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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사마귀'에서 반전 매력을 보여준, 배우 장동윤과의 인터뷰

운동과 액션을 사랑하는, 꾸밈없이 솔직한 배우.

프로필 by 안서경 2025.09.01

Summer Goes On


여름의 끝자락에서 만난 장동윤. 건강하고 유연하게 스스로를 믿고 나아가는 사람.


데님 팬츠는 Tod’s. 목걸이는 Charlotte Kim. 슬리브리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데님 재킷, 팬츠는 MM6 Maison Margiela by Adekuver. 목걸이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플라워 프린팅 톱, 팬츠, 부츠는 모두 Prada. 반지는 Yune.


체크 패턴 로브, 셔츠, 팬츠는 모두 Prada. 반지는 Yune.


베스트는 Ami.


하퍼스 바자 요즘 사진을 배우고 있다죠? 오늘 카메라를 들고 오기도 했고요.

장동윤 사진을 전공한 선생님께 수업을 듣고 있어요. 영화를 찍을 때 장면을 보는 법을 배우고 싶기도 해서요. 감독의 입장이 되어보니 연기할 때 수월한 점이 있는 것처럼 오늘 화보 찍을 때 디렉션이 순순히 이해가 되더라고요. 좋았어요. 많이 배웠습니다.(웃음)

하퍼스 바자 감독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인터뷰 전날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첫 단편 연출작 <내 귀가 되어줘>를 봤어요. 농인 미혼부의 이야기를 직접 연기하고 연출한 걸 보고 싶었거든요.

장동윤 우연히 농인과 청인 가족의 모습을 보고, 누군가는 이런 이야기도 들려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만든 작은 독립영화예요. 어릴 때부터 무언가 관찰하는 걸 좋아하고 창작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살았거든요. 그래서 학생 땐 시를 쓴 거였고요. 독립영화든, 마블 영화든 가리지 않고 보면서 감독이 되고 싶다 생각하기도 했지만, 배우 일을 하면서 만들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점점 커졌어요.

하퍼스 바자 최근 <누룩>의 감독으로 첫 장편 데뷔를 하기도 했어요. 2년 전 단편을 연출한 다음 곧장 장편을 찍은 행보가 대담한데요.

장동윤 마음먹으면 바로 실행에 옮겨요. 추진력이 좋은 편인데 그게 단점이 될 때도 있지만, 영화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완성할 수 없겠더라고요. 감독으로 총대를 메고 이끌어야 하고 힘들고 어렵지만, 제가 생각했던 장면을 만들어낼 때 기쁨이 커요. 처음이라 많이 부족하고 서툴지만 앞으로는 더 잘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지금도 시나리오는 매일 쓰려 하고요.

하퍼스 바자 요즘은 어떤 걸 관찰하고 있어요?

장동윤 오늘처럼 익숙지 않은 광경을 보면 패션 쪽에서 일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써보면 어떨까, 생각도 들어요. 호기심이 많아서인지 재미있어 보이고 흥미로워요.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뭘까, 요즘은 시나리오를 쓸 때 더 솔직하려 해요.

하퍼스 바자 쓰고 있는 이야기에 관한 힌트를 준다면요?

장동윤 하나만 얘기해보면 결국 저에게 어울리는 이야기를 떠올렸을 때 ‘성장’이란 단어가 떠오르더라고요. 운동을 정말 좋아하니까, 장르는 청춘 액션물.(웃음) 가볍게 캠코더를 들고 찍어볼까 싶고. 다양하게 열려 있어요. 어떤 식으로든 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다면요.

하퍼스 바자 영화를 만든 일은 배우 장동윤에게 어떤 의미를 남겼어요?

장동윤 나를 알아가는 과정 같아요. 감독이라는 직업을 이해하게 되면서, 배우로서도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커져요. 사소한 장면 하나에도 더 충실하고 싶어지죠. 제 성향은 늘 바라볼 목표가 있어야 하는 것 같거든요. 배우 일은 차기작이 정해지면 그걸 준비하면 되니까 잘 맞았죠. 씨름을 배워야 할 땐 씨름에 전념하면 되고요. 요즘 반성하고 있는 게, 아무런 목적성이 없을 때 시간을 보내는 법을 잘 모르는 것 같은 거예요. 여행도 혼자 뭘 할지 몰라서 안 가고. 영화를 만들면서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해보는 게 좋았어요. 배우와 동떨어진 일이라면 어려웠을 텐데 접점이 많으니까요.

