠. 저는 재미있었어요. 가끔 형이 손잡이를 꽉 잡을 때 희열을 느꼈죠.(웃음)

김남길 저 사실 안 무서운 척하려고 되게 노력했어요.

하퍼스 바자 두 분 다 몸을 자유롭게 쓰는 액션 연기에는 일가견 있죠. ‘액션 스릴러’라는 장르로 볼 땐 어떤 관전 포인트가 있을까요?

김남길 제 액션과 영광이의 액션이 교차 편집되는 상황이 있어요. 몸을 움직이는 연기는 비슷비슷한 점이 많지만, 이번에는 선택을 해야 하는 극한의 상황에서 이도가 갖고 있던 감정이 그 설정에 따라 묘하게 묻어나는 지점이 있어요. 단지 착한 사람이 나쁜 사람을 제압하는 게 아니라, 누구를 혼내거나 죽이려 액션을 하는 게 아니라, 어쨌든 총을 드는 행위가 잘못됐다는 메시지를 줘야 하니까 그 지점이 색달랐던 것 같아요. 영광이의 액션은 주성치 스타일이랄까?(웃음)

김영광 성룡이라니까요.(웃음) 제가 보여주는 동작 자체가 성룡처럼 유쾌한 스타일이에요. 형이 맡은 이도가 총을 들고 사람을 제압해 나가면서 아주 전문적이고 빠르게 제압을 하는 액션을 보여준다면, 저는 오히려 볼거리를 제공해주는 장면들이 있어요.

김남길 영화 <폴리스 스토리>처럼.

하퍼스 바자 “사람은 모두 마음속에 트리거가 하나씩 다 있어요”라는 대사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시리즈 안에서 총이라는 상징물이 계속 드러나지만, 이 이야기는 사실 누군가의 심리적인 트리거가 무엇이고 그게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관한, 넓은 질문을 던지는 이야기처럼 느껴져요.

김남길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와 삶에 대해 생각할 여지를 줄 수 있는 작품이지 않을까. 타인을 향한 배려나 이해가 필요한데, 요즘 같은 시대는 심리적인 긴장도도 높고 개인적인 생활이 많아지다 보니 거기서 오는 부작용이 있잖아요. 이 작품도 그걸 담고 있어요. 범죄 스릴러라는 장르로 보면, 예전에는 직접 살인을 통해서 증거가 만들어져서 체포를 하는 그런 방식이 많았다면 지금은 온라인상에서 가스라이팅을 가장하거나 간접적인 방식으로 그루밍을 통해 스스로 목숨을 끊게 하는, 그런 범죄가 흔하죠. 거기에 총이 주어진 설정이니 생각할 여지가 많아요. 배우들은 작품을 하면서 항상 조금씩은 배우거든요. 작가와 감독이 우리와 전혀 다른 세계관과 철학을 갖고 있으면, 그 사람이 만든 작품에 배우로 참여하고 그걸 맞춰가면서 나와 다른 세계관을 이해하는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죠. 충돌하고, 양보하고, 달라지는. 이 작품도 제겐 그런 의미를 남겼어요.

김영광 들 것인가 말 것인가, 쏠 것인가 말 것인가. 이 문제가 전염병처럼 사람들과 사회에 퍼져나가는 지점이 흥미로울 거예요. 보면서 ‘만약에’라는 전제가 이 시리즈 안에서 생생히 드러나죠. 또 한 가지, 영상미가 너무 좋아요.

하퍼스 바자 두 사람의 다음 작품에도 호기심이 생겨요. 머지않아 만나보게 될 작품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김영광 드라마 <은수 좋은 날>을 포함해 찍어 놓은 두 작품이 공개될 상태이고, 이달 말에 새 촬영에 들어가요. 요즘 연달아 작품을 하면서 진짜 가릴 것도 기다릴 것도 없이 이것저것 다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더욱 들어요. 그래야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서. ‘일단 다 하자, 어떻게든 많이 하자’ 이런 모드로 일을 계속 하고 있죠.

김남길 부럽다! 저는 지금 잘 쉬고 있어요. 바이크도 타고. 영광이가 지금 막 달리는 것처럼 저도 한번 달려봤더니 쉼이 꼭 필요해요.

김영광 형은 이 시기가 지났으니까.

김남길 지난 몇 년 동안 미친 듯이 달려온 건 저도 제 필모그래피 수가 적은 것 같아서 많은 경험을 쌓아야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어느 순간 제가 지쳐 있는 게 보이는 거예요. 나는 그래도 현장에 있는 게 제일 재밌는데, 이렇게 한번씩 잠깐 쉬면 다음번에 다시 쭉 달릴 때 원동력이 되죠.

김영광 저는 쉬다 다음 촬영에 가면… 느낌이 떨어진단 말이에요.(웃음)

김남길 그것도 맞아. 진짜 떨려. 배우는 계속 현장에 있는 게 제일 좋아요.

하퍼스 바자 <트리거>는 결국 혼돈 속에서 자신이 맡은 책임과 야심에 가장 충실한 인물들의 이야기죠. 배우로서 인간으로서, 두 사람이 지금 가장 바라는 상태는 무엇인가요?

김영광 아주 사소한 걸 수도 있는데,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자는 목표에 큰 무게를 둬요. 저는 해야 할 일이 없으면 무조건 10시 전에 자고 아침 5시~6시에 일어나거든요. 그게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더라고요. 그러지 않으면 다음 날 일이 있을 때 타격이 오고, 피곤해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최선을 다할 수 없는 상황이 싫어요.

김남길 하루하루를 충실히 지내는 것. 예전에는 장기적으로 언제는 무슨 작품을 하고 싶고 어떤 걸 해야 하고, 10년 정도의 생활을 설계한 적도 있는데. 결국 제 마음대로 안 되더라고요. 꾸준함 속에서 계속 잘 지낸다면 그 나이 대 제가 보여줄 수 있는 연기가 달라질 거라 믿어요.

김영광이 착용한 재킷, 벨트는 Undermycar. 데님 베스트, 팬츠, 첼시 부츠는 모두 Versace. 슬리브리스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김남길이 착용한 데님 팬츠는 Versace. 슈즈는 Husbands. 반지, 팔찌는 Cartier. 레더 재킷, 스트라이프 셔츠, 타이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Credit

  • 사진/ 신선혜
  • 헤어/ 김태현(김남길), 김우준(김영광)
  • 메이크업/ 김하나(김남길), 황보나영(김영광)
  • 스타일리스트/ 박태일(김남길), 정환욱(김영광)
  • 세트 스타일리스트/ 김태양
  • 어시스턴트/ 유정아
  • 디자인/ 이진미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