하퍼스 바자 사실 단편과 고등학생 때 청소노동자에 관해 쓴 시를 보고, 동윤 씨가 무척 진중한 사람이지 않을까 선입견이 있었어요. 오늘 보니 잘 웃고 사람들에게 편하게 다가가고 장난도 많이 걸던데요.

장동윤 무언가를 창작할 때 마이너한 주제에 집착하거나 복잡하고 심오한 얘기를 하고 싶어하는 경향에 빠지기 쉽잖아요. 저도 그런 적이 있었고요. 그런데 그게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스스로 갇히게 만들 수도 있고 제가 진짜 좋아하는 걸 부정할 수도 있으니까. 쉬는 날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봤는데, 재미있더라고요. 나 이런 거 좋아했네, 싶었어요.(웃음) 그런 걸 요즘 고민하고 있어요.

하퍼스 바자 의외의 모습 때문인지, ‘월간데이트’에 출연한 뒤 꽤 화제였잖아요.

장동윤 진지한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엉뚱하고 재미있는 사람 같다는 반응이 많더라고요.(웃음) 저 진짜 단순하고, 장난치는 거 좋아하거든요. 인터뷰할 땐 저절로 ‘인터뷰 모드’가 돼서 삶에 대한 신념을 많이 얘기하니까 그렇게 오해하지 않았나 싶어요. 인간적으로 많이 흔들리고 꽤 모순된 사람이구나, 나. 그런 걸 느꼈어요.

하퍼스 바자 절제의 아이콘 같은 인상도 있어요. 입시생 때 3년 동안 노래도 안 들었고, 술이나 쇼츠도 멀리 한다면서요. 어떻게 그래요?

장동윤 스스로 나약한 인간이란 걸 알아서 그래요. 유혹이나 중독에 취약한 사람이라서. 술이 싫어서 안 먹는 게 아니라 먹고 싶은데 절제하는 거예요. 고등학생 때부터 나를 채찍질해서 열심히 하면 성과가 있다는 걸 느끼다 보니까, 그런 습관이 쌓였어요. 배우로서 제가 할 수 있는 건 자기 관리니까, 먹는 걸 진짜 좋아하지만 참는 거죠.

하퍼스 바자 아까 촬영할 때 아이스크림이 너무 먹고 싶다고 했죠.(웃음)

장동윤 운동을 좋아해서 땀 흘리고 나면 웬만한 스트레스는 풀리지만 그래도 자유를 주고 싶을 때, 혈관이 싫어할 만한 음식을 먹으면서 스트레스를 풀어요. 요즘엔 제로 탄산 음료를 그렇게 먹어요. 친구들이 그럴 거면 그냥 술을 마시라고….(웃음)

하퍼스 바자 곧 공개를 앞둔 드라마 <사마귀>에서는 연쇄 살인범 정이신(고현정)의 아들 차수열 역을 맡았어요. 처음 각본을 보고 어떤 점에 이끌렸나요?

장동윤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된 건 전적으로 변영주 감독님 영향이 커요. 감독님을 믿고 간 작품이고, 전작인 <화차>나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처럼 스릴러라는 장르 안에서 어떻게 인간 간의 갈등과 감정을 표현하고 해소하는 연출을 하실지 기대가 컸어요. 어려웠지만 기분 좋은 책임감과 긴장감을 가지고 임한 작품이에요.

하퍼스 바자 변영주 감독은 수열에 관해 “이신의 뒤틀린 삶에서 유일하게 한 번도 뒤틀린 적 없는 아들” “앳된 얼굴을 지닌 청년이 부정하려 애쓰는 것들을 표현하려 했다”고 말했죠. 수열이 되기 위해 어떤 점을 고심했나요?

장동윤 살인범인 엄마에 대한 원망을 표출하는 순간과, 엄마를 맞닥뜨리지 않은 형사로서 수열의 평소 모습을 대비해 보여주는 게 과제였죠. 자칫 잘못 표현하면 감정이 너무 격해지거나 인물이 단순해 보일 수 있겠더라고요. 감독님과 감정선의 미묘한 지점을 많이 얘기나누며 잡아갔어요.

하퍼스 바자 수열은 내면의 고뇌가 많고 복잡한 인물이라 짐작해요.

장동윤 마음속에 무게를 끌어안고 사니까, 실제 저보다 훨씬 섬세한 인물이죠. 처음에는 엄마에 대한 감정을 투박하게 이겨내려는 형사 이미지로 표현하려 했는데, 감독님께서 제 얼굴에 있는 애처로운 느낌을 계속 가지고 가라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캐릭터의 이미지나 미장센에 무척 집요하시거든요. 그 점이 좋았어요. 누구나 가지지 못한 걸 꿈꾸잖아요. 제 추구미는 사실 브레드 피트 형처럼 터프한 모습이거든요. 멋있잖아요. 그런 걸 좋아하는데, 감독님은 다른 모습을 보신 거죠. 그래서 어떤 장면에서는 고현정 선배님과 전형적인 남녀 구도를 벗어난 모습을 보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퍼스 바자 전작에 빗대면 <오아시스>의 강직한 이두학이나 <사막의 왕> 속 천웅의 비정한 모습이 떠올라요. 꼭 맡아보고 싶은 역할이나 장르가 있나요?

장동윤 좀 더 친근하고 웃긴 캐릭터도 해보고 싶어요. 장르물을 맡으며 올곧은 이미지가 생긴 것 같은데, 사실 <땐뽀걸즈>나 <녹두전>에서 춤을 추거나 여장을 한 것처럼 코믹한 요소가 제 무기 중 하나라 생각하거든요.(웃음) 생활 연기를 정말 좋아해서 그런 면이 드러나는 작품을 만나보고 싶어요. 최근에 킬리언 머피가 출연한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을 봤는데, 외적인 모습이 너무 앳된 거예요. 나이가 들면서 <오펜하이머> 속 묵직함이나 퇴폐미가 생겼구나, 감히 그런 행보를 따라가고 싶다고도 생각했어요. 나이대에 맞춰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하퍼스 바자 편의점 강도를 잡아 뉴스에 나온 뒤 우연히 데뷔해 올해 10년째 배우로 살고 있죠. 이 일을 계속해도 되겠다는 확신을 얻은 순간이 있었어요?

장동윤 드라마틱한 순간이 있다기보다 항상 체크하는 것 같아요. 내가 배우로서 잘 가고 있나, 제대로 성장해가고 있나, 질문하죠. 모니터링도 최대한 객관적으로 하려고 하고. 그러고 있다고 스스로는 믿고 있어요. 느리지만 방향은 제대로 가고 있다고. 배우 일을 오래 하고 싶거든요. 이 직업만큼 버라이어티한 일이 없는 것 같아요. 삶을 표현하고, 다양한 경험을 하고, 항상 배움이 있다는 점이 너무 재미있어요. 처음 간 현장이라도 저는 너무 편해요. 현장에 있을 때 가장 큰 재미를 느끼는 것 같고요.

하퍼스 바자 그런 믿음을 가지는 게 건강해 보여요.

장동윤 물론 이불킥 하고 싶은 장면도 있지만.(웃음) 누군가 제 연기를 봤을 때 정체되고 있다고 느끼지만 않았으면 좋겠어요. 배우는 대중예술을 하는 사람이고, 대중의 눈이 제일 정확하니까요. 딱 보면 연기 잘하네, 할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것. 그게 꿈이에요.

플라워 프린팅 톱, 팬츠는 Prada. 반지는 Yune.

Credit

  • 사진/ 김시내
  • 헤어/ 안홍문
  • 메이크업/ 최시노
  • 스타일리스트/ 박태일
  • 어시스턴트/ 유정아
  • 디자인/ 한상영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